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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신경전 고조…거꾸로 도는 비핵화 협상 시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정원을 함께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정원을 함께 걷고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시작된 미국과 북한 간 신경전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3차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또다시 포문을 열었습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은 30일 “미국이 운운하는 이른바 ‘경로 변경’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최 부상의 이런 발언은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멍청해 보인다”고 비난한 지 열흘 만에 나왔습니다.

지난 24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면 그 때 가서 분명히 경로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하자 이를 맞받아 친 겁니다.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계속되고 있는 미-북 양측 간 설전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입니다.

양측은 회담 직후부터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겼습니다.

급기야 하노이 회담이 끝난 지 2주가 지난 3월 15일, 최 부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요구에 어떠한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특히 폼페오 장관과 볼튼 보좌관을 직접 거론하며,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공격했습니다.

그러자 폼페오 장관과 볼튼 보좌관은 최 부상의 주장이 부정확하다고 반박하면서도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 재개의 문을 열어놨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대북 제재 철회’를 지시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말하면서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북한이 지난 18일 “협상에 끼어들기만 하면 일이 꼬인다”고 폼페오 장관을 비난하며 핵 협상에서 교체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틀 뒤 다시 볼튼 보좌관을 향해 “멍청해 보인다”고 하면서 미-북 대화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었습니다.

이어 미국과 북한 모두 ‘경로 변경’ 가능성을 언급하며 양측은 점점 대화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의 계속되는 설전 속에 극적인 계기가 없는 한 3차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이 험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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