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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탈북 아동 엄마 “9살난 제 딸, 제발 북송만은 막아주세요”


지난해 1월 중국 단동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지난해 1월 중국 단동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중국 선양시 외곽에 은신 중이던 탈북민 7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9살 어린이도 포함됐는데요, 이 어린이의 어머니는 제발 북송만은 막아 달라고 중국 정부에 호소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을 탈출해 중국 선양 외곽에 은신 중이던 올해 9살난 최모 양이 외삼촌과 함께 최근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송은혜 평택 성비전교회 목사는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들이 이번 달에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오던 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송은혜 목사] “압록강을 넘어 한국으로 오려고 하다가 심양에서 체포됐거든요. 토요일(27일) 오후부터 주일 (28일) 아침 사이에 잡혔어요.”

송 목사는 이들 두 사람과 다른 5명 등 탈북민 7명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선양 외곽의 한 주택에 머물던 중 체포됐다는 사실을 브로커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송은혜 목사] “브로커가 그 집에 연락이 안 돼서 그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사람들은 안에 없고 짐과 이불이 다 널려져 있고 지금 아무도 없는 거에요.”

한국에 거주하는 최 양의 어머니는 북한에 있던 딸과 오빠를 한국으로 데려오려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현재 딸이 겪고 있을 고통에 무척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 양 어머니] “지금 심정이라는 것이 맹물 한 모금도 넘길 수 없고요, 딸이 무서운 감옥에서 무서워하고 고통스러워 할 생각을 하면 눈물 조차 나오지 않고 있어요.”

한국에 온 지 2년이 됐다는 최 양의 어머니는 딸과 헤어진 것이 3년 전이라며, 그동안 북한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딸을 돌보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린 나이의 딸을 북한에 두고 온 것도 미안한데 이번에는 자신을 만나러 오다가 이런 일을 당하게 해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최양 어머니는 28일 저녁 중국 선양주재 한국영사관에 딸과 오빠의 체포와 관련한 민원을 접수했고, 29일에는 외교부를 찾아 한국 정부가 딸의 석방을 위해 나서달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29일 서울유엔인권사무소를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서울의 대북인권단체인 북한정의연대의 정베드로 대표는 한국 외교부가 좀 더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정베드로 대표] “중국 주재 한국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어떤 시간 어떤 상황에서라도 탈북민들이 연락을 취했을 때는 긴급한 조치를 취하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역량이 없고요...”

최 양 어머니와 함께 외교부를 방문했던 송은혜 목사는 외교부로부터 최선을 다하겠지만 석방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가장 어려운 것은 이들 탈북민들이 어디에 억류돼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29일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묻는 `VOA' 질문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사항을 인지하는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탈북민과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탈북민의 신변안전과 주재국과의 외교관계 등을 감안해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최 양의 어머니는 지금 가장 두려운 일은 중국 공안에 체포된 딸과 오빠가 북한으로 끌려가는 일이라며, 중국 정부에 어린 딸의 강제북송 만큼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최 양 어머니] “그 어린 아이가 무슨 죄가 있어요. 부모를 만나겠다고 온 죄 밖에 없는데, 제발 자기의 자식이라고 생각하시고 부모된 입장에서 제발 북송은 막아주셨으면 하는 그런 간절한 바람 밖에 없습니다.”

북한정의연대의 정베드로 대표는 최 양의 경우 어머니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북송되면 더 큰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정베드로 대표] “북송이 되면 어린 아이고 성인이건간에 많은 구타와 폭력을 당하고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그러다 보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 양의 경우 어머니가 한국에 와 있기 때문에 삼촌이랑 더 엄벌에 처해질 것 같고요.”

정 대표는 중국 정부가 국제협약의 아동권리보호조약과 국제난민에 관한 협약에 따라 최 양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중국이 탈북 난민들을 강제송환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탈북민 강제북송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국 내 탈북자들은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은 범법자이며, 난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발표한 최종보고서에서 탈북민들을 강제북송하는 중국은 국제난민법과 인권법에 명시돼 있는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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