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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종전선언 지지” 미 의회 진보코커스, 민주 당론과 괴리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등 민주당 내 '진보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미 의회 민주당 내 진보적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진보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북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지지와 한국전 공식 종결을 트럼프 대통령에 촉구했는데, 제재 강화에 무게를 두는 민주당 내 분위기와는 온도차가 큽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11일 백악관에서 미-한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한국의 남북 경협 추진 노력에 대한 미 정부의 지지를 촉구하는 서한이 전달됐습니다.

민주당의 로 칸나와 앤디 김 하원의원이 보낸 서한으로, 신뢰 구축과 북한의 비핵화 견인을 위한 한국의 노력을 미국이 막아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두 의원은 서한에서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남북 경협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힘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서한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를 위한 대북제재 면제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 가운데 나왔습니다.

주목되는 부분은 서한 작성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입니다.

로 칸나 의원은 의회 민주당 내 진보적 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진보코커스(CPC)’의 제1부의장을 맡고 있고, 앤디 김 의원도 진보코커스 소속 의원입니다.

두 의원이 주장하는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려면 사실상 제재 완화 또는 해제가 필요한데, 미 의회 민주당 지도부의 당론과는 괴리가 큽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오히려 대북제재 강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재 유지를 강조하면서도 추가 제재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절제된 목소리를 내는 공화당 측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입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VOA에 “제재가 깊고 강력하며, 오래 지속되지 않는 한 김정은은 핵 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슈머 의원] “Not unless the sanctions are deep, strong and long.”

하노이 회담 직전에는 본회의 연설에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제재 완화를 결정할 경우 의회는 제동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에 못 미치는 것을 대가로 제재를 완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인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의원도 최근 VOA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북제재 강화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중국 대형 은행에 대한 추가 제재를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진보코커스 소속 의원과 민주당 내 여론 사이 간 괴리는 남북 경협에서만이 아닙니다.

로 칸나와 앤디 김 의원을 비롯한 19명의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하노이 회담 직전 한국전쟁 공식 종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는데, 이 중 한 명을 제외한 18명 모두 진보코커스 소속입니다.

결의안은 한국전 종전과 최종적인 평화 정착 선언을 한다고 해서 미-한 상호방위조약에 명시된 공약에 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했습니다.

종전선언이 비록 정치적 선언일지라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주장과는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민주당 중진인 벤 카딘 상원 외교위원은 VOA에 “미-북 간 좀 더 정상적인 관계를 향한 다음 단계는 종전선언이 아니라 북한이 핵 시설을 신고함으로써 사찰이 이뤄지고 핵무기 폐기를 위한 현실적인 계획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초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시작될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북 군사 당국 간 연락채널 재개를 촉구하는 민주당 하원의원 33명 명의의 서한이 보내졌는데, 역시 진보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주도했습니다.

진보코커스의 ‘대북 어젠다’를 주도하는 인물은 로 칸나 의원입니다.

그는 지난해 6월 트위를 통해,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직전 슈머 의원 등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북한의 검증 가능한 핵,미사일 폐기 없이 제재 완화를 해선 안 된다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데 대해 “이런 강경한 시각은 미 외교 정책에 대한 새로운 세대 또는 새로운 진보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칸나 의원은 최근 VOA에, 현실적인 미-북 협상 접근법으로 과거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제안한 ‘페리 프로세스’를 주장했습니다.

[녹취:칸나 의원] “I think they need to look at the framework that Clinton and Perry laid out for a reasonable framework for peace and getting passed the armistice and that would include the inspection and suspension of their nuclear facilities….”

‘페리 프로세스’는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페리 당시 국방장관이 제안한 것으로, 양측이 상응 조치를 주고 받는 단계적 보상과 이행 방식을 담고 있습니다.

칸나 의원은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 동결, 그리고 이에 대한 검증을 대가로 미국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체결이라는 상응 조치를 제공하는 “평화를 위한 합리적인 체계”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이 약속을 이행할 경우 미국은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상응 조치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주장해, 연합훈련 재개를 주장하는 의회 내 여론과 차이를 보였습니다.

최근에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 상황에 대한 외교적 조언을 구했다며,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 국면 타개를 위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의사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1991년 의회 내 민주코커스 산하에 설립된 진보코커스는 버니 샌더스, 한 명의 상원의원과 78명의 하원의원으로 구성됐으며, 주로 이민자 등 소수계 커뮤니티를 대변하는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미 역사상 최연소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뉴욕주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도 진보코커스 소속입니다.

최근 들어 밀레니얼 세대(1980년~2000년 초반 출생) 등 미국의 젊은 유권자 사이 진보코커스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지지층이 점차 확대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정 연설에서 “사회주의”라며 정면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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