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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북한 내 인도적 상황 주시”…지원 여부에는 무응답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유럽연합이 북한 내 식량 등 인도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식량 지원 여부에 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반응은 북한의 식량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며 유엔 인도적 기구들이 서방 국가들에 긴급 지원을 호소하는 가운데 나온 겁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럽연합 관계자는 5일 VOA에 “북한 내 인도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지난달에 북한 내 식량 상황과 긴급 지원의 필요성을 더 자세히 평가하기 위한 기술적 업무를 수행한 뒤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신중한 반응은 북한 정권의 미온적인 비핵화 조치와 과거 유엔과 국제기구들의 일부 과장된 우려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유럽 내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앞서 VOA에 북한 내 식량 등 전반적인 상황은 정확한 통계가 없어 평가가 틀리거나 과장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국제사회가 지원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었습니다.

유엔은 지난달 6일 북한 내 식량 사정이 매우 열악하다며 주민 380만 명에게 긴급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1억 2천만 달러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에 긴급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도 3일 영국 ‘가디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 10명 중 4명이 영양 결핍 상태에 있다며 미국 등 서방국들에 식량 지원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5일 VOA에 북한 정부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으려면 먼저 식량 부족에 대해 훨씬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key is that North Korea needs to provide much better information about their so-called food shortage.”

국제사회에 알려진 것은 그저 북한이 지난해 가뭄 등으로 곡물 생산이 감소했다는 것 정도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국제 전문가들을 수용해 자세한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는 겁니다.

군대와 공기관 등 북한 정권을 지탱하는 기관들에 배급할 식량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일반 주민들이 혜택 받을 식량이 부족한 것이지 명확한 이유를 따져봐야 하고 장마당 곡물 가격에 큰 변동이 없는 이유도 분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의 장마당 쌀값은 kg당 4천원대, 환율은 8천원대를 계속 유지하는 등 큰 변동이 없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쌀보다 더 싼 옥수수(강냉이) 가격은 더 낮다며 북한 정부로부터 자세한 정보를 받지 않는 한 자신은 대북 식량 지원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would reject the aid until North Korean provide much better information……”

국제사회의 유보적 자세도 이런 이유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비즐리 WFP 총장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북한의 우방인 러시아가 밀 5만 톤을 보내겠다고 밝혔고 중국도 뭔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서방 공여국들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타개돼 모두가 함께하길 계속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북한 정부는 내부적으로 이런 식량난 문제를 인정하지 않은 채 자력갱생과 경제 발전만을 계속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집권 당시 다시는 인민의 허리띠를 조이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7년이 넘도록 식량 문제는 물론 전반적인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3대 세습을 한 뒤 포전담당책임제 등 여러 농업 개혁 조치들을 시도했지만, 자본과 물적 공급이 없고 군대 등 특수기관에 집중된 배급 제도로 개혁 조치가 작동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 인구의 43%가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현 상황은 10년 전보다 더 악화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엔과 전문가들은 지난해 폭염과 가뭄 등 자연재해, 용수 부족, 화학비료 부족, 유엔 제재 등으로 곡물 수확량이 감소했다며 뚜렷한 개선 조치가 없으면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북한 황해도에 홍수와 산사태가 났을 때 유럽연합이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10만 유로, 미화로 11만 2천 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2016년에 홍수 피해를 입은 함경북도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30만 유로, 33만 6천 달러를 지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의 두 지원 사례 모두 자연재해와 연관된 것을 볼 때 유럽연합이 대북 식량 지원을 약속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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