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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머 의원 “트럼프 제재완화 약속하면 의회 제동”…공화 “트럼프 매우 신중”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26일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26일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큰 대가 없이 대북제재 완화 약속을 할 경우, 의회의 제동이 따를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으로 떠난 날부터 연일 본회의 연설에 나서 2차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25일 첫 번째 연설에서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결과가 “매우 실망스러웠다”며 이번 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 즉 CVID에 실패할 경우 끔찍한 인권 유린 행위를 벌이고 전 세계 가장 억압적인 정부 중 하나인 북한 정권에 미국은 계속해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검증 가능하고 영구적이며 구체적인 비핵화 약속 없이 양보하는 것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말을 두 번 연속 강조했습니다.

다음날 연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결정할 경우, 이에 제동을 거는 의회의 후속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CVID에 못 미치는 것”을 대가로 상당한 제재 완화를 해주는 합의는 제재 완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몹시 불충한 합의”라는 겁니다.

슈머 대표는 “의회는 북한 정권의 형편 없는 인권 기록에 대한 제재(법)을 통과시켰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믿을 만한 제재 완화를 제공하기 위해선 의회가 이 법을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지 간에, 많은 의원들은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게 비핵화하기 전까지는 대북제재 완화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합의의 일부로 대북제재 완화 결정을 내릴 경우 상원은 상당한 역할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슈머 대표는 미-북 정상이 만난 뒤인 27일에도 본회의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트위터를 통해 악랄한 폭군을 “친구”로 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대 압박”과 “화염과 분노” 발언을 일삼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보다 북한에 더 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소위 매파라 불리는 폼페오 국무장관과 볼튼 대사는 모두 어디 있는가”라고 비판했습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 외교위원도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실책과 독재 정권 “띄어주기”가 계속될 경우 의회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머피 의원은 26일 성명에서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완전한 참사”로 규정하며 북한의 일시적 핵, 미사일 실험 중단과 더 이상 필요 없는 (북 핵, 미사일) 시설 폐기 합의는 북한 행동 변화의 척도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네 가지 사안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협상 지속에 관한 로드맵을 상세하게 담은 공동 성명 체결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미-북 양측이 약속한 것에 대한 검증 가능한 진전을 특징짓는 조치와 이런 조치를 완료해야 하는 정확한 날짜가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성명에는 비핵화에 대한 단순 모호한 언급이 아닌 최종 목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핵탄두와 미사일 등 운반 시스템에 대한 검증 가능한 상한선 설정과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활동 동결 약속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단순히 핵 실험 중단뿐 아니라 모든 농축 활동과 추가 핵 시설 건설 중단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이에 대한 국제적 감시가 병행돼야 하며, 북 핵무기 프로그램의 주요 부분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핵 활동 중단 검증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하노이에서 올린 트위터 글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내가 북한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멈추고 대신 왜 자신들이 과거 오바마 행정부 8년 동안 ‘그것을’ 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 측과 다소 온도 차를 보였습니다.

마이클 맥카울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는 2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 폐기 가능성에 대해 “적당한 수준의 회의감을 갖고 방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이 이번 회담 이후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진 않겠지만 “진전의 신호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북 협상 무용론을 펼쳐온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2차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지만, 위험한 실패가 될까 염려된다”며 “김정은은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약화시키기 위해 미-북 양측이 상호 ‘행동 대 행동’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미국을 유인하고 있는데, 북한은 의미 있는 완화에 대한 대가로 무의미한 양보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하원 청문회에 나선 것과 관련해, 이를 2차 미-북 정상회담과 연계한 공방도 민주, 공화 의원들 간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슈머 의원은 이날 본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언 청문회를 언론 첫 페이지 보도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사진촬영을 위해 북한에 굴복한다면, 정말 믿기 힘들고 심지어 애처롭기까지 할 것”이라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행동으로 봤을 때, 유감스럽게도 이런 상황이 가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클 코언 청문회를 개최한 하원 민주당을 겨냥해 “새로운 저점(new low)”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증오는 중요한 외교 정책을 약화시키고 있고, 선을 매우 넘어섰다”고 비판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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