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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완화에 ‘선 비핵화, 후 보상’ 고수하는 의회…"검증은 필수”


미국 워싱턴의 연방 의사당.
미국 워싱턴의 연방 의사당.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에 제시할 상응 조치 중 하나로 제재 완화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 의회는 비핵화가 선행돼야 보상이 따를 것이라면서 모든 조치마다 검증해야 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재 완화 조건을 충족할 비핵화 조치에 대해선 다른 의견이 나왔습니다. 미 의회의 기류를 이조은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의회가 내세우는 대북제재 해제 조건은 단호합니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즉 CVID가 이뤄져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공화당의 론 존슨 상원 외교위원은 최근 VOA에 “어떤 종류의 제재라도 해제하려면 그 전에 CVID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미국이 내내 강조해온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존슨 의원] “I would say what we’ve always said, and that is complete denuclearization, verifiably and irreversibly before we lift any kind of sanctions. That’s kind of been our bottom line all the way along…”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은 더 나아가 “(CVID 원칙은) 미국 법에 명시된 만큼, CVID가 아닌 상황에서 대북제재를 해제하려면 또 다른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가드너 의원] “We would have to pass a law that says you don’t have to….”

북한이 미국 법에 명시된 대북제재 해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재를 해제하려면 해당 조건을 우회하는 특별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법에 명시된 대북제재 해제 조건은 북 핵 프로그램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2016년 발효된 ‘대북 제재와 정책 강화법’(이하 제재법)은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선 대통령이 의회에 “모든 북 핵,생화학,방사능 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에 ‘상당한 진전’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무기 운반 시스템 개발 프로그램도 포함됩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정치범 수감자 전원 석방, 평화적 정치 활동에 대한 검열 중단, 개방적이고 투명한 사회 조성, 불법 억류 미국인 규모 확인과 송환에도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은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재무부에 일부 제재 완화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드너 의원은 “행정부가 제재법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 권한을 활용해 제재를 유예 또는 완화할 경우 강력히 반대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행정부의 일방적 제재 완화 조치를 막는 특별 결의안이나 법안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겁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대북제재 완화에 관한 민주당의 원칙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전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대북 합의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하면서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시도할 경우 상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한 겁니다.

대북 합의에 담겨야 할 원칙으로는 ‘북 핵, 생화학 무기 제거와 폐기’,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 중단, '핵무기 관련 기반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제시했습니다.

또 ‘위성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실험 전면 중단과 관련 프로그램 폐기’,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 체계가 포함된 사찰 준수 약속’을 요구했습니다.

행정부가 이런 원칙이 결여된 미-북 합의에 따라 대북제재 완화를 시도할 경우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제재 완화를 막는 법안이나 추가 대북제재 부과 법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도했을 때 이런 조치를 취했었습니다.

미국의 대북 제재법은 제재 해제뿐 아니라 완화 조건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총 6가지 사안에 대한 “진전”을 의회에 증명해야 대북제재를 최대 1년 유예할 수 있고 1년 후에도 같은 절차를 걸쳐 유예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사실상 미국의 제재법도 점진적 제재 완화를 허용하고 있는 겁니다.

진전을 증명해야 하는 6가지 사안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 검증을 위한 조치“가 포함됐는데, 포괄적 문구 아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검증을 위한 세부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북한의 검증 가능한 미 화폐 위조 활동 중단, 돈세탁 활동 중단과 예방에 관한 일반적 규약 준수, 불법 억류 해외 국민들에 대한 해명과 송환, 인도적 지원 분배와 감독에 관한 국제적 규약 인정과 준수, 수용소 생활 환경 개선 등에서 “검증된” 진전이 있어야 합니다.

의원들은 제재 완화 시점과 관련해선, 북한의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 이후’라는 데 대체로 일치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비핵화 조치로 인정할 세부 단계와 관련해서는 다른 기준을 긋고 있습니다.

크게는 ‘핵 프로그램 신고, 동결, 사찰, 검증’이 이뤄지면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조건과 ‘핵 프로그램 동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일부 핵탄두 폐기, 사찰, 검증’까지 이뤄져야 완화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나뉘는데, 둘 다 ‘사찰’과 ‘검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의원은 철저한 감시 아래 북한의 핵무기 수량을 제한하는 합의를 하기 전까지 적어도 대북제재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녹취: 셔먼 의원] “At a minimum we have to keep and maintain the sanctions until we have N. Korea limited to a limited number of nuclear weapons that are highly intrusive and monitored.”

가드너 의원은 풍계리 핵 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쇄 조치는 대북제재 완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나아가 북한이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약속한 영변 핵 시설 폐쇄 조치만으로도 충분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녹취:가드너 의원] “Until we start seeing concrete steps beyond the simple steps or the simple items…”

가드너 의원은 “북한은 몇 가지 특정 시설에 대한 조치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단순 항목을 넘어서는 구체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그 전까지 제재 체제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북 핵 프로그램에 대한) 투명성, 사찰, 핵 물질 관리와 안전보장조치 등 최소한 구체적 조치임을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재 완화는 ‘핵 프로그램 전면 폐기와 검증 이후’라는 보다 엄격한 조건을 제시하는 의원들도 있습니다. 공화당 중진인 마르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입니다.

루비오 의원은 김정은이 권력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만큼의 제재 완화를 얻은 뒤 비핵화 조치를 멈출 것이라며 완전한 비핵화까지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대북제재 조정 여부를 검토하는데 핵심 역할을 할 마이크 크라포 상원 은행위원장은 대북제재 완화 조건과 관련해 “핵무기 생산 중단”을 강조했고,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공식 합의에 담기는 모든 것을 전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리시 위원장은 “전임 행정부 당시 북한은 대화에 나오기 전 제재 완화를 비롯한 각종 혜택을 요구했고, 실제로 그 요구를 들어줬지만 미국은 대가로 받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미국이 대화를 하기 위해 북한에 무언가 주는 일은 다신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리시 의원] “Look, you are going to have to judge that along with all the other things that come out in the formal agreement between the two parties…”

크라포 위원장은 미-북 합의에 담겨야 할 내용을 세세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전체적으로, 가장 먼저 목표로 해야 할 것은 북한의 핵무기 생산 중단”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크라포 위원장] “I can’t give you a lot of detail to that except that the overall, the very first objective is that North Korea has to stop producing their nuclear weapons…”

아울러 핵무기에 대한 북한의 접근과 통제 권한, 사용 제한 방안을 협상 조건에 올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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