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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놀드 하버드 연구원] “미 정부, 몰수소송으로 북한 불법 금융 활동 차단 강화”


미국 워싱턴의 법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법무부 건물.

미국 정부가 2016년부터 민사소송을 통해 북한의 불법금융 활동에 연루된 회사들의 자금 몰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는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에 뻗어있는 미국 금융망으로 대북 제재 이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됐습니다. 국방부와 법무부에서 확산 방지 전문가로 활동했던 애런 아놀드 하버드 벨퍼센터 박사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해 언제부터 민사몰수소송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까?

애런 아놀드 하버드대 벨퍼센터 연구원.
애런 아놀드 하버드대 벨퍼센터 연구원.

아놀드 연구원) 미국이 민사몰수소송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초기에는 이란 관련 기업들에 적용됐고요. 북한과 거래한 기업을 대상으로는 5건의 몰수 소송이 있었는데, 2016년 단둥 훙샹실업발전 유한공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기자) 미국의 민사몰수소송 자체가 새로운 것인가요?

아놀드 연구원) 민사몰수소송 자체가 독특한 것은 아니고 대량살상무기와 연계됐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과거에 미국은 마약수사, 인신매매, 지적재산권 침해, 테러와 관련해 민사몰수소송을 활용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에 미 법무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에도 이걸 적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제재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고, 미국이 달러화 기축통화 체계를 적극 활용하는 움직임의 연장선입니다.

기자) 미국 정부가 북한 지원 세력에 대응할 때, 민사몰수소송은 어떤 면에서 효과적인가요?

아놀드 연구원) 민사몰수소송은 접근이 어려운 대상에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대북 제재 위반자 혹은 북한 정부의 거래를 도와주는 개인이나 기업이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제3국에 있다면 민사몰수소송은 제재를 이행할 수 있는 방편이 되는 것입니다.

기자) 제3국의 사법적 관할권에서 이런 몰수수송이 어떻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나요?

아놀드 연구원) 가상의 치외법권적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사몰수소송법은 2001년 9.11 테러 공격 이후 애국법 제정으로 강화됐습니다. 법 개정을 통해 법무부는 미국 내 대리계좌에 있는 자금을 몰수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리계좌는 외국은행의 계좌가 미국에 있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해외에 있는 대상이 미국에 자산이 없는 경우, 미국 법무부는 외국은행의 미국 내 대리계좌에 있는 자금을 동결합니다. 이후 해당 외국은행은 고객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손실을 자체적으로 보전할 책임이 생기게 됩니다.

기자) 그러니까 미국 달러화가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민사몰수소송이 가능한 건가요?

아놀드 연구원) 그 점도 핵심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민사몰수소송은 국제 금융 체계의 구조와 더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과 국제 은행들이 맺고 있는 관계와 관련이 있죠. 중국은행이 뉴욕은행과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는데요. 미국이 제재를 이행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구조적인 관계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의 불법 금융 조직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놀드 연구원) 북한의 금융조직들은 대개 해외에, 미국이 법 집행 기관들의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 전역에 광범위한 조직망이 있습니다. 이러한 중개인들을 통해 북한은 은행 업무를 계속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과 상업활동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체를 위장하고, 외국 사법권에 숨어 있기 때문에 미국 법 집행기관들이 제재를 이행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북한은 또 세이셸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같은 ‘역외 비밀 지역’(offshore secrecy jurisdiction)을 적극 활용하고, 오랜 기간 관례를 맺어온 중국 조직망을 활용해 국제 금융 체계에 계속 접근합니다. 기존의 제재망에서 구멍을 찾는 것이죠.

기자) 북한은 중국 뿐 아니라 러시아로도 진출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놀드 연구원) 민사몰수소송의 몇몇 사례들에 러시아 기업들이 연루돼 있습니다. 러시아의 금융규제 행태를 보면 북한이 이들에 접근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은밀히 활동하며 국제 금융 체계에 계속 접근하려면 러시아가 제격이죠.

기자) 5건의 북한 관련 민사몰수소송 사례 중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에 남습니까?

아놀드 연구원) 북한 관련 첫 민사몰수소송인 2016년 중국의 단둥 훙샹실업발전 유한공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마샤오훙이 운영하는 여러 개의 회사들이 북한과 무역하고, 금융 중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몰수 규모가 7천5백만 달러에 육박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데 사건 발생 직후 중국 정부가 북한 관련 활동을 단속하는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몇 안 되는 소송이었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북한 관련 몰수 금액은 9천만 달러에 달한다고요?

아놀드 연구원) 전체 금액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사례도 몇 건 없어서 증가 추세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민사몰수소송은 자금이 많이 들고 복잡해서 앞으로 이런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민사몰수소송이 유용하지 않다거나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법 집행에 협력하지 않는 나라에서 개인과 기업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면, 민사몰수소송은 그 조직망을 와해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반면, 의도치 않은 결과도 고려해야 합니다. 치외법권적 소송을 계속 진행할 경우, 중국 등 해당 국가는 앞으로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노력에 오히려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기자) 끝으로 민사몰수소송이 북한 지원 세력에 전하는 메세지는 무엇입니까?

아놀드 연구원) 북한과 거래하면서 외국 관할권에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과 관계없이 미국 검사가 자산을 압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버드 벨퍼센터의 애런 아놀드 연구원으로부터 미국 정부가 북한 연루 기업의 자산을 몰수하는 배경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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