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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 개최...상징성 크지만 실질적 진전은 불투명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렸다.

남북한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사업 착공식이 오늘(26일) 북한 측 판문역에서 열렸습니다. 단절된 남북한의 길을 다시 연결한다는 상징성이 크지만, 실질적인 사업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달렸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남북한과 주변국 인사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26일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열렸습니다.

남북한 당국자들은 이날 축사에서 사업에 대한 협력 의지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입니다.

[녹취: 김현미 장관] “서울에서 개성으로 오는 철길이 활짝 열렸습니다. 70년 가까이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고 우리는 또 이렇게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그러나 이제 철도는 시공만이 아니라 남과 북의 마음의 거리까지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김 장관은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면 물류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을 높여 그 편익을 남북한이 향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은 착공식이 “역사적 시간”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남의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며 제재 해제 의지를 우회적으로 여러 번 촉구했습니다.

[녹취: 김윤혁 부상] “북-남 철도·도로 협력 사업의 성과는 우리 온 겨레의 정신력과 의지에 달려있으며 남의 눈치를 보며 주춤거려서는 어느 때에 가서도 민족의 뜨거운 통일 열망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이날 착공식에는 중국과 러시아, 몽골, 유엔 측 관계자 등과 개성이 고향인 올해 86세의 김금옥 이산가족 할머니도 참석해 감격해 했습니다.

[녹취: 김금옥 할머니] “(철도와 도로가) 계속 놓여져서 정말 남북이 평화의 날개가 두만강과 압록강까지 훨훨 육로로 길로 철도로 그렇게 달렸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빨리 철도가 완공돼서 기차를 타고 개성역에 가서 내려서 내가 살던 곳, 내가 다니던 학교 이런 데 전부 찾아가 보고 하늘나라 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남북한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이 사업에 합의했고, 지난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착공식을 올해 안에 하기로 약속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남북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사업을 통해 다양한 남북 교류와 경제 발전뿐 아니라 대륙과 연결된 물류중심국가로 부상하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남북한이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것은 서로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봉현 IBK북한경제연구소 부소장입니다.

[녹취: 조봉현 부소장] “오늘은 착공식이지만, 사실은 남북한의 끊어진 경제 혈맥을 잇는 겁니다. 남북 정상이 연내에 착공식을 합의했던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의 신뢰 구축에도 기여하는 거고. 경제적으로도 당장은 아니지만, 우리뿐 아니라 남북한 경제, 나아가 동북아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추가 조사 작업이 필요해 당장 공사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이유진 한국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전 준비와 협의가 계속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이유진 부대변인] “바로 공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요. 그동안 진행되었던 철도·도로 조사 부분,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 추가적인 정밀조사가 이루어질 계획입니다.”

설계에서부터 현대화 수준, 노선, 사업 방식 등에 대해 북한과 구체적인 협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겁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 지연이 이런 의미 있는 사업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하고, 적어도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신고와 검증 약속, 이에 대한 진행이 이어지고 그에 대한 상응 조치로 철도사업 예외 조치를 승인받아서 실질적인 공사가 이뤄질 때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도 제대로 된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북한의 비핵화가 지연돼 그런 것을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과제입니다.”

한국교통대학교의 진장원 교통대학원장은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사업 기반은 착공식으로 마련됐지만, 사업 진행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적다는 게 또 하나의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진장원 원장] “남북경협기금으로 보수를 하는데 현재 3천억 원 정도가 비축돼 있습니다. 이것을 갖고 하겠다는 것은 사실 금액으로도 넉넉하지 않고요. 이제 남한이 혼자서 총대를 다 메려고 하지 말고 북한의 비핵화를 잘 설득하고 미국과 공조를 잘해서 유엔과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는 방식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남북한의 철도 상황은 현재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철도 상태 등을 직접 확인하고 돌아온 관계자들은 경의선의 경우 최대 시속 50km, 동해선은 30km로 운행되고 있고 대부분 복선이 아니라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장원 원장은 북한 철도의 복선화가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진장원 원장] “북한의 철도는 대부분 단선이기 때문에 용량이나 속도 측면에서 떨어지는 거구요. 남한의 철도는 대부분의 철도가 복선, 아주 빈번한 곳은 3복선, 4복선까지 나오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거의 4등 정도의 고속철도 운용 국가입니다. 그래서 남한의 고속철도 기술력은 세계 탑 수준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평균 시속 200km 이상, 최대 270km 정도인 KTX 고속철을 경의선 고속철을 통해 중국 고속철과 연결하면 서울과 베이징을 5시간 만에 주파해 일일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노후화된 노반과 레일의 유지와 보수조차 안 된 북한의 철도를 개보수하는 것만으로도 중국횡단철도, 몽골횡단철도 등을 통해 사람과 물류 모두 유럽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봉현 부소장은 이런 개보수에는 일부 지적처럼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아 부담이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저속열차의 경우 2천억 원, 미화 1억 8천만 달러 정도 안팎이면 북한의 철도 개량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었습니다.

하지만 경의선 현대화 비용은 민간자본으로 건설할 경우 거의 8조 원, 70억 달러에 달한다는 국책기관의 보고도 있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김두얼 명지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지난달 북한 철도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의 철도 낙후성 때문에 한국 수준의 철도를 만들려면 새로 철도를 까는 수준과 다름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다른 견해에 대한 공방은 착공식이 열린 26일 한국의 정치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정 대변인과 착공식에 불참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입니다

[녹취: 이재정 대변인] “남북 간 철도 연결은 한반도의 공동번영은 물론, 동북아의 상생번영을 열어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획기적으로 확장시키는 주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나경원 원내대표] “일단 착공식은 사실 실체가 없는 착공식입니다. 아시다시피 남북 어디에서도 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공사 범위와 기간, 소요 예산 등에 대한 추계는 고사하고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될지 어림도 잡기 어려운 사업계획도 없는 착공식입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내년 초 철도와 도로에 대한 추가 조사를 위해 남북한이 실무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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