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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세계인권선언 70주년 맞은 남북한의 대조적인 모습 “북한 주민들도 선언 알아야”


10일 세계인권선언 제70주년을 맞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한인권 개선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10일 세계인권선언 제70주년을 맞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한인권 개선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세계인권선언 채택 70주년을 맞은 10일, 남북한의 표정은 대조적인 인권 상황만큼이나 크게 달랐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기념식을 갖고 인권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강조했지만, 북한 정부는 여전히 침묵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녹취: 세계인권선언 채택 정부 기념식 동영상] “어린이, 노인, 환경미화원, 교사, 학생, 여성, 장애인, 종교, 엄마, 아빠, 우리 이웃, 우리 모두는 동등한 인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과 모든 장소에서 똑같이 적용되는 인권 기준을 제시한 최초의 선언이 세계인권선언입니다.”

서양식과 전통 한국식이 함께 어우러진 서울의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10일 세계인권선언 채택 70 주년과 세계인권의 날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녹취: 세계인권선언 채택 기념식 동영상] “세계인권선언은 인권이 인류 보편의 가치라는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전 인류가 추구해야 할 인권의 기준을 제시한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입니다. 국제 인권규범의 토대인 세계인권선언은 500개 언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국가의 헌법과 법률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유엔총회가 1948년 12월 10일 채택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국제 보편적 규범입니다.

이날 기념식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한국인들이 나와 세계인권선언 30개항 중 주요 조항을 낭독하며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낭독인들] “혐오와 차별을 넘어 누구나 존엄하게. 제1조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제18조 모든 사람은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국가의 무능함으로 희생되는 국민이 정말 없는 나라를 희망합니다. 제3조 모든 사람은 자기 생명을 지킬 권리,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권리, 자신의 안전을 지킬 권리가 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해 항쟁을 통해 쟁취하고 성장한 한국의 인권 상황을 지적하며, 인권이 무시되면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식민지배와 독재, 전쟁을 겪은 국가 중에 대한민국 정도의 인권 수준을 가진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또한 인권을 무시할 때 야만의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역사의 교훈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기념식이 열린 대성당 밖에서는 장애인 단체 등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관련 법안 개정 등을 요구하며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시위를 했습니다. 하지만 폭력 시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경찰은 질서만 유지한 채 누구도 체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세계인권선언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정부에 대응해 시위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북한 관영매체들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우려하는 유엔 결의를 지지한 나라와 단체들을 거의 날마다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런 판이한 남북한의 인권 상황 때문에 10일 서울에서는 여러 곳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국제 회의와 토론회, 시위가 열렸습니다.

시나 폴슨 유엔인권 서울사무소장은 이날 한국 국회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70주년 북한인권 공로상 시상식과 토론회 축사에서 수많은 북한 내 인권 침해 피해자들을 생각할 때 세계인권선언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폴슨 소장] “We must remember this as we consider the tens of thousands victims of human rights violations who continue to suffer in North Korea…”

북한의 감옥에는 세계인권선언이 명시한 기본권리를 행사한 이유만으로 구금된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겁니다.

폴슨 소장은 그러면서 경제개발과 평화를 달성하려면 반드시 인권을 존중하고 공정한 법치주의를 근거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기독교연대(CSW)의 벤 로저스 동아시아 팀장은 세계인권선언 채택 70주년을 맞아 북한의 인권 문제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의제를 생각할 수 없다며 그 심각성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로저스 팀장] “Every one of the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thirty articles is denied or violated in North Korea…”

신앙의 자유 등 세계인권선언의 30개 조항 모두가 부인되거나 위반되는 게 북한 내 현실이기 때문에 북한과 대화하고 접촉하는 새 시대에 반드시 인권을 의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로저스 팀장은 한국 정부가 강조하는 평화의 시기를 붙잡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존엄이 존중받지 못하고, 반인도적 범죄의 종결과 책임 추궁 체계가 없는 한 진정한 평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사무총장은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회의에서 “21세기에 냉전시대의 유물로 남아 있는 독재국가가 북한 밖에 없다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는 유엔 회원국으로서 세계인권선언을 준수하며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정상국가로 대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북한 당국이 21세기 문명국 국제사회에 합류하려면 국제인권보호법으로 인한 책임을 져서 유엔인권고등판문관이나 유엔 대북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관찰하고 법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도울 수 있도록 북한 입국을 허가해야 합니다…열악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북한의 정상화, 현대화, 남북한의 화해와 통일이 불가능합니다.”

수잔 숄티 디펜스 포럼 회장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모든 인류의 인권을 보장하는 세계인권선언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급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숄티 회장] “Could we at least distribute the Declaration of Human Rights to the citizens of North Korea? Part of the great promise of the..”

세계인권선언의 대전제 중 하나는 이 선언을 모든 학생과 시민들이 언제든지 열람하도록 해 다시는 유대인 대학살과 같은 반인도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엔은 북한에서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고 규명했는데도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제대로 행동하지 않고 있다고 숄티 회장은 지적했습니다.

숄티 회장은 그러면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관심을 집중하지 않는다면 세계인권선언을 배신하는 행위일뿐 아니라 김정은의 선전선동과 거짓을 뒷받침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국회행사를 주최한 국회인권포럼과 한반도인권·통일변호사 모임 등 4개 단체는 세계인권선언 전문을 북한의 모든 학교 교실에 게시하고 매주 낭독하게 하며,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북한 모든 기관 내 배포와 비치 등을 요구하는 13개 조항의 세계인권선언 70주년 기념 결의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기념행사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도 집권당 의원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신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대변인실은 이에 관한 ‘VOA’의 질문에, 정부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의 인권을 중시하며,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간 협력, 국제사회와 북한 간 협력 등의 강화 등을 통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날 민간단체들로부터 북한인권 공로상을 공동 수상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문 대통령이 세계 인권의 날에 세계 최악의 북한 인권 상황을 언급하지 않아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VOA'에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너무 안타까웠어요. 북한 인권에 대해 어떻게 한 말씀도 안 하실까? 정말 속상하고 안타깝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말하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좋겠고요. 김정은 답방 얘기도 나오는데, 김정은에게 올 때 꼭 북한 인권에 대해 남한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요구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날 광화문에서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도 열렸습니다.

전직 국회의원인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입니다.

[녹취: 박선영 이사장] “오늘이 유엔인권선언 채택 70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북한에 있는 국군포로, 전시·전후 납북자들, 현재 억류돼 있는 한국인들,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 기본적인 인권조차 누리지 못한 북한 주민들을 기억하자라는 의미에서 1인 시위를 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박해받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자카르 코리아)는 이날 개최한 행사에서 세계인권선언 채택 70주년을 맞아 70년 동안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기억하고 이들의 자유를 위해 전 국민이 기도하고 행동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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