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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는 비건-최선희 회동…실무협상 제자리 걸음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임명된 지 석달이 넘었지만 북한 측 상대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의 만남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협상 진전을 위해 실무 대화를 바라고 있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관리들과의 협상을 꺼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임명된 건 지난 8월 23일입니다.

당시 4차 방북을 앞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외교적 진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을 함께 방문할 것이라며, 새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소개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As the Special Representative, Steve will lead the negotiations and spearhead diplomatic efforts with our allies and partners. Steve has had extensive career in foreign policy and in tough negotiating settings as well."

그러면서 20년 가까이 의회와 행정부에서 외교 정책을 다룬 경험을 가진 비건 특별대표가 협상을 이끌고 외교적 노력의 선봉에 설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전임자인 조셉 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당시 VOA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신임을 받고 있는 비건 특별대표의 임명을 "훌륭한 결정"이라며 추켜세웠습니다.

[녹취: 조셉 윤 전 대표]

특히 긴 여정이 될 북한과의 협상이 구체적인 과정으로 들어가면 비건 특별대표가 실무협상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비건 특별대표의 일정은 초반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이 발표 하루만에 전격 취소되면서 비건 특별대표의 첫 '출정'도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이 없어서"라고 취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처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답보 상태에 빠졌던 미-북 협상은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다시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 폼페오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도 북한과 즉시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비건 특별대표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한 측 관리와 최대한 빨리 만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폼페오 장관의 요청에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비건 특별대표와 북한 측 협상 대표 간의 '실무라인' 가동은 계속 미뤄졌습니다.

그리고 10월 7일 이뤄진 폼페오 장관의 4차 방문 당시 비건 특별대표도 임명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지만, 북한 측 '카운터파트'로 알려진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의 '상견례'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최선희 부상은 이 기간 중국과 러시아를 찾아 '제재 완화 요구'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만 폼페오 장관은 방북 직후 기자회견에서 비건 특별대표의 북한 측 상대가 최선희 부상이라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더불어 비건 특별대표도 최 부상에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만날 것을 또다시 제의했습니다.

이후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달 16일부터 유럽 순방에 나서며 이 기간 최선희 부상 측과의 접촉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만남은 없었습니다.

이어 이달 8일 뉴욕에서 미-북 고위급회담과 함께 실무회담도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고위급회담 자체가 전격 연기됐습니다.

미 전직 관리들은 북한이 이른바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며 실무 협상을 피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실무 협상에서 제기될 세부 사항을 진전시키는데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It would seem that North Korea is not interested in making progress on specific items that would come up during working level meetings..."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협상을 해야 더 큰 양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북한의 판단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실무협상에서 다루게 될 신고와 검증 등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조셉 윤 전 특별대표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 관리들이 너무 단호한 협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충분한 실무 협상 없는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처럼 미-북 간 실무 라인이 사실상 막혀있는 동안 미국과 한국은 지난 20일 비건 특별대표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이 주도하는 '워킹그룹'을 출범시켰습니다.

미-한 워킹그룹은 비핵화 논의와 한반도 평화 복원 노력을 병행해 나가며, 양국간 '불협화음'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폼페오 장관은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선전매체를 통해 "북남 협력 사업들을 항시적으로 견제하고 제동을 걸며, 비위에 거슬리면 아무 때나 파탄시키려는 미국의 흉심"이 반영됐다며, 미-한 워킹그룹 출범을 비난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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