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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항모 '로널드레이건' 홍콩 기항...러 정찰총국장 사망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21일 홍콩에 기항했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21일 홍콩에 기항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이 홍콩에 기항했습니다. 각국에서 다양한 공작 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군 정보기관 책임자가 사망했고요. 덴마크 정부가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군사협력을 중단하기로 한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미국 항공모함이 홍콩에 입항했군요?

기자) 네.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전단이 20일 홍콩 칭이항에 입항했습니다. 레이건함 입항 하루 전인 19일 미 공군 소속 B-52 폭격기 두 대가 남중국해 상공을 비행하면서, 미-중 간에 군사적으로 긴장이 고조됐는데요. 중국 당국이 전격 레이건함 홍콩 정박을 허용하면서, 미국에 화해 손짓을 보낸 것으로 `NBC' 뉴스는 전했습니다.

진행자) 레이건함이 홍콩에 입항한 목적이 뭔가요?

기자) 친선 방문입니다. 홍콩 주민들을 대상으로 항공모함 선내 견학도 실시하고, 체육 행사를 비롯한 교류 일정을 진행했는데요. 레이건 전단을 지휘하는 칼 토머스 해군 소장은, “장병들이 홍콩에 내리도록 해서, 며칠간 휴식을 통해 홍콩과 중국 남부 문화를 경험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해군 공보실이 제공한 토머스 소장 선상 연설,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칼 토머스 미 해군 소장] “The significance of coming into Hong Kong is purely to give the sailors on the ships some quality liberty. And I think that it provides us an opportunity to better understand one another. And it’s just a great chance, really, for the sailors to get some time off.”

미군 장병들과 홍콩 현지 주민들이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데 이번 일정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토머스 소장은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홍콩에 내리는 미군 장병들이 몇 명이나 되나요?

기자) 최소한 수 천 명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항모 전단은 보통 대형 선박 4척을 중심으로 꾸리는데요. 항공모함 본선과 순양함인 ‘챈슬러즈빌’함, 구축함 ‘벤폴드’함, 이지스 구축함 ‘커티스 윌버함’ 등이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항모 본선에만 해군과 공군 장병을 합쳐 4천800명 이상 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배들의 승조원까지 합치면 상당한 규모가 됩니다.

진행자) 홍콩은 중국이 관할하는 곳인데, 입항 허가가 나오기까지 쉽지 않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9월 말 미 해군 강습상륙함 ‘와스프’함이 홍콩 기항을 요청했지만, 중국 당국은 허가를 내주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10월에 미 해군이 홍콩에서 진행하려던 일정이 무산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 측이 적극적으로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을 맞았는데요. 인민해방군 홍콩주둔군의 탄번훙 사령관이 지난 20일, 직접 헬리콥터 편으로 홍콩으로 향하는 레이건함 선상에 내려 환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홍콩주둔군과 현지 경찰은, 홍콩에 내리는 미 해군 장병들을 위한 만찬 행사를 주관하고, 현지 학교 방문 일정 등을 준비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측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미국에 화해 손짓을 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중국이 입항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9월만 해도, 미-중 통상 마찰이 최고조에 달했는데요. 얼마전부터 양국이 외교안보 대화도 진행하고, 통상 당국자 간 실무 협상을 진행하면서 긴장이 조금씩 수그러드는 흐름입니다. 또 이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에 별도 회담도 예정돼있기 때문에, 중국 측이 대화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미국 쪽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나요?

기자) 미국은 정상회담 배석 인원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중국 강경파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미-중 정상 만찬 일정에서 빠진다고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21일 보도했는데요. 나바로 위원장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그만 두라는 월가의 거물들은 중국의 간첩이며, 이달 말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타협도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할 정도로 중국에 강경한 인물입니다.

진행자)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양측이 서로 노력하는 셈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통상 마찰이 본격화 된 뒤 처음으로 한 테이블에 앉게 되는 두 정상이, 회담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양측이 모두 성의를 보이고 있는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진전을 이루기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최근 언론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서요. 친선 교류 일정을 진행하는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 전단,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레이건함 전단이 언제 홍콩을 떠날지는 작전예규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미 7함대 측이 `VOA'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향후 행로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기 때문에 상당 기간 머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이고르 코로보프 러시아군 총정보국장.
최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이고르 코로보프 러시아군 총정보국장.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러시아군 정보기관 책임자가 사망했다고요?

기자) 네. 이른바 ‘정찰총국’으로 알려진, 러시아군 총정보국(GRU) 이고르 코로보프 국장이 21일 모스크바에서 숨졌습니다. 러시아 국방부가 2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사망 사실을 확인했는데요. 코로보프 국장에 대해 “뛰어난 러시아의 아들이었으며, 믿을 수 있는 애국자였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숨졌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요. 최근 투병했던 상황만 소개했습니다.

진행자) 숨진 코로보프 국장이, 미국 정부 제재를 받은 인물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재무부는 지난 2016년 말, GRU와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을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지목하고, 코로보프 국장과 부국장을 비롯한 GRU 지휘부에 직접 제재를 가했습니다. 이들과 관련 단체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 접근까지 차단했습니다.

진행자) 제재 이유는 뭔가요?

기자) GRU 등이 그 해 미국 대통령선거에 ‘해킹(불법 전산망 침입)’ 등으로 개입한 일 때문입니다. 러시아 당국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등을 해킹했다고,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이 결론 내렸는데요. 폭로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민주당 전국위 관계자들의 이메일을 해킹해 공개한 일에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협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GRU가 미국 대선 외에, 다른 국제적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공작 활동을 벌인 것으로 서방 측은 의심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게 지난 3월 영국에서 발생한 ‘스크리팔 부녀 독살 기도 사건’입니다.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 씨와 그 딸이, 독성물질에 노출돼 중태에 빠졌던 일인데요. 영국 정부 조사 결과, 옛 소련에서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이 발견됐습니다. 영국 측은 GRU 요원이 현지에 잠입해서, 이들 부녀의 살해를 기도한 것으로 봤습니다.

진행자) 스크리팔 부녀가 결국 희생된 건가요?

기자) 중태에 빠졌지만, 나중에 회복됐습니다. 그래서, 스크리팔 씨 부녀 암살에 실패한 데 대해 코로보프 GRU 국장이 러시아 고위 당국의 강한 추궁을 받았던 것으로 영국 언론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영국에서 벌어진 일 말고, GRU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기자)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선거 진영의 자료를 빼돌린 일도 파악됐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는데요. 러시아 측은 미국 대선 개입, 스크리팔 부녀 독살 기도, 프랑스 대선 개입 가운데 어느 하나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앤더스 사무엘센 덴마크 외교장관.
앤더스 사무엘센 덴마크 외교장관.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덴마크가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군사협력을 중단한다고요?

기자) 네. 향후 사우디에 대한 무기와 군사장비 수출 허가를 전면 보류한다고 덴마크 국방부가 22일 밝혔습니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씨 피살 사건과, 예멘 내전 개입에 대한 제재의 일환인 것으로 설명했는데요. 유럽 주요국가에서 사우디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흐름입니다.

진행자) 덴마크 외에, 유럽 어떤 나라가 사우디를 제재하나요?

기자) 독일도 앞서 비슷한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면장의 효력을 최근 정지시켰는데요. 사우디와의 무기 거래를 전면 중단하는 겁니다. 프랑스 정부도 제재 시행 여부를 곧 결정할 것이라고 지난 19일 밝혔습니다.

진행자) 유럽 국가들이 사우디에 무기 수출을 중단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기자) 사우디는 세계 최대 무기수입국 중 하나입니다. 사들인 무기 중 상당 분량이 예멘 내전 개입에 투입되는데요. 사우디 당국은 아랍에미리트 등과 함께 ‘아랍동맹군’을 주도하면서, 예멘 정부군을 돕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무기와 군사 물자를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예멘 내전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예멘 상황을 악화시키는 무기 공급을 차단하겠다는 게 유럽 주요 국가들의 의도인데요. 하지만 사우디를 중동 최대 동맹으로 삼고 있는 미국은 무기 판매를 계속 유지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유럽 측의 잇따른 무기 거래 중단이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입장은 뭡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 전 성명을 냈는데요. 카쇼기 씨 피살 사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우디가 1천1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무기를 구매한다며, “그건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다. 그런 주문을 취소하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우디 당국에 대해서는) 제재를 포함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이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사우디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배경에 대해, 사우디 왕실이 카쇼기 씨 살해 음모를 알았는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미 정보당국이 파악한 내용과 배치된다고요?

기자) 네. 미 중앙정보국(CIA)은, 사우디 정부 실력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정부와 왕실을 비판하는 카쇼기 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본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결론 난 것이 아니라고 22일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CIA의 판단은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직접적인 살해 원인이 왕세자에게 있다고 밝히진 않았다며 사우디를 지지했습니다.

진행자) 카쇼기 씨 피살 사건, 어떤 일이었는지 돌아보죠.

기자) 자말 카쇼기 씨는 사우디 출신 언론인입니다. 지난해부터 미국에 머물면서 `워싱턴 포스트' 신문 등에 기고했는데요. 사우디 왕실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터키국적 약혼자와 혼인 관련 서류를 떼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는데요. 사우디 당국이 보낸 암살단이 영사관 내부에서 카쇼기 씨를 살해한 것으로 터키 수사당국은 파악했습니다. 이후 세계 각국이 사우디 정부 실력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왕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우디 당국은 이 사건을 어떻게 설명합니까?

기자) 총영사관에서 카쇼기의 귀국을 종용했지만, 카쇼기가 거부해 몸싸움 끝에 살해된 것이라는 게 사우디 검찰의 발표입니다. 왕실이 관여한 계획적인 살인은 아니라는 건데요. 그래도 왕실 책임론이 잦아들지 않자, 20일 사우디 왕실은 빈살만 왕세자의 측근과 고위 관료 5명을 경질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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