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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미-한 전문가들 “미-한 워킹그룹 가동해도 남북 철도·도로 시행 갈 길 멀어”


A swimmer is lifted by the members of the Blue Man Group, who performed at the opening day of the pool season at the Wannsee lido in Berlin.
A swimmer is lifted by the members of the Blue Man Group, who performed at the opening day of the pool season at the Wannsee lido in Berlin.

미국과 한국이 북한 관련 실무급 워킹그룹을 가동해도 실질적인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는 갈 길이 멀다고 미국과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 관리들의 경제관 변화부터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한국이 이르면 20일 북한 문제를 다룰 실무급 워킹그룹을 출범할 예정인 가운데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가능성 등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남북한이 이미 올해 안에 남북 철도 연결과 현대화 착공식을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워킹그룹 가동으로 이 분야의 대북 제재 예외 인정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근 서울을 방문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수석부소장은 ‘VOA’에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놀란드 부소장] “I think this is very risky because as long as security situation remains as …”

핵 문제 등 안보 상황이 여전히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북한 정부에 자금이 유입되는 합의는 매우 위험하다는 겁니다.

놀란드 부소장은 이런 작은 제재 예외들이 국제 제재를 침식시킬 수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나 경제개혁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경제전문가인 김병연 교수는 ‘VOA’에 한국 정부가 “착공식은 착공식이고 실제 시행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 “만약 제재 해제 없이 착공식 이후에 실제 건설에 들어간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로 보여지고. 아마 그런 행보는 한국 내에서도 상당한 논쟁을 유발할 수 있고, 특히 한-미 공조에도 균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미국과 한국이 워킹그룹에서 남북이 앞서 합의한 착공식에는 합의할 여지가 있지만, 시행은 비핵화 과정과 연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미국과 한국이 더 시급하게 협의해야 할 것은 북한 정권에 비핵화에 따른 혜택이 무엇인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조건에서 핵을 포기할 것인가? 당연히 제재가 풀리지 않고 핵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강력해야겠죠. 따라서 제재는 계속 지속적으로 북한에 효과를 발휘하면서 동시에 김정은을 앞으로 당길 수 있는. 다시 말해 경제를 위해서 핵을 포기하는 데 어떤 식의 경제적 베네핏을 받을 수 있는가를 확실하게 보장해주자는 거죠. 지금까지 나온 안들은 굉장히 추상적이어서 핵을 포기하면 굉장히 잘 살 것이란 일종의 목사님의 블레싱같은 정도였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받기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보다 구체적인 로드맵이라든지 구체적인 베네핏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핵이냐 이것이냐 택하라 이렇게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령 제재 이전에 해마다 10억 달러 이상 수출하던 북한의 광산을 국제 공동으로 개발·관리해 생산과 이익을 증대하고 여기에 우라늄 광산도 포함해 핵 개발을 영구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이런 접근이 “북한이 기존 핵을 폐기해도 이를 만든 과학자와 우라늄이 있어 다시 핵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다는 우려와 남북 경협으로 번 돈을 다시 핵 개발에 전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으면서 투자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교수는 한국 정부가 적어도 그런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며, 다만 이를 제기할 시점에 도달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어느 단계에서 구체적인 경협 지원 또는 협력 방안을 논의할 시점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북한도 그것을 잘 알고 있고. 예를 들면 핵 신고와 검증, 폐기가 미-북 간에 구체적으로 합의가 되면 상응 조치로서 제재 완화라든지 종전 선언뿐 아니라 경협 지원 방안이 논의가 될 거예요. 어떤 경협 방안을 만들 것인가를 어느 시점에서 고민할 부분은 맞지만 현 단계는 그런 방안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란 판단을 우리 정부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담은 휴대용 저장 장치인 USB(컴퓨터 막대기)를 전달해 비핵화에 따른 경협 구상을 밝혔다는 겁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그러니까 북한도 이미 비핵화 조치가 이행되면 남쪽하고 어떤 경협이 추진될 것인지를 이미 알고 있는 겁니다. 그것을 세부적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단계이고. 철도와 도로, 산림은 초기 단계이고 이게 발전해서 북한의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들이 가동이 되는 거죠. 그것은 북한도 알고 있습니다.”

김병연 교수는 그러나 북한 정부가 중시하는 것은 미국의 입장이라며, 각 단계마다 추상적이 아니라 어떤 혜택을 구체적으로 줄 것인지를 미국과 한국이 보다 긴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교수는 북한 경제 상황에 관해서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을 방문한 일부 관리와 전문가들이 새로운 건물 등 건설을 들어 제재가 비효율적이고, 북한 경제가 양호하다고 언급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 “그 근거로 북한의 높은 빌딩을 제시하는 것은 틀린 얘기 같습니다. 돈이 들어오면 그 돈으로 건물을 짓지 않습니까? 건물이란 것은 저량 변수입니다. 쌓여진 돈이 만든 것이고 지금 돈이 들어오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우리가 보는 건물들은 옛날의 번 돈들이 쓰인 것이고…”

김 교수는 옛 소련 붕괴 전에도 계속 유럽산 새 제품이 백화점에 유입됐지만 GDP는 하락했고, 기존 내부자원의 용도만 바꾸는 것을 경제발전의 신호로 보는 것은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의 국산품 생산이 증가한 것은 과거보다 개방된 데 따른 당연한 현상이지만, 이를 경제성장으로 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값싼 원자재를 구입해 국내에서 복잡한 기술 없이 제조할 수 있는 식료품 등은 순환이 빨라 수입품보다 싸기 때문에 국산품이 증가할 수 있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중간재 증가의 신호가 없는 한 경제성장으로 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임 교수는 그러나 발전과 낙후된 부분이 공존하고 있지만, 북한의 경제가 한 단계 성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아주 발전된 부분과 여전히 낙후된 부분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하는 것이고. 실제로 사회주의 저개발 국가들은 하나의 앞서가는 개발모델이 있는 것이고 북한은 일부 지역 평양이나 신의주 원산이라든지 일부 지역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해 놓고 그 개발의 성과를 토대로 전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점진적 경제개발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관찰자 입장에서 보면 앞서가는 부분이 있고 뒤처지는 부분들을 동시에 볼 수밖에 없고. 그러나 평균적으로 보면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이 한 단계 상승한 것은 분명해요.”

장마당 활동이 활발하고 물가와 환율이 안정적이며 건설도 지방 단위에서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가 성장 추세에 있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관리들의 경제관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장형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무조건 뭔가를 지원하려 하기보다 북한이 스스로 경제성장을 이룰 수는 토대를 닦아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형수 학장] “북한 같은 최빈국이 경제성장에 더 토대를 닦을 수 있는, 지금 당장 성장한다는 것은 힘듭니다. 그런 쪽에 중점을 두는 대북 지원이 돼야 하고. 남한에서는 조금 급하게 생각하는 마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다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같이 협력한다고 해도 그 결과물은 다 북쪽 땅에 남아있습니다.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나서서 북한을 어떻게 가르친다는 생각을 좀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단기적인 급한 마음에 사로잡히지 마시고 중장기적으로 길게 봐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어디 가지 않을 것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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