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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간 끌기’ 전략, 북한 도발 부추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간선거 다음날 인 7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간선거 다음날 인 7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북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북한과 협상했던 전직 미 고위 관리들은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에 안도해선 안 된다며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 북한의 도발이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중간선거 다음 날인 7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트럼프 대통령.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 are very happy how it’s going with North Korea, we think it’s going fine, we’re in no rush. We’re in no hurry.”

북한과의 진행 사항에 대해 매우 기쁘고, 잘 진행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에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던 지난 9월 발언과 맥을 같이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He recognized that denuclearization is not going to happen quickly, so he’s setting realistic expectations. I also suppose that he is using it as a bargaining tactic.”

북한의 비핵화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대통령이 인지했다는 겁니다.

동시에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간절히 바라는 북한에 대한 ‘협상 전술’로도 해석했습니다.

“바쁠 게 없다”는 발언을 통해 미-북 합의에 앞서 회담을 열 의향이 없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북한을 압박할 의도라는 진단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거듭 한 것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미-북 간 진전이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게 전직 관리들의 대체적 견해입니다.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없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다며, 이 때문에 미국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t’s pretty clear that they don’t have the way forward with North Korea, so they are trying to slow the process down.”

이어 미국과 한국이 대북 제재 완화와 대북 정책을 둘러싼 이견을 좁힌다면 북 핵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그런 변화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부차관보는 북한과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정치적 전술’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 think it’s a political tactic by Trump who realized that things are not going well and his way of excusing the trouble is to say that he’s not pressed for time. So it’s an avoidance tactic.”

북한과의 문제가 잘 풀리지 않고 있음을 깨달은 트럼프 대통령이
핑계를 대기 위해 자신은 시간 압박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며 ‘회피 전술’을 쓰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전직관리들은 그러나 북 핵 협상이 지금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교착 상태가 계속될 경우 미국에도 이로울 게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다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입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The main concern is that, Kim Jon Un will feel that he has to increase pressure on US and South Korea. That would mean explicit threats to resume testing, so I don’t know how long Kim Jong Un is prepared to wait. I don’t know how patient he is before he obtains sanctions relief. “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여야겠다고 느낄 수 있으며 이는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는 분명한 위협을 뜻한다는 설명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김정은이 얼마나 기다릴 준비가 됐는지, 또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해 언제까지 참을성을 발휘할 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마치 북한이 실험에 나서지 않기만 하면 이득을 본다고 느끼는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에 위험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As long as North Korea doesn’t resume missile, then the Trump administration feels it has a benefit, but if North Korea resumes, that would be detrimental both in terms of strategic threat and Trump’s political position.”

북한이 만약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면 이는 전략적 위협 측면에서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에도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따라서 중간선거를 치른 행정부가 이제 다시 북한을 압박할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미-북 협상이 지체될수록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더 받을 것이라면서, 미국의 보다 큰 문제는 이 두 나라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보좌관] “I think Kim Jong Un has been encouraged by some of his partners, make greater demands like the easing of sanctions so I think our problem is more with the Chinese and the Russians.”

와일더 보좌관은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파트너 국가들이 김정은에게 제재 완화 등 더 많은 것을 요구하도록 부추겼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들 국가에게 그런 행동이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미-북 간 답보 상태가 계속되면, 미국은 지금보다 몇 배 수준의 제재 이행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f the current stalemate continues, the US needs to redouble its efforts to enforce the sanctions.”

힐 전 차관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 수준에서 안도하고 있다며, 실제 위험은 북한이 다시 실험을 재개하기로 결정하는 것으로, 이 같은 도발 움직임을 막기 위한 수단은 제재를 통한 압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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