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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핼러윈의 백미, ‘귀신의 집’ 공포체험...웨스트버지니아 ‘로드킬’ 요리 축제


지난 2015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더 덴트 스쿨하우스" 귀신의 집에서 귀신 분장을 한 배우가 아이들을 놀래키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날. 10월 31일은 ‘핼러윈데이’입니다. 핼러윈은 귀신이 출몰한다고 믿는 날로, 사람들은 유령이나 괴물 복장을 하고 파티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분장을 한 채 이웃집에 찾아가 사탕을 달라고 조르죠. 이런 핼러윈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귀신의 집’ 입니다. 핼러윈데이가 되면 공포를 느끼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 전역에서 4천 개가 넘는 귀신의 집이나, 공포체험 공간이 문을 연다는데요. 미 동부 메릴랜드 주의 유명한 귀신의 집인 ‘마르코프 귀신의 숲’을 찾아가보죠.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핼러윈의 백미, ‘귀신의 집’ 공포체험...웨스트버지니아 ‘로드킬’ 요리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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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핼러윈데이의 공포를 제대로 느끼는 ‘귀신의 집’”

[현장음: 마르코프 귀신의 숲]

어두운 밤, 으쓱한 풀숲에서 귀신이 기어 나옵니다. 시체처럼 생긴 좀비가 걸어 나와 친구가 되어주겠냐고 묻기도 하고, 눈이 없는 여자 귀신이 나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울부짖습니다.

[현장음: 마르코프 귀신의 숲]

괴기한 얼굴로 마르코프 귀신의 숲에 온 걸 환영한다는 귀신의 말에 오싹한 기분이 들지만, 이들은 진짜 귀신이 아닌 다들 귀신 역할을 맡은 배우들입니다.

마르코프 귀신의 숲은 악몽과 같은 상황을 실감 나게 재현하기 위해 집도, 사람도 최대한 무섭게 표현한다는데요. 폴 브루바커 부사장의 설명을 들어보죠.

[녹취: 폴 브루바커 부사장] “요즘 미국인의 99%는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편안함에 안주해 있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한 번씩 몸을 거칠게 다뤄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런 위험을 즐기기 위해 돈까지 내고 이렇게 톱을 든 귀신에게 쫓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르코프 귀신의 숲은 10월에 개장합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준비는 훨씬 일찍 시작되는데요.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매년 200명이 넘는 배우들과 직원들이 모여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갑니다.

[현장음: 마르코프 귀신의 숲]

연기 지도 강사들은 배우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무서울 수 있을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는지 가르치는데요.

[녹취: 댄 컴버랜드]

어떻게든 사람들이 계속 움직이게끔 하고, ‘여기서 나가라’ 이런 소리는 하지 말라는 건데요. 설명을 듣는 배우들의 얼굴에선 진지함이 묻어납니다.

이렇게 연기 연습을 한 후 해가 지기 전까지 중요한 과정을 하나 더 거쳐야 합니다. 바로 분장인데요. 자신의 역할과 소품 등을 다 정하고 나면 분장실로 들어갑니다. 마르코프 귀신의 숲의 분장 전문가인 크리스 놀스 씨의 손도 이때부터 바쁘게 움직입니다.

[녹취: 크리스 놀스] “분장실이 아주 빡빡하게 돌아갑니다. 분장을 해야 할 배우가 120명이나 돼요. 그러니까 분장사 한 명당 배우 한 명을 화장하는 데 소요할 수 있는 시간이 5분에서 10분밖에 없는데요. 귀신 분장을 대충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우린 화장 솔 대신에 화장품 내용물이 분무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에어브러쉬 제품을 씁니다. 이것처럼 빠른 게 없어요.”

분무기가 지나간 배우의 얼굴은 어느새 무서운 얼굴로 변해 있습니다. 허연 얼굴에 거무튀튀한 눈, 피가 흐르고, 살이 썩은 것까지 그대로 재현이 되는데요. 이렇게 준비를 마치면 배우들은 본격적으로 귀신의 숲으로 들어가 연기를 시작합니다. 귀신 연기는 마지막 손님이 떠날 때까지 계속된다고 하네요.

[녹취: 케이트 펜] “우리는 보통 정해진 장소에서 분장을 한 채 8시간 정도 있어야 합니다. 목에 힘을 줘 무서운 목소리를 내고 즉흥 연기도 해야 하죠.”

밤마다 이렇게 연기를 하는 게 쉽진 않겠죠? 하지만, 배우들은 이렇게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게 즐겁다고 합니다.

[녹취: 알렉시스 킴] “저는 키가 167cm 정도 돼요. 몸도 말라서 왜소한 편이죠. 그런데 180cm가 넘는 거대한 탑 같은 남자들을 골려주는 게 솔직히 재미있습니다.”

귀신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탓일까요? 방문객들은 여기서도, 저기서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다니는데요. 하지만 이런 공포체험이야말로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기에, 한번 마르코프 귀신의 숲을 찾은 사람들은 매년 찾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말린턴 마을에서 로드킬 요리축제가 열렸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말린턴 마을에서 로드킬 요리축제가 열렸다.

“두 번째 이야기, 차에 치인 야생동물로 요리하는 웨스트버지니아 ‘로드킬’ 요리 축제”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오싹한 기분이 드는 곳을 한 곳 더 찾아가 볼까요? 미국엔 여러 종류의 축제가 열립니다. 음악 축제, 영화 축제, 게임 축제 등 그 종류도 다양하죠. 그런데 매년 가을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마을에선 도로에서 차에 치인 야생동물로 요리한 음식을 선보이는 일명 ‘로드킬’ 요리 축제가 열립니다.

[현장음: 로드킬 요리축제]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조용한 시골 마을 말린턴. 하지만 매년 가을 이곳엔 미 전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로드킬 쿡오프(Roadkill Cook-off)’ 즉 로드킬 요리축제를 찾는 사람들 때문인데요. 25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이 축제는 고속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은 흑곰, 쥐, 사슴의 한 종류인 엘크, 민물 거북, 파충류 등을 주 재료로 한 요리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녹취: 요리사 1]

‘촌뜨기 악어’라는 이름의 요리와 ‘옥수숫가루를 곁들인 거북이 조림’을 만들어 왔다는 요리사가 있는가 하면,

[녹취: 요리사 2]

‘포식자와 먹이’라는 이름의 매운 소스를 곁들인 곰과 사슴 고기 요리도 있는데요. 이름만 들어선 도무지 맛이 짐작이 가지 않는 요리들이 매대마다 놓여 있습니다. 축제를 찾은 사람들은 바로 이 맛에 로드킬 요리 축제를 찾는다고 했습니다.

[녹취: 샌디 워커] “우리는 매년 축제를 찾습니다. 아주 새로운 음식을 맛볼 수 있거든요. 사실 우리가 악어 고기를 매일 먹진 못하잖아요? 곰 고기도 언제 한번 먹어보겠어요? 이런 독특한 음식을 경험하는 게 정말 재미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포카혼타스 카운티’ 상공회의소 빌 조던 의장은 로드킬 요리 축제가 지역의 자랑이긴 하지만, 식자재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빌 조던] “차에 치인 동물을 즉시 처리하지 않으면 단 몇 분 만에도 상합니다. 그래서 만약 사슴을 친다면 즉시 사체를 깨끗이 씻는 게 최우선이죠. 도로에선 죽은 지 단 5분만 지나도 상태가 나빠질 수 있거든요.”

로드킬 요리축제에 참여한 요리사들은 자신들이 사용한 재료는 안전하다는 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축제 참가자들은 도로에서 죽어 나가는 동물이 얼마나 많은데, 그 동물을 요리해 먹지 않는 건 낭비라고 주장하는데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차에 치인 동물을 주워다가 요리하는 걸 법으로 허용하는 주는 절반가량 된다고 합니다. 요리사 안젤라 레스터 씨는 차에 치인 동물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했습니다.

[녹취: 안젤라 레스터] “여기는 웨스트버니지아주예요. 야생동물이 천지에 널렸죠. 야생동물을 우리가 통제할 수도 없고요. 운전하고 다니면서 동물을 안 칠 수도 없습니다. 우리에겐 매일 같이 일어나는 일이고, 그렇게 얻게 된 동물들을 그저 요리해서 먹는 것뿐이에요.”

로드킬 요리축제는 이렇게 안전상의 문제로 논란이 좀 있긴 한데요. 하지만 25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웨스트버지니아의 ‘전통’이자 ‘자랑’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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