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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최신 벤츠 차량·고가 오토바이 포착...제재 위반 여부 주목


지난달 20일 평양 방문을 마치고 순안비행장으로 향하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 차량을 북한 오토바이 부대가 호위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평양 방문을 마치고 순안비행장으로 향하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 차량을 북한 오토바이 부대가 호위하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에 평양 내부 모습이 포착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최신 벤츠 차량과 고가의 오토바이 등 제재 위반으로 의심되는 물품들도 속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경로로 이들 사치품이 유입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던 지난달 18일 20여대의 모터사이클, 즉 오토바이 부대가 호위를 하는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잡혔습니다.

이들 오토바이들은 이후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 차량에 탑승해 평양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일 때도 선두에 선 형태로 운행을 했습니다.

해당 오토바이 모델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봤습니다.

그 결과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CF 모토’사가 제작한 CF650G 모델과 전체적인 외형과 세부 부품들의 모양이 같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당 가격은 1만에서 1만5천 달러. 해당 모델은 2014년부터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지난 4년 사이에 북한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달 18일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탄 무개차를 호위하는 북한 군인이 중국 ’CF 모토’사의 CF650G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18일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탄 무개차를 호위하는 북한 군인이 중국 ’CF 모토’사의 CF650G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으로의 사치품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가의 오토바이가 지난 몇 년 사이 북한으로 유입됐다면 제재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VOA는 ‘CF모토’에 연락을 취했지만 3주 넘게 답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또 다른 제재 위반 가능성은 북한 군이 사용하는 물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측 대표를 지냈던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도 이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뉴콤 전 분석관] “The exemption for small arms...”

뉴콤 전 분석관은 과거에는 경찰이 사용하는 소형 무기와 각종 장비에 대해 금수 조치를 면제한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오토바이가 북한의 경비 병력에 의해 사용되는 건 제재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남북 정상회담 기간 중 평양에서 여러 대의 고가의 차량이 발견된 점도 주목됩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에는 북한의 고위층만이 사용한다는 ‘727’로 시작하는 번호판을 단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형 차량들이 포착됐습니다.

지난달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 일행 뒤로 ‘727’ 번호판을 단 2009년식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2017년식 벤츠 E350D, 2012년식 E클래스 차량 등이 따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 일행 뒤로 ‘727’ 번호판을 단 2009년식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2017년식 벤츠 E350D, 2012년식 E클래스 차량 등이 따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중 차량 행렬 중간 부분에는 꽤 최근인 2017년에 생산된 E 350D 모델 차량이 확인됐습니다. 또 이 차량의 앞뒤로 각각 2012년 E 클래스 차량과 2009년 S 클래스로 추정되는 차량도 목격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세부 모델과 옵션에 따라 최대 가격이 10만 달러를 넘는 고가의 차량입니다.

안보리는 지난 2006년 채택한 결의 1718호를 통해 사치품 금수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이후 2013년 추가 결의를 채택하면서 사치품 목록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고가의 차량’도 포함됐습니다.

2013년 이후에 유입이 됐다면 ‘사치품 여부’와 관계없이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미입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탑승한 차량 역시 고가의 벤츠 차량입니다.

특히 이 차량은 이미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 의해 사치품으로 지적을 받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2015년에 발행한 연례 보고서에서 2대의 벤츠 리무진이 평양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서 포착됐다며, 1718호에 대한 위반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2015년에 발행한 연례 보고서에서 2대의 벤츠 리무진이 평양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서 포착됐다며, 1718호에 대한 위반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대북제재위원회는 2015년에 발행한 연례 보고서에서 2대의 벤츠 리무진이 평양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서 포착됐다며, 1718호에 대한 위반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차량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차량의 모양과 휠 등 세부사항이 두 정상이 탑승한 차량과 동일합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 오를 때에도 일본의 렉서스사의 SUV 차량이 포착됐는데, 전체적인 외형이 최신 ‘LX’ 모델과 같았습니다.

그 밖에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전용 차량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포착된 대형 헤드폰과 차량에 설치된 20인치 크기의 ‘미쉐린’ 타이어 등도 사치품 금수 위반을 의심케 하는 사례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고가의 차량’이 아닌 이들 물품들은 ‘사치품’인지 여부를 놓고 각국이 해석을 달리해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피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2018평양정상회담 환영식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2018평양정상회담 환영식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현재 유엔의 사치품 목록에는 ‘고가의 차량’과 ‘제트 스키’, ‘스키 리프트’ 등 일부 품목만 포함된 상태입니다. 대신 유엔은 각 나라들이 사치품 목록을 만들어 금수 조치를 시행하도록 했는데, 각 나라마다 규정하고 있는 사치품 목록이 다른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프리실라 모리우치 전 국가안보국(NSA) 동아시아 태평양 사이버 안보 담당관은 "사치품에 대한 규정과 해석이 국가들마다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고, '뉴욕타임스' 신문도 제재 전문가들을 인용해 '사치품에 대한 서방 국가들과 중국의 해석 차이 때문에 북한으로 들어가는 사치품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사치품 유입의 핵심 통로로 알려진 중국도 극히 일부 품목만을 사치품 목록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언급된 오토바이 역시 유엔 안보리는 물론 중국의 금수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고가의 오토바이는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정한 사치품 목록에 들어 있어 북한으로 수출을 할 수 없지만 중국의 금수품 목록에는 오르지 않았다”며, 어떤 경로로 유입이 됐는지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뉴콤 전 분석관도 지난해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사치품 목록’을 만들지 않고 있는 사실을 비판했습니다.

[녹취: 뉴콤 전 분석관] "To this date China..."

뉴콤 전 분석관은 중국의 유일한 사치품 목록은 결의 채택 당시 명시됐던 일부 품목에 대한 것이라며, 안보리는 지난 2006년 해당 결의를 채택하면서 각 회원국들이 목록을 만들도록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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