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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국 괴롭힘에 굴복 않아"...'러시아 해킹' 각국 비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미국은 중국의 미국 국내 문제 개입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러시아가 세계 주요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영국 정부가 주장했고요.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서 인도주의 분야를 제외하라는 국제사법재판소 판결, 이어서 들여다보겠습니다.

진행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내놨군요.

기자) 네. 펜스 부통령이 4일, 워싱턴에 있는 유력 정책연구기관(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신 대중국 정책을 설명했습니다. 강경한 입장이 뼈대를 이뤘는데요. 최근 무역과 외교, 안보 등 다방면에서 악화되는 미-중 관계에 ‘불을 붙일(inflame)’ 것으로 CNN방송은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어떤 내용인지 들여다보죠.

기자) 먼저 중국의 미국 정치 개입 문제를 짚었습니다. 펜스 부통령의 연설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펜스 부통령] “Beijing is employing a whole-of-government approach, using political, economic..."

기자) 중국 정부가 자국의 이익 신장을 위해 정치, 경제,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정부 차원의 접근’을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펜스 부통령은 또 중국이 전에 없는 능동적 방법으로, 미국 국내 정책과 정치에 개입하기 위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정부 차원의 접근’을 한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기자) 관영 매체를 비롯한, 다양한 정부 기구들을 중국이 여론전에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정부 기구들이 “미국의 언론, 기업, 영화계, 학계, 싱크탱크, 정부 관계자들에게 보상을 주거나, 강압적 지시를 하고 있다”고 펜스 부통령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선거와 관련해 미국의 여론을 조작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펜스 부통령 발언 들어보시죠.

[녹취: 펜스 부통령] “China has initiated a unprecedented effort to influence..."

기자) 중국이 미국의 2018년 선거(중간선거)와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지지 기반인 농업 지역과 제조업 등 현장 주변에서, ‘반트럼프’ 여론 조작을 시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펜스 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이 잘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은 다른 미국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은 줄곧 중국에 강경한 정책을 펴왔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비슷한 주장을 한 적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면서, 중국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개입을 시도했다고 주장했고요.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증거를 갖고 있다. 아무 근거 없이 혐의를 제기한 게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오와주 신문에 중국 관영매체가 게재한 의견 광고를 ‘트위터’에 올렸는데요. “중국이 이렇게 실제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문제도 거론했나요?

기자) 네, 최근 남중국해상에서 항행의 자유작전을 수행중이던 미국 구축함과 중국 구축함이 불과 40여m 거리까지 근접했던 사실을 지적했는데요. 펜스 부통령은 이런 중국의 난폭하고 무모한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미 해군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어디에서든 비행과 항해,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에 굴복하거나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 밖에 펜스 부통령의 연설, 어떤 내용이 있었습니까?

기자) 중국의 역점 대외 경제 사업인 ‘일대일로’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각 나라의 빚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업들로 세계 영향력 확대를 모색한다고 지적했고요. 또 최근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베네수엘라에 중국이 차관을 줘서, 니콜라스 마두로 독재 정권의 수명을 연장시켜줬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종교의 자유를 비롯한 중국의 인권 침해 사례를 지적하면서 중국 정부는 여전히 개혁과 개방에 대해 말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펜스 부통령의 연설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근거 없다”며 일축한 바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 당국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최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무역전쟁 이후) 미국산 원유 수송이 전면 중단됐다"고 ‘자오상쥐에너지운수’ 셰춘린 대표가 3일 홍콩 글로벌 해운포럼 연례회의에서 밝혔는데요. 자오상쥐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원유 수송을 전담하는 국영기업입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정찰총국(GRU). 영국은 러시아 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을 2015~2017년 사이 발생한 사이버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정찰총국(GRU). 영국은 러시아 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을 2015~2017년 사이 발생한 사이버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세계적인 사이버 공격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영국 정부가 밝혔군요?

기자) 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은 물론이고, 스포츠와 교통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방면의 사이버 공격을 러시아 군 정보기관 GRU가 배후 조종했다고 영국 정부가 주장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렇게 혼란을 조장해서 서구의 민주주의를 허물려 한다고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이 오늘(4일)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진행자) 비슷한 주장이 다른 나라에서도 나왔다고요?

기자) 네. 네덜란드에 있는 국제기구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를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들이 사이버 공격하려다 봉쇄당했다고, 네덜란드 국방부가 오늘(4일) 밝혔습니다. 이 사건 용의자들은 지난 4월 외교관 여권으로 네덜란드 현지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는데요. 러시아 당국이 지난 3월 영국에서 화학무기의 일종인 ‘신경작용제’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였습니다.

진행자) 이 밖에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된 사이버 공격 사례들은 어떤 건가요?

기자) 지난해 우크라이나 국제공항과, 주요 언론 매체들에 발생한 '배드래빗' 랜섬웨어 공격도 러시아가 벌인 것으로, 영국 측 조사 결과 나타났고요. 세계반도핑기구(WADA) 해킹 시도에도 러시아 당국이 관여했다고 영국 정부는 밝혔습니다. 러시아 올림픽 선수들의 불법약물 사용(도핑) 사태가 최근 몇 년간 국제 스포츠계에 파장을 남겼습니다.

진행자) 이런 주장에 러시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그동안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부인했습니다. 영국의 주장은 환상이라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말했고요,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도 영국이 ‘러시아공포증’을 앓고 있는 듯하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호주 정부도 스콧 모리스 총리와 외무부 장관 명의로 관련 성명을 냈는데요. 러시아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호주가 직접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국제사회가 정한 사이버 공간의 규범과 합의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미 법무부는 오늘(4일) 러시아군 정보 장교 7명을 불법 해킹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들은 미국과 국제 반도핑 기구, 체육단체들을 상대로 불법 전산활동을 감행한 혐의를 받았는데요. 약 20개 나라 운동 선수 250명에 관한 정보에 부당하게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법무부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해킹의 배후에 GRU가 있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요. GRU의 사이버 공격은 미국 정당과 싱크탱크부터 주요 기반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목표물에 진행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서방 각국이 불법 사이버 공격 배후로 지목한, 러시아군 정보기관 GRU, 어떤 곳인가요?

기자) 냉전 해체 이후 서방 국가들을 상대로 다양한 첩보활동과 공작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까운 사례로는, 지난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에 대한 신경작용제 독살 기도 사건이 있는데요. GRU 소속 장교 2명이 용의자라고 영국 정부가 앞서 밝혔습니다. 또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그리고 쿠바 미사일 위기에도 GRU가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재판관들이 내전을 치른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의 ‘인종학살' 관련 공청회에 참석했다. (자료사진)
지난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재판관들이 내전을 치른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의 ‘인종학살' 관련 공청회에 참석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관련해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법원 명령을 내렸다고요?

기자) 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3일,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에서 인도주의적 분야는 제외해야 한다고 명령했습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5월 이란 핵 합의에서 공식 탈퇴한 이래,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고 있는데요. 그러자 이란은 지난 7월, 미국의 조치는 양국이 지난 1955년 체결한 '친선·경제 관계·영사권 조약' 위반이라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었습니다.

진행자) '인도주의적 분야'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식량과 의약품, 농산품, 민항기 안전 장비 등 인도적 성격의 물품과 서비스를 말합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3일,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이런 물품을 이란에 수출하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압둘카위 유수프 국제사법재판소장은 이번 명령을 발표하면서, 미국은 인도적 필요에 따른 이런 물품들이 이란 영역으로 자유롭게 수출될 수 있도록 어떠한 방해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이번 법원 명령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실망스럽다는 반응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사안은 미국의 국가 안보 우려에 관한 것으로서, 국제사법재판소는 이번 사안에 대해 사법권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이 ICJ 제소의 근거로 삼은 이란과의 '친선·경제 관계·영사권 조약'을 철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또, 현재의 제재 하에서도 인도주의적으로 식품과 의약품, 의료 장비 등의 수출은 허용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란과의 '친선· 경제 관계·영사권 조약'이 체결된 게 60년도 더 전의 일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과의 '친선· 경제 관계·영사권 조약'은 이란 혁명 정권이 들어서기 훨씬 전인 1955년에 양국이 체결한 조약이고요. 이란에서 1979년 이란혁명이 발발해 왕정이 무너지고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국과 이란은 1980년 국교를 단절한 상황입니다. 앞서 국제사법재판소는 비록 이란 혁명이 발발하기 전에 체결된 조약이지만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제 폐기 수순을 밟게 됐군요.

기자) 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국제사법재판소는 이번 사안에 대한 사법권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란은 국제사법재판소를 미국을 공격하는 장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피트 호크스트라 네덜란드 주재 미국 대사는 앞서 3일 트위터에, 국제사법재판소가 모든 제재 철회를 주장한 이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부분만 인용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은 ICJ의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기자) 이란 외교 장관은 이번 명령은 이란의 정당성을 입증한 것이며 미국의 제재가 불법적이고 잔혹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이란 경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면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요. 이란 화폐인 리알화의 가치도 폭락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ICJ의 이번 명령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ICJ의 결정은 구속력은 갖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영향력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의 최고사법기구로 회원국 간의 법적 분쟁을 다루고 있는데요. 하지만 전에도 양국은 ICJ의 판결을 무시해왔습니다. 단,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그동안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해왔던 유럽의 기업들, 특히 국제사법재판소가 거론한 인도적 물품들을 다루는 기업들에는 이번 법원 명령이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는 관측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도 예고한 상황이죠?

기자) 네, 미국은 지난 8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복원했는데요. 두 번째 제재가 다음 달로 예고돼 있습니다. 두 번째 제재는 이란 중앙은행과 이란산 원유 등에 대한 제재로 이란 경제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인데요. 지난 2015년 이란과 핵 합의를 체결한 영국과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다른 당사국들은 이란 핵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이 이미 이란에서 철수하고 있는 중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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