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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커스 전 주중 대사] “‘북한 핵보유국’ 현실화 되는 중 …중국 없이 해결 어려워”


맥스 보커스 전 중국주재 미국 대사.
맥스 보커스 전 중국주재 미국 대사.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현 상황은 북한을 핵보유국 인정하는 쪽으로 다가가는 것과 같다고 맥스 보커스 전 주중 미국 대사가 지적했습니다. 보커스 전 대사는 7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과 복잡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중국의 도움 없이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6선 상원의원 출신으로 2014년부터 2017년 초까지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주중 대사를 지낸 코버스 대사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9.9 절 행사에 참석하는 리잔수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김정은 체제 이후 방북하는 최고위급 인사입니다. 그의 방북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보커스 전 대사) 중국의 장기적 계획은 아시아, 어쩌면 전 세계에서 최강대국이 되는 겁니다. 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길 원합니다. 중국은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북한을 손안에 쥐려 하죠. 시 주석의 오른팔인 리 상무위원장을 보내는 건 북한에 좋은 관계를 이어가자는 뜻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기자) 중국은 미-북 협상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보커스 전 대사) 미사일이든 비핵화든, 미-북 간 문제는 중국의 참여 없이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중국을 통해야 가능합니다. 북한은 경제적 안정과 미래 발전을 위해 중국에 상당히 의존해 있는 처지입니다. 북한도 중국도 북한의 이런 실정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두 나라가 서로 등지게 된다면, 북한 경제는 무너질 것이고, 이는 곧 한반도의 혼란을 초래하는 만큼, 시 주석도 김 위원장도 양국 관계에 큰 변화를 원치 않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보커스 전 대사) 상당히 복잡합니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희망하는 미국과 대화 중이고,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싶어하는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도 대화하고 있는데요. 중국은 한반도의 긴장을 원치 않는 만큼, 일련의 대화들이 이어지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한반도가 한국이나 미국의 주도 아래 있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는 않습니다. 중국의 주요 대북 전략은 단순히 말해, 모든 것이 잠잠한 상황이라면 그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겁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부진한 미-북 협상의 책임을 중국에게 돌리는 이유도 이 때문일까요?

보커스 전 대사) 대통령이 중국에 북한을 더욱 압박하라고 주는 압력은 얄팍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이지도 전략적이지도 않습니다. 중국은 자국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면 어떤 행동에도 나서지 않습니다. 중국을 움직이게 할 연결고리를 잘 찾아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겁니다. 어쨌든 싱가포로 회담 이후, 대북 제재는 전체적으로 완화됐다고 봅니다. 한국은 북한과 직접적인 협력을 도모하고 있고, 중국은 제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확실히 지난해 수준은 아닙니다. 러시아도 마찬가집니다. 서로가 이전같이 제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기자) 미-북 간 대화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주장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보커스 전 대사) 우선 김정은은 국제사회에서 ‘주역’이 되길 원합니다. 한국을 통해 미국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제안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수 있는 조건은 ‘비핵화’ 밖에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겠다는 ‘달콤한 말’을 전략 삼아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요. 어떻게 보면 얻고 싶은 것을 다 얻었습니다. 북한의 과거 행적을 돌아보십시오. 국제사회에 '핵 없는 북한' 이라는 희망을 품게 하고 큰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지금 김 위원장은 '약간의 행동'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 시키려 할 겁니다.

기자)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결국,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보커스 전 대사) 현실적으로 그 방향으로 다가서는 듯 합니다. 때문에 우선 중국이 책임감 있는 ‘핵보유국’일원이 되도록 설득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하는 시점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마도 그렇게 될 겁니다. 어쩌면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다음에 북한의 이름을 올려야 하는 날이 올 수 있다는 말이죠. 이 모든 나라들이 책임감 있게 핵을 보유하도록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겁니다.

기자) 북한과 협상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보커스 전 대사) 전략적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라크 공습처럼 즉석에서 처리하는 방식과 다르게 말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어쩌면 북한을 포함시키는 장기적 계획이 설득력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공조입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계속 핵과 미사일 역량을 크게 개발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계획은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과 함께해야 합니다.

기자)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보커스 전 대사) 6자회담은 북한이 약속을 어기면서 부시 대통령이 중단시켰습니다. 지금 6자회담을 부활시키기에는 아마 그 때와 상황이 다를 겁니다. 현재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너무나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불행하게 미-중 간 갈등의 골도 깊어 지고, 양국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구도가 아닌 점이 아쉽습니다.

지금까지 보커스 전 주중대사로부터 북 핵 문제와 중국 변수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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