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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사전문가들 “북한 ‘적’ 표현 삭제, 미한 군사태세 영향 안 줘”


지난해 12월 주한미군 군산기지에 배치된 F-16 전투기들와 유타주 힐 공군기지에서 전개한 F-35A 전투기가 군산 상공을 함께 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이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이라고 표현한 문구를 삭제하는 것은 미-한 동맹의 방어태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미 군사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와 비무장 지대의 재래식 전력 감축에 변화를 보이지 않는데 한국이 선의로 군사력을 먼저 완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은 전통적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적(enemy)이 아니라 더 부드러운 표현인 적대적 상대(adversary)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3일 VOA에 한국 정부가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이라고 규정한 문구를 삭제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녹취: 서먼 전 사령관] “We are still on the armistice’s condition, right? So nothing’s really changed. …”

한반도는 계속 정전 상황에 있고 아무것도 바뀐 게 없기 때문에 ‘적’이란 문구를 삭제하기로 한 한국의 결정이 당장 현 상황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겁니다.

서먼 전 사령관은 대신 이런 결정은 북한과의 진지한 대화를 위해 압박을 멈추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비무장 지대 내 감시 초소 철수로 군사 분계선의 방어 능력에 관해 어느 정도 우려가 있다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의 말에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이라고 규정한 문구를 삭제하기로 한 결정이 방어 태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t doesn’t have any direct impact on defense posture. I think it’s more kind of matter of public relations..”

한국 정부는 과거 ‘적’이란 문구를 국방백서에 넣고 빼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며 이번 결정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또 하나의 신호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나 한국에 대한 재래식 무기 위협이 감소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비무장 지대 감시 초소 철수 등 군사력 완화 조치를 먼저 취하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전문가들이 이렇게 ‘적’이란 표현 자체에 민감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 역시 북한을 적(enemy)이라고 표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 국방부와 정보당국의 보고서를 보면 북한에 대해 적대적 혹은 대립자라는 의미인 ‘adversary’, 위협이란 의미의 ‘threat’, 또는 반대자라는 의미의 ‘opponent’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화나게 하는 ‘Enemy’란 표현보다 부드러운 단어를 선호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완화된 표현을 쓴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e often use the word ‘adversary’ which is softer word…”

실제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도 Adversary 혹은 경쟁국이란 의미의 Competitor란 표현을 군사·정보 보고서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과거 냉전 시절에도 미국은 소련에 대해 자주 opponent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공단 책임연구원] “Adversary란 말은 써도 Enemy란 말은 잘 안 쓰죠. 좀 유치하잖아요 Enemy, 예컨대 어떤 사람이 머리가 나쁘다고 앞에서 You are stupid 라고 말하지 않잖아요. 그것은 value 판단이 되기 때문에.”

저명한 역사학자인 마이클 이그나티어프 전 캐나다 자유당 대표는 과거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적이란 의미의 Enemy와 적대적이란 의미의 adversary의 차이를 자세히 설명했었습니다.

Adversary는 이기길 원하는 상대로 신뢰가 가능하고 타협할 수 있으며 내일의 동맹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Enemy는 파괴하길 원하는 대상으로 신뢰가 불가능하며 규범대로 행하지 않고 타협이 아니라 달래는 대상이라는 게 이그나티어프 전 대표의 설명입니다.

오공단 책임연구원은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정부가 국방백서에서 ‘적’이란 표현을 삭제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변했다는 신호가 없는데 한국 정부가 국방 태세를 완화하는 징후는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공단 박사] “북한과의 관계에서 국방 분야를, 힘을 줄이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준비 태세를 약화하고 훈련도 줄이고 병력도 줄이고 그렇게 하면 안되죠. 그런 것이 총체적 문제입니다. 주적이란 말에 사람들이 신경을 쓰는데 말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지금 이런 것들을 하는가? 북한 정권은 절대 변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백서를 쓴다면 그것에 포인트를 맞춰 써야죠.”

베넷 박사는 미국은 북한에 적(Enemy)이란 표현을 쓰지 않지만, 북한은 미국을 “영원한 철천지 원수”, 한국은 미국의 “하수인”이라고 교육하고 선전한다며, 북한도 이런 말을 동시에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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