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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금강산관광 중단 10년, 기업들 어려움 가중… “대북 제재 해제돼야 재개 가능”


북한 금강산의 이파리들이 붉은 단풍으로 물들었다.
북한 금강산의 이파리들이 붉은 단풍으로 물들었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투자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투자기업들은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관광 재개에만 희망을 걸고 기다리고 있지만, 언제 다시 금강산관광이 시작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금강산투자기업협회의 최요식 회장은 2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하루 하루 겨우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요식 회장] “그럼 어떻게 살았나 의문이 가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막노동이나 대리운전, 보험 이런 활동하면서, 또 남의 회사 경비원, 이렇게 전환이 된 거죠. 어렵게 살았죠.”

북한 근로자들을 이용해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용역사업을 했던 최 회장은 평생직업과 노후 대책을 위해 투자를 했다가 관광 중단으로 모든 기회를 잃어 허무하다며, 지금은 은행 빚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금강산에서 숙박과 식당, 판매 등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사업을 했던 다른 투자기업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최요식 회장] “주로 영세업이었고, 본인들이 거기서 직접 활동을 했기 때문에 중단되고 곧 재개된다고 하니까 다른 사업도 엄두도 못내고, 또 거기다가 모든 것을 투자했잖아요. 그러니까 남쪽에서 다른 사업도 못하고...”

지난 2008년 한국 관광객이 탄 차들이 북한 금강산을 가기 위해 비무장지대(DMZ)로 들어서고 있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자가용을 통한 육로관광도 허용되었으나, 금강산 구경에 나섰던 한 관광객이 산책 중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2008년 7월 11일 전면 중단됐다.
지난 2008년 한국 관광객이 탄 차들이 북한 금강산을 가기 위해 비무장지대(DMZ)로 들어서고 있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자가용을 통한 육로관광도 허용되었으나, 금강산 구경에 나섰던 한 관광객이 산책 중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2008년 7월 11일 전면 중단됐다.

금강산관광은 1998년에 유람선을 이용해 처음 시작됐고, 2003년 9월 육로 관광길이 열리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93만여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았습니다.

북한은 관광객 1인당 50-100 달러의 입장료를 받아 매년 4-5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2008년 7월11일, 한국의 여성 관광객이 새벽에 혼자 관광에 나섰다가 북한 군 병사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금강산관광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북한은 금강산관광 중단이 장기화되자 2010년 4월, 한국 정부 소유 자산의 몰수와 민간 자산 동결, 관리 인원 추방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최 회장은 2016년 12월에 자산 실사를 위해 금강산을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요식 회장] “기업인들은 일체 못가게 하거든요. 왜냐하면 안보리 제재에 어긋나는 것으로 비칠까봐 아예 정부에서 꼼짝도 못하게 하고 있고...”

최 회장은 금강산관광 시설들이 외형은 멀쩡해 보이지만 내부 시설은 모두 훼손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마땅한 사업이나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금강산투자기업들은 관광 재개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천해성 차관이 오는 20일부터 시작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1일 금강산에 다녀왔고, 또 3일에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도 금강산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금강산관광 재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통일부는 1일 정례브리핑에서, 현 회장의 방북은 금강산관광 재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녹취: 이유진 부대변인] “정부는 대북 제재 상황을 잘 알고 있고요. 그런 관계국과 대북 제재와 관련해서 긴밀히 협의하면서 공조해 나가고 있습니다. 유지해 나갈 예정입니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한국 정부도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고 싶어하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봉현 부소장] “정부 입장에서야 여건만 되면 재개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잖아요. 그런데 그것은 우리 정부 입장과는 관계없는 여건 때문에 못하는 거니까, 당연히 우리 정부에서야 여건만 조성되면, 개성공단도 마찬가지이고, 재개하고 싶어하는 거죠.”

조 부소장은 금강산관광 재개가 남북 간 문제가 아니라 대북 제재와 관련된 문제라며, 무엇보다도 미-북 관계가 풀려야 금강산관광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대북 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제돼야 금강산관광도 재개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기본적으로 북한이 신고와 검증, 폐기라는 일반적인 원칙에 합의하고 신고 정도를 한다면 그 다음 단계에서 미국도 제재의 단계적 해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신 센터장은 북한이 신고에 나서면 한국 정부도 미국에 금강산관광 재개 정도는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의 틀이나 원칙에 합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대북 제재의 붕괴나 훼손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금강산관광투자기업들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손해 보전 등 피해보상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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