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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사일 전문가 라이트] “북한 ICBM 역량 증명 안돼…독자개발 아닌 소련제 가능성 커”


지난 2월 평양에서 열린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형 탄도미사일과 이동식발사차량.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역량은 여전히 이론의 영역이며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옛 소련의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한 데다 충분한 실험도 거치지 않아 작동 여부에 회의적이라는 시각입니다. 따라서 시험 발사 동결만으로도 실전 배치 위험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참여과학자연대의 미사일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미사일 시설에 대한 여러 위성 사진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시설에서는 폐기 절차가 이뤄지고 있고 일부에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건데요. 실제 미사일 발사 실험 없이도 역량 개선이 가능합니까?

참여과학자연대의 미사일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
참여과학자연대의 미사일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

라이트 박사) 북한은 화성-15형 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작동하는 듯한 설계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시험 발사 없이 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게 핵심입니다. 부품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발사에 실패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여부 등을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이론적으로는 작동이 가능한 ICBM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러 차례 추가 실험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실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알지 못합니다.

기자) 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된 미사일 시설의 확장 혹은 폐기 움직임만을 가지고 역량 개발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말씀이시군요.

라이트 박사) 그렇습니다. 북한이 시험 발사 유예를 이어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시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역량을 제한하는 것이죠. 북한은 감시 당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군사용 위성뿐이었지만 이제는 민간 위성으로도 관측이 되고 있죠. 따라서 의도적으로 일부 활동이 지속되는 걸 알려 일방적인 포기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기자) 최근에는 북한이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서 엔진 시험대 등을 해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엔진 시험대 해체는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라이트 박사) 북한이 서해 발사장에 있는 엔진 시험대와 건물 한 동을 해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실험장은 원래 위성 발사를 위해 사용됐는데 활동을 일부 줄였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평양 인근 산음동) 시설에서 미사일이 개발되고 있다는 움직임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북한이 엔진 시험대를 해체하며 진정성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오래된 위성 발사 기술에 더 이상 관심이 없어 이를 폐기하는 ‘쇼’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미사일 추가 실험 동결을 통해 북한 미사일의 미국 본토 타격 역량을 제한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보십니까?

라이트 박사) 조금 애매한 문제입니다. 북한은 화성-15형 ICBM과 핵무기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이를 결합할 수 있겠죠. 미국은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핵무기 탑재 미사일 발사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제가 김정은이라면 충분한 실험을 거치지 않은 지금의 미사일을 실제 공격에 사용할 자신이 없을 겁니다. 일종의 교착상태인 것이죠. 핵.미사일 실험 동결은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군사용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제한합니다. 좋은 조치이지만 시작에 불과합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북한이 두 차례의 엔진 시험만을 통해 화성-14, 화성-15형 ICBM 발사에 연이어 성공한 것을 매우 이례적으로 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실제로는 ICBM 개발 기술이 없으며 다른 곳에서 구입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신빙성 있다고 보십니까?

라이트 박사) 북한 미사일에 옛 소련 부품이 거의 확실히 사용됐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옛 소련 엔진이 사용됐다고 보는데요. 북한이 미사일 전체를 구입했는지 아니면 부품만 구입해 미사일을 자체 조립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습니다. 부품을 구입해 조립했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다고 봅니다. 저 역시 이 미사일은 북한의 독자적인 미사일이 아니라는 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보유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매우 적은 수의 미사일만을 보유했기 때문에 한 번 크게 터뜨린 뒤 선행을 베풀 듯이 추가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쏠 미사일이 없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말이죠. 하지만 북한이 1990년대 초에 많은 미사일 관련 부품을 구했다는 정보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보유했는지는 불행히도 알 수 없습니다.

기자) 미사일 부품을 외부로부터 구입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실제 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 쉽게 조립할 수 있습니까?

라이트 박사) 북한이 러시아 미사일 기술자들과 접촉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습니다. 1990년대에 이뤄진 일이고 아마 이후에도 접촉이 있었을 겁니다. 미사일 개발에 나섰던 기술자들을 통해 정보를 구할 수 있었죠. 하지만 미사일이라는 것은 꽤 오래된 기술이고 많은 부분이 알려져 있습니다. 엔진이나 터보 펌프와 같은 부품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지만 미사일 본체를 만드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죠. 모든 부품을 작동 가능한 미사일로 제조하는 것은 매우 복잡합니다. 저는 북한이 소련 부품과 전문가를 통해 미사일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두 차례의 엔진 시험만을 통해 ICBM 발사에 성공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라이트 박사) 일반적으로 개발 초기 단계에는 많은 실패를 거칩니다. 특정 부품이 다른 부품보다 더욱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보게 되는데요. 만약 소련이 이미 여러 차례 실험을 했기 때문에 작동할 것으로 확신하는 엔진이 있다면 미사일 발사 실패의 큰 요소를 제거하게 되는 겁니다. 얼마나 많은 운이 작용했는지 아니면 얼마나 많은 기술적 도움을 받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실험을 많이 하고 이를 통해 신뢰성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이는 이론적인 역량에 불과하지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기자) 그렇다면 미사일 실험 동결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뜻이군요?

라이트 박사) 네 그렇습니다. 만약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동결 이후 과거보다 더욱 안전해졌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당연히 그렇다고 답할 겁니다. 물론 검증이나 추가 미사일과 핵물질 생산 금지에 대한 합의가 있었으면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동결 상황이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좋은 첫 조치라고 봅니다.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로부터 북한 미사일 시설의 움직임과 역량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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