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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데 클레르크 전 남아공 대통령] “김정은, 완전한 체제 보장 전까진 핵 포기 않을 것”


프레드리크 데 클레르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완전한 체재 보장이 이뤄지기 전에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프레드리크 데 클레르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밝혔습니다.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2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전체주의 독재자이며 핵무기를 김 씨 왕조 유지를 위한 협상 카드로 본다는 점이 남아공 사례와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클레르크 전 대통령은 1989년부터 1994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비핵화를 이뤄냈고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석방하는 등 인권 문제 개선 노력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을 김영남 기자가 서면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대통령으로 재임하시던 당시 성공적으로 비핵화를 이루셨습니다. 핵무기를 보유했던 국가가 비핵화한 사례는 남아공이 유일하기 때문에 종종 북한 비핵화 모델로도 언급됩니다. 북한 비핵화 달성이 얼마나 어렵다고 보십니까?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 1989년 남아공과 현재 북한의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당시 남아공은 위협들로 인해 핵무기를 개발했지만 이런 위협들이 사라졌습니다. 소련 붕괴와 앙골라 주둔 쿠바군의 철수, 나미비아의 성공적인 독립 절차에 따른 결과입니다. 또한 남아공이 민주적인 협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결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남아공이 직면했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모든 국민들에 인종 갈등을 넘어선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아공은 핵무기에 따른 대가뿐만 아니라 최대한 빠르게 국제사회에 다시 들어가기 원했기 때문에 핵 역량을 폐기할 명확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기자) 북한 상황은 어떻게 다르다고 평가하십니까?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 북한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전체주의 독재자입니다. 김정은의 핵심 관심은 김씨 왕조를 이어가는 겁니다. 또한 핵무기를 이런 과정에서 사용할 협상 카드로 보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북한 경제를 불능화하는 제재를 끝내고 싶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은 북한 정권에 어떤 위협도 없다는 것이 완전하게 확실해지지 않는 이상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핵무기를 사용해) 제재의 전부나 일부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속 협상할 것으로 봅니다.

기자) 남아공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한 뒤 국제사회의 검증 절차를 밟았습니다. 북한이 남아공과 같은 철저한 검증 절차에 동의할 것으로 보십니까?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 남아공 비핵화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폐기 과정에 참여하는 게 필수라고 봅니다. 모든 핵무기가 파괴되고 또 핵 물질이 꼼꼼하게 감시되고 통제되기 위해서입니다. 핵 역량을 폐기하는 것과 관련한 북한의 진정성을 시험하는 것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통제를 허락할 의지가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북한이 장기적인 안정과 김 씨 왕조의 이해관계가 완전하게 보장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은 평화협정과 체제 보장 등이 비핵화 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시간을 벌기 위한 작전으로 보십니까?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 남아공이 핵무기를 폐기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핵무기를 개발하게 된 위협이 1989년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요인은 소련 붕괴였으며 1988년 이뤄진 앙골라와 쿠바와의 합의를 통해 앙골라에 주둔하던 5만 명의 쿠바군이 철수했습니다. 모두 알아야 하는 점은 1987년 10월 남아공 군대는 롬바강 전투에서 쿠바군과 소련이 이끄는 앙골라군과 직접 교전했습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가장 큰 규모의 전투였을 겁니다. 당시 93대의 소련제 탱크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졌죠. 남아공-앙골라-쿠바 3자간 합의는 1989년 유엔 주도하의 나미비아 독립의 길을 열었습니다. 또한 남아공과 국제사회간 오랫동안 지속됐던 갈등의 해결에 도출했었죠. 핵무기를 폐기한 것은 남아공이 국제사회에 다시 합류하는 과정 역시 촉진시켰습니다. 또한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는 데 들어가는 상당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 북한 비핵화 협상을 이끌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 어떤 조언을 하시고 싶으십니까?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 북한에 체제 보장을 제공하라고 협상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제재 해제와 국제경제 체제 편입에 따른 엄청난 장점을 강조하면서 말이죠. 달리 말해 북한 역시 중국과 베트남이 최근 수십 년간 걸어온 길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겁니다.

기자) 만약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핵 개발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없으십니까?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 아시아에서의 핵 확산 위험은 이들 국가들이 핵 보유국들에 의한 위협을 느끼면 높아질 겁니다. 또한 미국의 핵우산에 따른 보호를 더 이상 누릴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면 말이죠.

기자) 남아공이 국제사회에 다시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비핵화뿐만 아니라 백인우월주의 정책 등 인권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경우도 인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데 클레르크 전 대통령) 국제사회의 최우선 목표는 북한 핵 위협을 제거하는 게 돼야 합니다. 북한이 갑자기 모든 인권과 자유를 존중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 베트남과 같은 길을 걷도록 설득하게 된다면 북한 주민들의 일상 생활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비핵화를 이룬 프레드리크 데 클레르크 전 남아공 대통령으로부터 북한 핵 문제와 협상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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