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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미-북 정상 공동성명, CVID 빠진 채 `판문점 선언’에서 더 나아가지 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의 단독회담장에 입장한 후 다시 악수를 하고 있다. 두 정상은 사진 촬영 후 비공개로 회담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의 단독회담장에 입장한 후 다시 악수를 하고 있다. 두 정상은 사진 촬영 후 비공개로 회담을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공동성명에서 두드러진 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가 빠진 점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과정’으로 파악하고, 추가 회담을 통해 해결해 나간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폼페오 국무장관은 회담 하루 전날까지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가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고 강조하지 않았나요?

기자) 폼페오 장관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그동안 모두 CVID를 강조해 온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4개항으로 이뤄진 공동성명은 미-북 양측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문구를 담고 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는 현저히 약화된 겁니다.

진행자)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채택한 `판문점 선언’ 수준에 그친 것 아닌가요?

기자) 네, 판문점 선언도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를 강조했는데요, 여기에서 더 이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북 정상이 4개항의 합의 중 1항은 미-북 간 새로운 관계 수립, 2항은 평화체제 구축을 규정하고, 비핵화는 3항에 담은 것도 관심을 끕니다. 이번 회담이 사실상 비핵화에 온통 초점이 맞춰져 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뜻밖입니다.

진행자) CVID 중에 V와 I, 그러니까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빠진 이유가 뭘까요?

기자) 검증에 대해서는 그 방법을 놓고 많은 논의를 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입니다. 북한도 검증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놓고는 양측이 막바지까지 절충에 절충을 거듭했음에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북한은 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 거부 반응을 보인 건가요?

기자) 핵무기는 포기하더라도 향후 민간용 핵 발전의 여지까지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북한은 민간 핵 발전까지 포기하는 건 패전국에나 강요할 수 있는 `굴욕’에 해당한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신뢰 구축과 장관급 후속 협상을 제시하면서, 아예 `완전한’ 비핵화라는 포괄적인 표현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시기가 없고, 초기 단계 비핵화 조치도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네요?

기자) 이 부분 역시 과거의 실패한 합의를 되풀이 하지 않고,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으로 여겨졌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공동선언의 비핵화 합의에 대해 적잖은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추가 회담을 이어갈 것임을 강조하고 있지요?

기자) 네, 비핵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대신 추가 정상회담과 고위급 협상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한때 일괄타결식 해법을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시점부터 비핵화에 대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라고 한 건 이런 상황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공동성명에는 CVID도 없지만,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보장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도 담기지 않았더군요?

기자) 네, 한때 거론됐던 한국전쟁 종전 선언은 이뤄지지 않았고요, 그밖에 평화협정과 국교 정상화도 선언적 수준의 언급에 그쳤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앞으로 얼마나 자주 소통하면서 비핵화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느냐에 미-북 간 `새로운 관계 수립’의 속도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진행자) 이번 회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과거 행태에 대해 `반성’한 것이 큰 관심을 끌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첫 인사 뒤 공개 석상에 이어 확대회담에서도 “우리의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우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미국 대통령 앞에서 이런 발언을 한 건 `파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와 맞서며 `벼랑 끝 전술’에 매달렸던 과거의 행태에서 탈피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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