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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반전 거듭하는 미북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백악관에서 전용헬기 '마린원'에 오르기에 앞서 취재진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날 미북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기적처럼 합의됐던 미-북 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북한의 ‘담화’를 그 이유로 꼽았는데요. 북한이 어떤 배경에서 담화를 내놨으며 왜 이것이 문제가 됐는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과 한국에 대한 북한의 불만은 지난 16일 한 밤 중에 시작됐습니다. 이날 0시30분 북한은 판문점 남측 연락사무소에 한 장의 통지문을 보냈습니다.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 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날 오전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 포기를 강요하고 있다며,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미-북 정상회담을 재고려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계관은 특히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재검토 하겠다고 나오자 미국 백악관은 허를 찔린 분위기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통보가 없었다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ll have to see. We’ll have to see. We haven’t been notified at all. We’ll have to see.”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워싱턴과 평양 관계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9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으며, 북측은 이에 큰 만족을 표시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서와 북미 수뇌 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고…”

그리고 북한은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새벽 워싱턴 인근 공군기지에 직접 나가 억류자 3명을 맞으며 김정은 위원장에게 사의를 표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화기애애했던 미-북 간 기류가 갑자기 싸늘해진 겁니다.

전문가들은 10일에서 16일까지 엿새 간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중 뭔가가 발생했으며, 이것이 북한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겁니다.

몇 가지 북한을 자극할만한 요인이 있었습니다. 우선 한국과 미국은 11일부터 미-한 합동공군훈련인 ‘맥스선더’ 연습을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미국의 최신예 F-22 전투기가 참가했습니다.

이어 12일에는 탈북자 단체가 경기도 파주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했습니다. 또 14일에는 북한에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공사가 한국 국회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11-13일에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 언론과의 잇따른 인터뷰에서 `리비아식' 북 핵 해법을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볼튼 보좌관의 인터뷰가 가장 평양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볼튼 보좌관은 11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도 다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볼튼] "Nuclear,biochemical weapons..."

이어 볼튼 보좌관은 13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미국으로 반출해 폐기해야 한다”며, 대북 보상은 그 다음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볼튼 보좌관은 핵을 폐기한 뒤 정권이 붕괴된 리비아 사례도 거론했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정창현 한국 현대사연구소장은 북한 당국으로서는 볼튼 보좌관의 발언을 도저히 보아 넘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 ”11일까지만 해도 폼페오 국무장관은 북한의 번영을 얘기했는데, 이틀 뒤에 볼튼 보좌관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미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하니, 이런 부분은 미-북 사전 실무 접촉에서 합의된 것이 아닌데, 미국이 자꾸 범위를 확장하니, 북에 대한 압박으로 보고 특정인을 거명해서 반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1일에는 또 다른 자극적인 발언이 나왔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난을 치려 할 경우 큰 실수가 될 것이며 북한이 리비아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이 또다시 발끈했습니다. 북한은 24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펜스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고 부르며 미-북 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개인 명의의 담화를 낸 것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인의 발언에 대한 자신들의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미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따르면 볼튼 보좌관은 24일 오후 10시 최선희 부상의 담화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습니다. 이튿날 10시 트럼프 대통령은 최선희 부상의 담화가 북한의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을 보여준다며 예정된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녹취: 트럼프]”Based on recent statement of North Korea I decided to terminate the plan of June Summit in Singapore…

트럼프 대통령이 6월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하자 북한이 즉각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며 유화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북한으로부터 “따뜻하고 생산적인 소식을 들었다”고 화답했습니다. 이어 기자들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했다며, 6월12일에 예정대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워싱턴-평양 관계가 결국 미-북 정상회담의 성사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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