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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북, 미북정상회담 재고려 가능성 또 언급...전문가 “협상 위한 전략”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 재고려 가능성을 또 다시 언급하면서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려는 의도라면서,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의 판을 깨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 부상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며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최 부상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최근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았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비핵화에 나서길 바란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난을 치려한다면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이 미국과 합의를 이뤄내지 않으면 리비아처럼 끝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었습니다.

최 부상은 이 같은 펜스 부통령의 발언이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댄 것”이라며, “대미사업을 보는 나로서는 미국 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 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핵 보유국인 북한을 얼마 되지 않는 설비들이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봐도 펜스 부통령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며, '얼뜨기'라는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해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우리 자신을 지키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힘을 키웠다”며 미 고위 당국자들이 이런 엄연한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에 대한 협박성 발언도 등장했습니다.

최 부상은 펜스 부통령 등의 말을 그대로 되받아 넘긴다면 북한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 보지 못하고 상상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먼저 대화를 청탁하고도 마치 북한이 마주앉자고 청한 듯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저의가 무엇인지, 또 이를 통해 미국이 얻을 수 있다고 타산한 것이 궁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부상은 오랜 기간 북 핵 6자회담에 관여해 온 대미 협상의 '핵심 인물'로 꼽혀 왔습니다. 올해 초 북미국장에서 부상으로 승진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하는 책임자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미국과 한국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리선권 북한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남한 정부와 마주앉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북남 관계의 방향은 전적으로 남한 당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리 위원장은 미-한 연합훈련과 태영호 전 공사의 최근 국회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면서 "북남관계 개선 흐름에 전면 역행하는 무모한 행위들이 도가 넘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전날인 16일에도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하는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며 미-북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또 가장 최근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를 위해 방북을 신청한 8명의 한국 기자단의 명단을 5일 간 접수하지 않다가 당일에서야 뒤늦게 합류시키는 일도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의 강경한 발언을 근거로 미-북 정상회담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청와대는 “이번 최 부상의 담화에 대해 상황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미-북 정상회담이 6월12일에 성공적으로 열리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 언론 등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23일 열린 미-한 정상회담이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최종적으로는 미-북 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추진하기로 한 분위기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현재 중단된 남북 고위급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북한과 다시 접촉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북한이 남북 고위급회담을 중단한 요인으로 꼽히는 미-한 연합훈련인 '맥스선더'가 공식적으로 25일로 끝나는 만큼 이후 남북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최근 남북 간 경색된 분위기와 북한의 강경 발언 등은 현 시점에서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북-미 정상회담을 풀어가기 위해서 북-미가 샅바 싸움을 펼치는 과정에서 서로 잽을 날리는 정도로 봐야 되고...”

김 교수는 회담을 앞둔 북한으로선 미국의 과도한 요구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자칫 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이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런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의 강경한 발언을 넘어 판을 깨는 상황을 만들진 않을 것이라며,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일도 아니라고 김 교수는 말했습니다.

김기호 경기대 교수 역시 큰 틀에서는 이런 발언들이 추후 미-북 정상회담을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김기호 경기대] “서로가 요구하는 조건을 유리하게 맞추기 위한 전술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고요.”

다만 김 교수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뒤 북한의 태도가 변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중국의 개입 여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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