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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이란 '핵합의 유지' 확인...이스라엘-터키 외교관 맞추방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미국의 핵 합의 탈퇴에 대한 회담을 위해 페데리카 모게리니(왼쪽부터)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미국의 핵 합의 탈퇴에 대한 회담을 위해 페데리카 모게리니(왼쪽부터)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 주요국과 이란 외무장관들이 만나,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회담 후 이란은 “좋은 출발”을 했다며 만족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란에 두 번째 신규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얼마 전 예루살렘으로 옮긴 이후, 주변 지역에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사정, 함께 짚어보고요, 마지막으로 일본 경제가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는 소식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유럽 주요국과 이란의 외무장관들이 만났군요?

기자) 네. 유럽연합(EU) 외교당국자와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이란 외무장관들이 어제(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담했습니다. 얼마 전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데 대한 후속 대책을 논의했는데요. 미국은 빠졌지만, 2015년에 맺은 합의를 정상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해, 핵 합의를 살려나가는 데 “좋은 출발”을 했다며, 일단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2015년에 맺은 합의를 정상적으로 이행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이란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서방측은 경제 제재를 풀어주기로 한 게,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에 독일을 포함한 6개 나라와 이란이 당시 맺은 합의인데요. 여기서 미국이 탈퇴했지만, 이란은 계속해서 핵프로그램 동결을 지키고, 서방국가들은 이란과 경제 교류를 이어간다는 게 어제(15일) 합의 내용입니다.

진행자) 미국 없이도 ‘이란 핵 합의’를 유지하는 원칙에 동의했다는 건데, 이란과 유럽국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리는군요?

기자) 네, 이란이 합의 유지와 이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법적으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는데요, 유럽국가들이 그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법적, 경제적 보장을 제공할 수는 없지만, 유럽은 투자를 계속하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진지하다”고 이란 측을 설득한 것으로,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란 쪽에서는 핵 합의 이후 재개된 경제 교류가 무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이란 핵 합의 타결 이듬해인 2016년부터 재개된 경제 교류는 크게 봐서, 이란은 유럽으로 원유를 수출하고, 유럽 주요국들은 이란 기간 산업에 투자하거나 산업설비를 수출하는, 양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게 다시 끊길 것을 이란 측이 우려하는 겁니다. 이같은 이란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이번 장관급 회의에 이어, 다음 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차관급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경제교류 유지· 실천방안을 함께 만들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움직임이 중요하겠군요.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은 지난 10일,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달러 환전 조직 등을 상대로 ‘이란 핵 합의’ 탈퇴 후 첫 신규 제재를 단행한 데 이어, 어제(15일)는 이란 중앙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을 추가로 제재 대상에 올렸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설립한 무장 정파 ‘헤즈볼라’ 핵심 인물도 여기 들어갔는데요.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헤즈볼라의 과격하고 급진적인 행동에 자금을 대는” 이란 금융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제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헤즈볼라는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지목한 단체입니다.

진행자) 미국은 ‘이란 핵 합의’ 탈퇴 후, 독자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거 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앞으로 움직임에 남은 핵 합의 당사국들이 주목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이란을 상대로만 제재를 단행했지만,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까지 미국 정부가 고려중입니다.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앞서 13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지금 이란에 투자하고 있거나,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유럽 업체들을 제재할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렇게 되면, 어제(15일) 유럽 주요국과 이란이 합의한 경제교류 유지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이란과 유럽은 핵 합의 이후 재개된 경제교류를 살려나가려는 건데, 현재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기자) 독일의 경우, 지난해 대 이란 수출액이 약 30억 유로(미화 35억4천만 달러)에 달했고요, 프랑스도 2015년 5억6천200만 유로 정도였던 게 지난해 15억 유로(약 17억7천만 달러)로 빠르게 늘었습니다. 이 밖에 이들 국가들이 이란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 또 이란이 유럽에 수출하는 원유 가격 등을 더하면, 이란과 유럽 사이 경제 교류 규모는 훨씬 커집니다.

진행자) 나머지 ‘이란 핵 합의’ 당사국들인,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기자)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최근 두 나라를 순방해, 핵 합의 유지 원칙을 확인했는데요. 자리프 장관을 수행한 이란 국영석유회사 관계자가 중국 국영업체인 ‘중국석유화공’ 측과 만나, 앞으로도 원유 수입을 지속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확실한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로이터통신이 오늘(16일)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인구 대국답게,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데요. 이란에서 사들이는 물량이 상당해서, 이란으로서는 유럽과의 경제 교류 유지 못지않게, 중국과 관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실정입니다.

진행자) 이란과 중국의 원유 거래가 어느 정도 규모죠?

기자)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일일 평균 65만5천 배럴(bpd) 원유를 이란에서 사들였습니다. 이란의 총 원유 수출량 4분의 1이 넘는 막대한 분량인데요. 특히 중국은 이란에서 원유를 사들일 때 국책금융기관인 쿤룬은행을 통해 위안화나 유로화로 지불합니다. 그래서, 달러를 쫓는 미국 정부의 이란 관련 제재를 비켜 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란으로서는 꼭 지켜야 할 외화공급선으로 평가되는데요. 미국 정부는 ‘이란 핵 합의’ 이전인 지난 2012년, 이란 금융기관과 거래한 사유로 중국 쿤룬은행을 제재한 적이 있습니다.

15일 미국 대사관 이전에 대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남성이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15일 미국 대사관 이전에 대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남성이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중동 소식 한 가지 더 보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이 지난 14일 예루살렘으로 옮겨 개관했는데, 주변 지역에서 며칠째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미국 대사관 이전에 대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계속되면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발포해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자지구 일대를 중심으로 숨진 사람이 50명을 훌쩍 넘기고, 다친 사람은 2천여 명에 달하는데요. 유엔 당국과 산하기관들이 잇따라 우려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엔의 우려 입장,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주로 이스라엘 측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이스라엘 진압병력의 행위를 “끔찍한 폭력”으로 규탄하면서, “이스라엘은 국제법에 따라 영토를 지킬 권리가 있지만, 살상무기는 최후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유엔 중동평화 특별 조정관도 “가자에서 수많은 목숨이 희생된 데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는데요. 이와 동시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주민 시위를 폭력 조장에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오늘(16일) 가자지구 상황에 깊이 우려한다면서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주변 국가들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중동 일대 이슬람권 국가들이 모인 '아랍연맹'이 16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비상 회의를 열기로 했는데요. 이에 앞서 15일, 터키 정부는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했습니다. 이스라엘 측이 가자지구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데 항의하는 조치라고 터키 외무부가 설명했는데요. 이어서, 터키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주재중인 자국 대사들도 소환할 예정이라고 베키르 보즈다으 부총리가 밝혔습니다.

진행자) 터키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입장을 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14일) 영국 방문 도중 “이스라엘이 인종학살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스라엘을 ‘테러국가’로 규정했습니다. 터키 외무부가 별도 성명을 냈는데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것은 국제법과 유엔 결의를 모두 위반한” 불법 행위라면서 미국을 함께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은 이번 추방 조처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예루살렘 주재 터키 총영사를 맞추방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대 지원자라면 비난했는데요.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이번 시위 배후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팔레스타인 측이 미국 대사관 이전에 이렇게 격렬하게 항의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팔레스타인도 예루살렘 동쪽 지역을, 앞으로 세울 독립국가의 수도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을 어느 한 국가 영역이 아닌, ‘국제도시’로 간주해 왔고요, 각 나라는 대사관을 텔아비브에 뒀습니다.

진행자) 그러던 중에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배경은 뭔가요?

기자) 미국 내 보수 기독교계와 유대계 유권자들의 여론을 반영한 조치였습니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대 미국 지도자들이 공약만 해놓고 지키지 않았지만, 자신은 약속을 지킨다며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임을 공식 인정한다”고 선언했는데요. 이와 함께, 대사관 이전 작업을 국무부에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에 대해 유엔이 ‘무효’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 반발이 계속됐습니다.

세일 현수막을 걸어놓은 도쿄 상점가의 신발가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세일 현수막을 걸어놓은 도쿄 상점가의 신발가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고요?

기자) 네. 일본 경제는 근래 30여 년째 이른바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요. 지난 2015년 4분기 -0.3% 성장 이후, 2016년과 지난해 8분기 연속으로 적지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던 게 마무리됐습니다. 16일 내각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0.2%로,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는데요. 1990년대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에 돌입한 이후 가장 오래 지속돼 온 성장세가 꺾인 겁니다.

진행자) 경제성장률은 어떻게 계산하는 건가요?

기자) 보통 그 나라의 경제 규모를 따지는 국내총생산(GDP)의 변동으로 성장률을 계산합니다. 올해 1분기 일본 경제가 -0.2% 성장했다는 건, 전 분기보다 GDP가 0.2% 줄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연율 기준으로는 -0.6%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통계가, 전문가들 예상보다 나쁜 수치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다수 국제 경제 전문가들은 올 1분기 일본 GDP 변동을 0.0%으로 앞서 예측했습니다. 그러니까 작년 말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더라도 0.1% 감소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본 건데요. 실제 -0.2%를 기록했으니까, 예상보다 나쁜 결과가 나온 겁니다. 이런 결과를 놓고, 일본 정부는 내부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가 설명한 마이너스 성장 이유, 뭔가요?

기자) 일본 GDP의 절반이 훨씬 넘는 60%를 차지하는 게 개인 소비인데요. 소비가 줄어든 게 GDP 감소 주된 요인이라고 일본 정부는 봅니다. “지난 겨울 폭설 등으로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가 상승하고, 휘발유 가격까지 올라 소비심리가 악화됐다”고 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재생상이 밝혔는데요.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지갑을 열지 않으려는 소비자 심리가 스마트폰 판매 감소 등으로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소비가 정체된 상황으로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2분기부터는 외부 요인의 도움으로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향후 1% 정도 완만한 성장을 전망했는데요. 그렇게 보는 근거로, “미국의 감세 효과가 일본 내 소비와 설비투자를 자극해 자본재 등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진행자) 긍정적인 내용이네요.

기자) 하지만 변수도 있어서, 일본 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 경제 불확실성의 영향과 시장 변동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도시미스 경제상은 강조했는데요. 구체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 조치가 일본 수출에 미칠 영향, 그리고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대치 때문에 각국이 수출·수입 선을 다변화할 움직임 등이 주요 불확실 요인들로 꼽힙니다.

진행자) 일본의 경제성장률 수치가,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는 중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 부부가 지인의 사학 재단에 특혜를 주고, 관련 정부 문서를 위조한 추문에 이어,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 과정에 일본이 소외됐다는 ‘외교실책론’까지 겹치면서 정부 지지도가 크게 떨어졌는데요. 그나마 내세울 만한 업적으로 꼽혔던 ‘아베노믹스’ 성과도, 마이너스 성장률이 2분기에도 계속될 경우 사라지는 것이라, 앞으로 몇 달 뒤 나올 경제 성적에 일본 정치권이 주목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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