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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 합의' 탈퇴 후 첫 이란 제재...중-일 '관계회복' 한뜻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가 이란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달러 환전 조직 등에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이란 핵 합의’ 탈퇴 선언 이후 첫 신규 제재인데요, 앞으로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제재 내용과 범위를 더 넓힐 전망입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아키히토 일본 천황을 예방하고, 중-일 관계가 본 궤도에 오르길 바란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뜻을 전달했고요. 이어서,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15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은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이란에 제재를 단행했군요?

기자) 네. 미 재무부가 어제(10일), 이란혁명수비대의 자금 조달을 돕는 이란인 6명, 그리고 기관 3곳을 거래정지 명단에 올렸습니다. “이란 중앙은행은 거대한 환전조직을 통해, 이란혁명수비대가 미국 달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재무부가 관련 성명에서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혁명수비대가 ‘해로운 활동(malign activity)’을 못하도록, 자금줄에 있는 ‘환전조직’ 해당 개인과 기관들을 제재하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를 선언한 뒤, 며칠 만에 새로운 제재가 나왔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핵 합의 탈퇴에 따라 그동안 이란에 유예했던 제재들을 부활하는 것은,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준비 기간을 뒀는데요. 이번 조치는 새로운 제재입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신규 제재가 성공적으로 효과를 보도록, “이란이 환전을 위해 각 나라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데 경계를 강화해 달라”고 세계 각국에 당부했습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와 협력에 따른 것이라고 두 나라 당국이 밝혔습니다.

진행자) 신규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유럽 쪽에서 반발하고 있습니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오늘(11일) 프랑스 일간지 ‘르파리지앵’ 인터뷰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을 비난했는데요. 유럽연합(EU)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3~6개월 뒤 기존 제재가 부활하면, 이란과 경제협력을 재개했던 자국 기업들이 입을 피해를 걱정하고 있는데요. 르드리앙 장관은 “앞으로 미국 정부가 유럽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를 추진할 경우, 역내 동맹들과 반드시 사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재 확대를 경계하는 건데요. 하지만, 미국 정부는 앞으로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해 제재 분야와 범위를 더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어떤 나라들과 협력하나요?

기자) 먼저 일본에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므누신 장관이 어젯밤(10일), 일본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과 통화했는데요.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는 배경을 설명한 뒤, 앞으로 진행할 제재 내용 등을 소개하고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오늘 전했습니다.

진행자) 일본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아소 일본 부총리는 제재 진행 과정에서 달러와 원유거래가 위축될 경우 일본 기업들의 피해가 없게 해줄 것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명단에 일본 업체들이 들어가지 않도록 요청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 도발에 대해 경고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네요?

기자) 네. ‘핵 합의 탈퇴’에 대한 반발로, 이란이 중동 일대에서 군사적으로 도발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으로 국제 사회가 보고 있는데요. ‘이란이 이스라엘에 해를 입힐 경우 미군이 응전할 것이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이 이렇게 말한 것으로 이스라엘 유력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어제(10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폼페오 장관의 말을 들었다는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의 전언을, 현지 언어인 히브리어 매체 ‘왈라(Walla)’가 먼저 소개한 것으로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는 이 보도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어제(10일) 새벽, 이란 군과 이스라엘 군이 공격을 주고 받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어떤가요?

기자) 오늘(11일)은 양 측이 서로, 전날 공격에 대한 비난만 주고 받으면서, 군사 활동은 눈에 띄지 않았는데요. 그렇지만, 미국 언론과 주요 외신들은 긴장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이란과 이스라엘이 상호 공격이 발생한 곳이 시리아 영토 내부였는데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힘센 나라들끼리 시리아에서 충돌하면 통제불능 사태가 온다”면서, 외국 간의 군사력 충돌이 7년째 진행중인 시리아 내전과 결합해 ‘세계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도쿄에 간 리커창 중국 총리가 10일 도쿄 시내 천황궁에서 아키히토 천황을 예방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도쿄에 간 리커창 중국 총리가 10일 도쿄 시내 천황궁에서 아키히토 천황을 예방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일본을 방문중인데요. 아키히토 천황을 예방했군요?

기자) 네.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도쿄에 간 리커창 중국 총리가 오늘(11일) 도쿄 시내 천황궁으로 아키히토 천황을 예방했습니다. 중국 총리가 일본을 방문한 것은 8년 만의 일인데요. 리 총리는 중·일 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란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사를 전달했고요, 아키히토 천황은 두 나라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중·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사,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중국 외교부가 구체적으로 설명했는데요. 이제는 양국 관계에 ‘풍파가 사라지고 맑은 하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짚었습니다. ‘풍파’란, 2차대전 당시 제국주의 일본이 중국에서 행한 전쟁범죄 행위, 그리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지에서 진행 중인 영유권 분쟁 등을 의미하는데요. 이런 불편한 일들을 뒤로하고,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양국 관계를 더 공고히 하자는 겁니다.

진행자) 일본 측도 여기에 공감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리 총리는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 현장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개별 회담했는데요. 아베 총리는 “일-중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인 올해를 두 나라 관계의 새로운 출발로 삼고 싶다”면서, 적극적인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는 또 연내 중국을 공식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관계 정상화에 두 나라 뜻이 맞는데,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어떤 것들을 합의했나요?

기자) 경제협력에 우선 힘쓰기로 했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중국 정부가 일본에 2천억 위안(미화 약 317억 달러) 규모의 ‘위안화 적격 외국인투자자(RQFII)’ 한도를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본 금융기관의 중국 자본시장 투자가 한층 쉬워지는데요. 중국은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 자본 시장을 쉽사리 열지 않았기 때문에, 주목할만한 조치로 일본 언론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단, 경제를 연결고리로 중국과 일본이 가까워지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과 통상마찰이 고조되는 중이고, 일본은 또 일본대로 경기가 장기 침체 중이라, 경제적으로 탈출구가 필요했던 두 나라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외신들은 평가하는데요. 경제 외 분야에서는 언제라도 두 나라가 다시 갈등을 키울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어떤 분야에서 그렇죠?

기자) 앞서 말씀드린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주변에서, ‘해공 연락 매커니즘’이라고 부르는 핫라인(직통통신망)을 다음 달 8일부터 운용하기로 했지만, 양측이 각각 고집하는 영유권 주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2차대전 때 발생한 일본의 전쟁 범죄 등에 대해서도, 이번 3국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어떻게 표현할지를 놓고 중국과 일본 사이 의견 대립이 커서 밤늦은 시간까지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10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가 10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새 총리가 취임했군요?

기자) 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어제(10일) 제7대 총리로 공식 취임했습니다. ‘전 총리’라고 소개해드린 건, 마하티르 신임 총리가 과거 22년 동안 말레이시아를 통치했었기 때문인데요. 2003년 총리 자리에서 내려왔다가, 15년 만에 다시 이 나라 최고 지도자가 됐습니다. 만 93세 생일을 앞두고 있는 마하티르 새 말레이시아 총리는, 세계 최고령 국가 지도자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진행자) 마하티르 신임 총리가 선거에서 이긴 겁니까?

기자) 마하티르 총리가 이끄는 정파가 이긴 겁니다. 말레이시아는 의원내각제 국가여서, 총선에서 의석을 많이 차지한 정파의 대표자가 정부를 이끌게 되는데요. 9일 총선에서 마하티르 총리가 대표를 맡은 ‘희망연대(PH)’와 지역정당 ‘와리산’당 간의 야권 연대가 하원 222석 가운데 과반인 121석을 확보했습니다. 기존 집권여당 연합인 ‘국민전선(BN)’은 79석에 머물러 정권을 내줬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 선거 결과가 말레이시아 역사적으로 의미가 크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여당과 야당이 바뀌는 ‘수평적 정권교체’가 처음 일어났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는데요. 이후 이번 총선 전까지 61년동안 여당은 줄곧 국민전선 계열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마하티르 신임 총리는 기존 여당에서 총리를 했다가, 이번에는 당을 바꾼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마하티르 새 총리는, 이번에 정권을 내 준 나집 라작 전 총리의 후원자로, 기존 여당 주변에 계속 머물러왔습니다. 나집 전 총리가 2009년 취임했을 때도 직접 지지선언을 하면서 도왔는데요. 그러다가 지난 2015년 나집 총리의 비자금 추문이 터지면서 관계가 멀어졌습니다.

진행자) 총리 비자금 추문, 어떤 내용이었나요?

기자) 말레이시아 주요 국영기업 중 하나인 '1MDB'의 돈 7억 달러가 나집 총리의 개인 은행계좌로 들어갔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이후 마하티르는 나집 퇴진운동에 앞장섰고요. 이번 선거에서 야당을 이끌어, 결국 나집 총리를 직접 물러나도록 만든 셈입니다.

진행자) 마하티르 신임 총리, 이전에도 말레이시아를 이끌었다고 했는데,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1981년부터 2003년까지 5선을 역임하면서, 말레이시아의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끈 공을 평가 받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발전을 배우자는 ‘동방 정책(Look East)’를 내세워, 별다른 산업기반이 없던 말레이시아에 세계 주요기업들의 공장들을 유치했는데요. 고속 성장을 이룬 반면, 이 과정에서 야당을 탄압하고 언론을 옥죄는 등 독재적인 면이 비판 받았습니다. 또한,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말레이족과 타 민족을 차별하는 정책을 시행했는데요. 그래서, 서방에서는 마하티르 총리를 ‘strongman(철권통치자)’으로 부르는 일이 많았고요, 지난 1970년대 비슷한 평가를 받은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자주 비교됐습니다.

진행자) 대외 정책은 어땠나요?

기자) 서방에 대해 적대적인 면모를 자주 보였습니다. 특히 지난 1997년부터 말레이시아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일대를 강타한 외환위기가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유대인 자본가들의 농간 때문’이라고 주장한 발언이 유명한데요. 이번 집권이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음달, 기존 야권 유력 지도자였다 투옥된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석방되는데요. 마하티르로부터 총리직을 넘겨받을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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