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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리처드슨 전 주지사] “미국인 석방, 회담 앞둔 북한의 ‘매력 공세’…인질 몸값 높아져”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북한이 억류 미국인 3명을 석방한 데 대해, 미국과의 회담을 앞둔 ‘매력 공세’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정치적 기회가 왔을 때 억류인들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다며,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빌 리처든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 발표를 앞두고, 억류하고 있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석방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미국과의 회담을 앞두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도입니다. 최근 보여줬던 이른바 ‘매력 공세’에 인도주의적 제스처도 더한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북한이 늘 이 방법을 써왔다는 겁니다. 죄 없는 미국인들을 체포해 두고,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들을 ‘협상 카드로’ 이용해왔죠.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그 목적인 겁니다. 회담이 잘 진행되기 바란다는 메시지로 그들을 풀어준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지난 1월 말, VOA와의 인터뷰에서는 북한이 ‘억류 미국인 문제’를 더 이상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언급하셨는데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북한은 지난 수년 동안 미국인 억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를 잘 보여준 사례가 북한에 붙잡혔다가 혼수 상태로 풀려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입니다. 북한은 죄 없는 미국인을 붙잡아 누명을 씌우고, 오랜 기간 억류합니다. 그러다가 정치적 기회가 생기면 그들을 ‘협상용’으로 내놓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 북한은 그런 기회를 찾지 못하다가,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현 시점을 적기라고 생각한 겁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의 이번 미국인 석방, 회담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일단 북한이 회담에 앞서 보여준 인도주의적 제스처가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 지켜봐야 합니다. 회담에서는 북핵 문제, 재래식 무기, 미사일 등 심각한 문제들이 비중 있게 다뤄질 테니까요. 그리고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번 ‘미국인 석방’은 북한이 해 온 ‘매력 공세’의 연장선입니다. 중국 지도자를 만나고, 한국과의 상징적 회담을 잘 마치고, 또 북한 내 일부 핵 시설 폐쇄,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 발표, 이런 모든 것들이 매력 공세인데, 더 기다려 봐야 합니다. 정말 북한이 진지하게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할 의지가 있는 지 말이죠. 아직은 모릅니다.”

빌 리처드슨 당시 연방 하원의원이 1994년 12월 북한을 방문한 후 판문점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하고 있다.
빌 리처드슨 당시 연방 하원의원이 1994년 12월 북한을 방문한 후 판문점을 통해 한국으로 입국하고 있다.

기자) 1990년대에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북한을 다녀오셨습니다. 직접 이 문제를 두고 협상 하셨는데, 그때와 지금,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시나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당시에 전 하원의원이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나 고위직이 아니었죠. 북한은 1996년, 간첩혐의로 붙잡힌 에반 헌지커 씨를 하원의원이었던 제게 풀어줬습니다. 이번에 석방된 미국인들은 현직 국무장관이 방북 해서 데려왔습니다. 미국인 억류자들의 몸값이 올라간 겁니다.

기자) 그럼 이번에 북한은 그 반대급부로 어떤 것을 가졌다고 보십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북한은 늘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원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주도국은 중국도 한국도 일본도 아닌 자신들이라면서 미국과 직접 협상하겠다고 주장해 왔죠. 미국과 같은 선상에서 협상할 수 있다는 일종의 위신을 세우고 싶어했습니다.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그런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 억류 문제’를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다뤘다고 생각하십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다른 전직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국무장관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대통령이 새벽에 북한에서 돌아오는 미국인들을 마중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하고 기뻐하는 대통령의 제스처를 봐도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또 그들의 석방을 고대했는지 알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이번에 석방된 미국인들은 북한에 있는 동안 영사접견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국제법 위반인데 여기에 대응할 방법은 없을까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해왔다고 생각 합니다. 첫째, 북한은 더 이상 미국인을 억류해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말 것, 둘째, 제네바협약에 따른 수감자 권리, 인권문제 조항을 준수할 것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리고 제 희망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가 논의되는 겁니다. 북한에 가족이 있는 미국 내 한인들의 이산가족 상봉 문제,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만큼이나 인권 부분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기자)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 어떤 기대를 갖고 계시는지, 또 반드시 이뤄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만약 제가 김정은과 협상한다면 검증 부분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비핵화 이행을 둘러싼) 세부 사안과 데드라인도 확실히 할 것입니다. 사실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문제가 검증입니다. 모든 핵, 미사일 관련 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단의 접근이 가능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어디까지 받아들일 지가 관건인데, 긍정적으로 보시나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이번 회담은 북한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늘 원했으니까요. 김정은은 체제 유지를 바라고, 미국과 종전협정을 체결하고 싶어 합니다. 또 북한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 제재에 대한 완화 조치고 노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가장 큰 카드가 핵 무기와 미사일이죠. 김정은은 아마도 이 카드를 갖고 있을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쥐고 있으려고 할 겁니다.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수 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로부터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계 미국인 3명을 풀어준 북한의 의도와 그 의미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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