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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참모·전직관리들, 북한 핵 발표에 의구심 많아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건물.
미국 워싱턴 DC의 백악관 건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 실험장 폐기 발표에 대해 백악관 참모들과 전문가들 다수가 의구심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미 유력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전직 관리들은 특히 북한의 발표는 새롭지 않은 것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위터’에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 시험장을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발표를 “큰 진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22일 서울을 방문한 수전 손튼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기자들에게 이전에 말한 것을 북한이 다시 밝힌 것은 좋은 신호라며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반응은 북한의 발표를 대단한 진전이라기보다 이미 약속한 것을 재확인한 데 대해 고무적이란 의미로 풀이됩니다.

미 유력 언론들은 21일 백악관 참모들과 전문가들 대부분이 북한의 발표에 의구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북한 정권이 상징적으로는 강력한 비핵화를 제의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평범한 양보로 트럼프 대통령을 가뜩이나 어려운 협상에서 수세로 몰 수 있어 백악관 참모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고위 관리는 이런 상황을 상대가 덫에 가까이 가면 얼어붙게 한 다음 뒤에서 총격하는 “빙결의 덫(freeze trap)”에 비유했습니다.

신문은 그러면서 워싱턴에 있는 대부분의 관리와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표를 북한 지도자가 경제 제재 압박에서 벗어나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기로 결심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핵실험과 주한미군에 대한 김정은의 양보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기도 전에 대북 제재를 완화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지만, 참모들은 그가 한반도에서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마음이 끌려 있다고 말한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도 백악관 참모들은 북한 정권의 발표에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그리 열광하지도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참모들은 북한의 발표 내용이 사실상 대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어 김정은은 자신이 합리적이고 타협 의지가 있다는 환상을 미국에 심어주려 하고 있지만, 북한의 발표는 쉽게 뒤집을 수 있는 것으로 백악관 참모들은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북한의 발표에 직접적인 비핵화 결의가 없는 것 역시 참모들은 문제로 보고 있었습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이런 상황이 북한의 요구를 거부하는 미국을 정치적으로 더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익명의 고위 관리는 21일 ‘LA 타임스’ 신문에 이런 우려를 반영해 “북한 정권이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한 푼(a nickel)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직 관리들도 북한의 발표를 일부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기대보다 우려를 더 나타냈습니다.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은 ‘MSNBC’ 방송에 북한의 발표는 “낡은 소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고 있고 풍계리 핵실험장은 마지막 핵실험 때 내부가 붕괴된 것으로 알려져 기능할 수 없고 안전하지도 않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다는 겁니다.

빅터 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이 방송과 ‘NPR’ 등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의 발표는 앞서 한국 정부가 전한 북한의 약속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밝히지 않았고 이 프로그램을 뒤로 돌리겠다고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발표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핵 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는 게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관련해서는 지난 6차 핵실험 뒤 중국의 동북 지역 지반이 흔들려 시진핑 정부가 크게 분노했었다며 핵실험장 폐쇄는 중국 측 우려를 반영해 양보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발표는 유익한 행보이긴 하지만, 비핵화를 선언한 게 아니기 때문에 갈 길이 아직 멀다고 내다 봤습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도 ‘트위터’에 북한의 발표는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정권은 비핵화를 언급하지도 않았고 발표도 쉽게 뒤집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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