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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회담으로 비핵화 성공 가능성 낮아…제재 지속돼야"


11일 미국 하원에서 열린 북한 관련 청문회에서 전직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증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11일 미국 하원에서 열린 북한 관련 청문회에서 전직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증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는 단순한 체제 보장 목적이 아니라며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실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열리는 회담이 실패로 끝난 뒤 군사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직 당국자들은 북한의 핵무기는 단순히 체제 보장 목적이 아니라며 미-북 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이뤄낼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내다봤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1일 ‘북한의 외교 책략-역사는 반복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목적은 미국과 한국의 안보 관계를 분리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it is important to understand that North Korean behavior since then and throughout has led me to conclude that they may claim that the purpose of their nuclear programs is to defend against security threats posed by the US, the real purpose of their arsenal is to cause the US to decouple its security relationship from South Korea.”

힐 전 차관보는 과거 협상 당시 북한이 요구한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북한은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이 요구한 최소한의 검증 절차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은 핵무기가 미국의 안보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과거 행동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11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에서 ‘북한의 외교 책략-역사는 반복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청문회가 열렸다. 테드 요호 위원장과 브래드 셔먼 민주당 간사.
11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에서 ‘북한의 외교 책략-역사는 반복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청문회가 열렸다. 테드 요호 위원장과 브래드 셔먼 민주당 간사.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도 이날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은 정권 붕괴가 일어나지 않는 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Except for military power, North Korea last far behind the richer, freer, far more legitimate South. So for the North Korean regime contending with, and catching up with, and perhaps one day prevailing over South Korean state, is nonnegotiable proposition to assume to presume that we can through artful diplomacy and for the right price to get North Korea give up its nukes is bit misplaced in my view.”

북한보다 부유하고 자유로우며 훨씬 더 정당성이 있는 한국과 대립하는 북한을 외교적으로 비핵화할 수 있다는 가정은 잘못된 추정이라는 겁니다.

이어 이는 북한뿐만이 아니라 다른 8개의 핵 보유국을 일반적인 외교로 핵 포기에 이르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미-북 정상회담이 사전 준비 부족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른 결과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빅터 차 석좌] “Lack of preparation and pre-negotiations could lead to a failure, and the danger of the failed summit is that it could actually take us to a step closer to armed conflict, because there is no diplomacy left for us after the summit. The point is that a summit without adequate preparation has a great chance of failure, and without such preparation, delaying it might be a good thing.”

정상회담이 실패한다면 더 이상 남아 있는 외교 옵션이 없기 때문에 군사 충돌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채 열리는 회담일수록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연기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힐 전 차관보 역시 회담이 성공하지 못하면 외교적 접근 방식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며 군사적 해결 방식을 조심스럽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And so there’s a sense that if it’s unsuccessful, the diplomatic track has kind of reached the end. And I think that would bring back in great strength an idea that you may have to look more carefully at military solutions.”

현재 회담은 차관보급이 아니라 정상급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회담이 실패한다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차 석좌 역시 김정은이 회담을 통해 원하는 것은 악수와 사진뿐일 수 있다는 점과 미국이 이 회담을 통해 많은 것을 원하는 등 기대치가 높아진 점이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석좌] “The first is as you have described, Kim may just want the meeting …as a nuclear weapons state, handshake, and picture, and that is all he wants. I mean the other is, heightened expectations on our side that we expect a lot more to come out of this meeting, and then the president would be quite disappointed by them.”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이후 결과에 대해 꽤 실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들 전문가들은 모두 북한에 대한 제재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이성윤 교수는 미국이 성급하게 제재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며 제재 유예와 해제를 위한 조건이 법에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Don’t prematurely, make sure not to prematurely relax sanctions, the terms for gradual suspension and ultimate termination of sanctions are codified into the law section 401, 402 of the 2016 sanctions law. “

지난 2016년 발효된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에 따르면 제재 완화나 해지를 위해서는 핵 시설과 원심분리기, 또 다른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들을 완전하게 폐기하는 의미 있는 조치들을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이날 하원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화폐 위조 활동과 돈세탁, 정치범 석방, 억류된 외국인 석방 조치 등을 취해야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습니다.

빅터 차 석좌 역시 회담을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전략 중 하나로 제재를 지속하는 방안을 꼽았습니다.

[녹취: 빅터 차 석좌] “The United States must continue the applications of sanctions or maximum pressure as a way to compel the North Korean regime to realize that its current nuclear path does more harm than good to the regime. “

북한 정권이 현재 택한 핵 무장의 길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미국은 최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힐 전 차관보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약속을 문서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며 이는 꼭 비핵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추가 제재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would just say purpose of committing in writing is not necessarily to have denuclearization. It is to say to the other countries involved in the UNSC process that the U.S has gone further then and tried as hard as it could and the North Koreans have, if they crumple up this piece of paper, prevaricated once again, and then we need to move further on sanctions.”

북한이 이 약속을 또 저버리더라도 미국은 유엔 안보리 국가들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며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설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어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유류를 생산하지는 못한다며 유류 반입을 확실히 막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After all this is a country that can produce nuclear weapons, but cannot produce gasoline. And so the capacity to sanction gasoline and the capacity to make sure that sanctions are fully enforced.”

만약 이런 제재 이행이 성공한다면 북한은 핵무기가 없는 게 자신들의 미래에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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