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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군사훈련 참관하는 중립국감독위 역할...“감독 아닌 관측”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웨덴 대표를 지낸 매츠 앵그먼 공군 소장. 대표 시절 판문점에서 찍은 사진이다.

미국과 한국이 합동군사훈련을 다음달 1일부터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중립국감독위원회(NNSC)가 관례대로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참관합니다. 중감위 스웨덴 대표를 지낸 마츠 앵그먼 전 공군 소장은 22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중감위는 훈련을 감독하는 게 아니라 관측을 통해 투명성 확보와 신뢰구축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중감위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어떤 역할과 임무를 수행합니까?

기자) 중립국감독위원회는 1953년 한국 전쟁 정전 협정에 따라 탄생했습니다. 남북한의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감시하기 위해 설치됐습니다. 당시 북한과 중공은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를, 유엔은 스웨덴과 스위스를 추천해 4개국으로 중감위가 구성됐습니다. 하지만 냉전이 끝나고 동유럽 공산 체제가 무너지자 북한은 1993년에 체코, 1995년에 폴란드를 각각 철수시킨 뒤 중립국 감독위원회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유엔이 추천했던 스웨덴과 스위스만이 임무를 계속 수행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까지 중감위 스웨덴 대표를 지낸 마츠 앵그먼 전 공군 소장은 22일 ‘VOA’에 지난 세월 동안 안보환경이 많이 바뀌면서 중감위의 일부 역할과 임무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앵그먼 전 대표] “The security environment over the years since 1953 has changed……”

가령 정전협정에는 미-한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중감위의 참관 임무가 전혀 없지만, 지금은 참관이 주요 임무가 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1년 중 중감위의 가장 바쁜 시기가 미-한 연합훈련 기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앵그먼 전 대표는 유엔사령부가 지난 2010년부터 공식적으로 중립국감독위원회에 연합훈련 참관과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확대 임무를 부여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감위가 그럼 유엔사령부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중감위는 유엔사령부와 협조 관계이지 명령을 받는 예하 기구가 아닙니다. 유엔사령부는 정전협정에 따라 협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중감위는 독립적인 기구로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앵그먼 전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중감위는 누구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한 연합훈련에 관해 중감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겁니까?

기자) 연합훈련을 참관한 뒤 훈련이 공격이 아닌 방어적 훈련인지 확인해 독립적인 보고서를 유엔사령부에 제출하는 겁니다. 앵그먼 전 대표는 훈련을 “감독하는 게 아니라 관측하는 게 중감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앵그먼 전 대표] “I think it’s important to mention to observe, not to supervise because its role for NNSC…”

이런 과정을 통해 훈련이 정전협정 정신에 근거해 방어적으로 하는지를 확인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중감위가 모든 연합훈련을 참관해 일일이 확인 작업을 하나요?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중립국감독위원회 소속 군인은 스웨덴 5명과 스위스 5명 등 10명에 불과합니다. 10명이 통상적으로 한 달이 넘는 연합훈련을 모두 참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감위 측 설명입니다. 앵그먼 전 대표는 이 때문에 미-한 양국과 협의해 초청이 가능한 주요 훈련 위주로 중감위가 참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군과 한국군이 훈련을 어떻게 준비하고 목적은 무엇인지, 훈련 시나리오가 모두 방어적 성격인지를 자세히 관측해 보고서를 작성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중감위가 원하는 모든 훈련을 다 관측할 수 없다면 투명성 차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런 난해한 부분이 실제로 있습니다. 하지만 중감위의 연합훈련 참관은 정전협정이 부여한 의무가 아닙니다. 유엔사령부가 스웨덴과 스위스에 참관을 요청했고 두 나라가 이를 수용해 실시하는 추가 활동이기 때문에 중감위가 미군과 한국군에 뭔가를 강요할 권한은 없다고 앵그먼 전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녹취: 앵그먼 전 대표] “We don’t have an enforcement mandate and we can’t ask…”

게다가 군사 분야는 기밀이 필요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중감위가 1급 비밀이나 민감한 사안에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거죠. 앵그먼 전 대표는 그러나 자신이 스웨덴 대표로 복무했던 2015년~2017년 5월 사이에 유엔사령부와 한국군은 모두 중감위의 훈련 접근을 매우 호의적으로 허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중감위는 그럼 어떤 목적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건가요?

기자) 신뢰구축과 투명성 때문이란 게 중감위 측 설명입니다. 안데르스 그렌스타드 전 중감위 스웨덴 대표는 과거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군사력의 투명성을 알리기 위한 역할”을 강조했었습니다. 미군과 한국군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방어적 차원에서 억제력을 갖출 뿐이란 사실을 투명하게 관측하고 보고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앵그먼 전 대표도 제3자 입장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남북한의 신뢰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앞서 중감위(중립국감독위원회)가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유엔사령부의 임무를 중립적으로 지원한다고 했는데, 그럼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해서도 독립적으로 조사할 권한이 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중감위가 독립적으로 정전협정 위반을 조사할 권한은 없습니다. 하지만 유엔사령부는 정전협정 위반 사안을 조사할 때 통상적으로 중감위를 초청하고 있습니다. 중감위가 조사에 참여할 경우 결과에 더 신뢰가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앵그먼 전 대표는 이런 역할을 의사의 진단에 비유했습니다.

[녹취: 앵그먼 전 대표] “It’s like when you go to see medical doctor, he gives one answer and…”

환자에 대한 의사들의 진단이 서로 다르거나 한 곳에서만 진단을 받는 것보다 추가로 진단을 받을 때 더 신뢰가 가는 것처럼 중감위도 그런 신뢰를 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북한이 그동안 정전협정을 얼마나 많이 위반했나요?

기자) 한국 국방부가 지난 2013년 발표한 국방백서를 보면 43만 건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대규모 침투와 국지도발이 3천 건에 달합니다.

진행자) 북한이 정전협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긴가요?

기자) 북한 정권은 이미 1990년대부터 공개적으로 정전협정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습니다. 특히 지난 1991년에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 유엔군 측 수석대표로 한국군 장성인 황원탁 소장이 수석대표로 임명되자, 회의 불참을 선언하고 중감위 보고서 제출도 중단시켰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미국 등 외세의 침략 기도 때문에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왜 협정을 인정하지 않는 건가요?

기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미군을 철수시키려는 게 의도라고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 등 많은 전문가는 지적합니다. 30년간 유엔군 사령관 특별고문을 지낸 이문항 씨는 과거 저희 ‘VOA’에 북한은 회의 때마다 미군 철수를 위해 미-북 평화협정을 요구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문항 씨] “어디까지나 미국이 나가는 거, 미군 철수하는 거, 그냥 핵 문제, 미군의 핵무기를 철거시키는 거, 이걸 회의할 때마다 들고나와요.”

북한은 1994년 다시 평화협정을 요구하며 군정위 북측 대표단을 판문점에서 철수하며 “정전협정은 빈 종잇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1995년에 중감위 폴란드 대표단을 철수시켰고 중감위 북측 사무실도 닫았습니다.

진행자) 그럼 중감위가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은 없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정권이 정전협정이 명시한 군정위와 중감위를 모두 없애고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1996년에 설치하고 공동경비구역(JSA)에 무장병력을 투입했기 때문에 대화 채널은 없어졌습니다. 1995년 전에는 중감위 소속 군인들이 자유롭게 남북 공동경비구역을 오갔지만, 더 이상 그런 모습도 사라졌습니다. 또 정전협정에 따라 판문점 중감위 건물(T-1)을 통해 오가던 보고서 교환도 사라졌습니다. 앵그먼 전 스웨덴 대표는 중감위가 지금도 매주 회의를 한 뒤 1쪽 분량의 결과 통지문을 북측 우편함에 넣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받아 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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