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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대학로 첫 북한 수용소 실태 그린 연극 ‘수’


참혹한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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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그린 연극 ‘수’

서울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그린 연극이 공연되고 있습니다. 북한 수용소 내 강제노동과 인권 유린 실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특파원 리포트 오디오] 한국 대학로 첫 북한 수용소 실태 그린 연극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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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8일 북한의 한 인민재판소.

몰래 기독교를 믿던 약혼녀의 행위를 묵인하고 심지어 탈북을 방조한 이유로 사형 판결을 받은 순철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녹취: 공연음] "동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하라우..도강이 뭔 말입니까. 그 애미나이가 상상도 못 할 일을 꾸몄는지 어찌 알았을까..분명히 사령부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을 겁니다..."

기독교를 믿은 죄로 인민재판에 끌려온 순이.

[녹취: 공연음]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하나님이 나의 전부요..."

하나님을 거부하면 살려주겠다는 회유에도 죽음을 선택합니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그린 연극 ‘수’.

사형을 선고 받은 순철과 순이라는 인물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져 생활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녹취: 공연음] "수감자 생활 수칙…"

연극 ‘수’의 극본을 쓰고 직접 순철 역을 연기한 연출가 황성은 씨입니다.

[녹취: 연출가 황성은 ‘희래단’ 대표] “가상의 시간 2001년 3월 8일이라는 김정일 정권 안에서 벌어지는 정치범 수용소 이야기, 여러 가지 죄목으로 수감소에 수용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감자들과 지도원들과의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연극은 수감자들이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모습, 수감자들이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비좁은 공간에서 굶주리며 살아가는 모습 등 북한 수용소 내 인권 유린 실태를 생생히 담고 있습니다.

[녹취: 연출가 황성은 ‘희래단’ 대표] “수감자들을 관리하는 지도원이 순이라는 여자를 사상 검토라는 명목 아래 강간하게 되죠. 순이는 경험도 없었고 과다출혈로 숨이 멎게 됩니다. 사상 검토라는 것이 그런 것인 줄 몰랐고 사상 검토라는 것이 분명히 나의 사상을 다시 검토해 오해를 풀고 나가자는 것이었는데, 순이의 죽음을 보고 당에 분노하게 되고 다 죽이게 되죠.”

황 대표는 정치범 수용소라는 곳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아 대학로 극단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인권을 주제로 연극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녹취: 연출가 황성은 ‘희래단’ 대표] “그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도 해보고 알아보고, 자료 조사도 해봤는데요, 이것을 희곡으로 써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통 받는 이들, 지금 현재 혹독한 겨울을 보내면서 힘들게 지내는 이들을 아픔을 전달하기 위해 연극을 만들게 됐습니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요덕수용소 출신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탈북민 인터뷰와 수기도 연극 제작에 큰 도움이 됐다고 황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제목 ‘수’는 짐승을 의미하는 한자어로 “북한 수용소 수감자는 짐승 취급을 받고 지배자는 짐승만도 못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녹취: 연출가 황성은 ‘희래단’ 대표] “지배하는 자 지배 당하는 자 모두가 짐승이다. 북한 주체사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벌어지는 사상들, 당에서 말하는 잘 먹고 잘살자는 것이 아니었다. 현실에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북한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두자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리순이 역을 맡은 이진희 씨도 열악한 북한인권 상황을 알리는 데 동참하기 위해 이 연극을 선택했습니다.

[녹취:이진희 씨, 극중 리순이 역] “연극인으로서 많은 사람이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연극들도 있지만, 무겁지만 정말 많은 의미를 전달하는 연극들이 많거든요.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가 우리 작품이고요. 북한에서는 심하고 인권에 대해 그들이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이 조금이라도 북한인권에 대해 알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는 연극인 것 같습니다.”

이진희 씨는 여자로서 북한 수용소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연기하며 실제 북한 내 고통 받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순이 역 이진희 씨] “실제로 그곳에서 몸을 유린 당하고 우리가 생각할 수도 없는 수준의 성폭행이 가해지고 있잖아요. 이런 아픔을 제가 표현하는 게 너무 죄스러운 거에요. 내가 이걸로 감히 표현되지 않는 그들의 아픔을 과연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리순이 역할을 하면서 여자로서의 마음도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

수용소 관리자 역을 맡은 김승용 씨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북한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승용 씨]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고 북한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 제가 이처럼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관객들은 대학로에서 북한 인권이라는 소재로 한 연극은 매우 생소했다면서도 그냥 웃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느끼고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오세희, 28살 관객] “저는 유튜브 같은 데서 북한 수용소 같은 모습을 애니매이션으로 보여주는 것만 봤는데, 직접 연극을 통해 보니까 좀 더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녹취: 장석준, 27살 관객]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 보니까 생각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가장 와 닿았던 분은 순철이라는 인물이 북한 보위부에서 고위직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반역자로 몰려 상황이 바뀌는 것이 와 닿았습니다.”

대학로의 소극장 ‘드림시어터’에서 지난 28일 막을 올린 이 연극은 오는 11일까지 공연됩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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