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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이모어 전 조정관] “미-북 협상, 핵무기 제한에 우선 목표 둬야”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자료사진)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대화 의향을 보인 건 김일성 주석 때부터 해온 말을 반복한 것이며 북한은 절대 핵 포기 의사가 없다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밝혔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 역량을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며, 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하는 상황을 막는 ‘제한’을 미-북 대화의 우선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VOA’는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따라 북한 문제를 다뤘던 미국 전직 고위 관리들과의 인터뷰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세이모어 전 조정관을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에 나설 의지를 밝혔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세이모어 전 조정관) 중요하고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을 이어가는 것을 토대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시작하자는 김정은의 제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봅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협상을 맡을 책임자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꾸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김정은은 비핵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태도에 새로운 점이 있습니까?

세이모어 전 조정관) 아닙니다. 북한이 지난 30년간 유지해온 일반적인 입장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항상 말해왔습니다. 이런 위협이 없어지면 핵무기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했죠.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의 최근 발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김일성 때부터 해온 말을 반복한 겁니다. 북한은 종종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해왔습니다. 하지만 비공개적인 회담에서는 위협이 없어진다면 핵을 포기하겠다고 항상 말했죠. 물론 이런 위협을 없애는 조건은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겁니다.

기자) 북한은 체제 안전이라는 말을 했는데 어떤 것들을 요구할 것으로 보십니까?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까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주한미군 철수 요구는 아마 가장 중요하지 않은 요구일 겁니다. 북한은 평화협정과 엄청난 경제 지원을 요구할 텐데요. 아울러 미-북 관계 정상화와 미-한 안보 관계 파기도 있겠죠.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한 북한에 위협이 된다며 미국도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그런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세이모어 전 조정관) 당연히 아닙니다. 이번 협상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 아닙니다. 이번 협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겁니다. 물론 장기적인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을 대가로 핵무기를 완전하게 제거하는 거죠. 이번 협상은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진전을 위한 겁니다.

기자) 북한 핵을 제한하는 협상은 사실상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인정하는 것 아닙니까?

세이모어 전 조정관) 미국은 지난 30년간 북한 문제에 있어서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왔습니다. 북한과의 첫 합의인 1994년 제네바 합의의 경우 동결을 시작으로 북한의 핵 물질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밟는 것이었죠. 이게 유일한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하룻밤 사이에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기자) 단계적 절차를 밟아 비핵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얼마나 낙관적으로 보시나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매우 어려운 협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동결을 넘어 이들에 대한 감시와 사찰이 이뤄져야 하는데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핵 시설을 비롯한 모든 시설에 접근할 조사관들이 필요할 텐데요. 미국은 이에 따른 대가로 무엇인가를 제공해야 할 겁니다. 제재를 완화하거나 어느 정도의 안전 보장이 될 수 있겠죠. 북한은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 북한이 지금 시점에서 대화에 나선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국제사회의 제재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십니까?

세이모어 전 조정관) 여러 요인들이 작용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계산을 분석하는 건 모두 예측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누구도 김정은과 대화를 해보지 않았고 생각을 읽지도 못하죠. 북한이 현 시점에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잠시 중단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지난 2년간 매우 큰 진전을 보여왔기 때문이죠. 여기에 지난 2년간 강화된 경제 제재를 어느 정도 완화하려는 목적일 수 있습니다. 제재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기자)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발언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세이모어 전 조정관) 그렇습니다. 북한 정권이 지속되는 동안은 말이죠. 핵무기가 제거되는 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입니다.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란 얘깁니다. 현실적인 목표는 이들 프로그램들을 제한하는 겁니다. 매우 중요한 성과가 될 겁니다. 북한은 지난 10년간 핵무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 역량을 가능한 최소화하고 제한해야 합니다.

기자) 제한을 계속 언급하셨는데요. 어느 정도 선에서 제한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미국을 타격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게 하는 겁니까?

세이모어 전 조정관) 네, 미국을 타격하지 못하도록 미사일 역량을 제한하는 거죠. 북한은 이미 핵무기로 일본과 한국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역량을 막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하지만 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하는 건 막을 수 있죠. 물론 북한은 선박으로 핵무기를 운반하거나 대기권에서 핵무기를 폭발시키는 전자기파 방식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게 미국이 어느 정도 제한된 북한의 핵 역량과 공존하기로 결정한다면 한국이나 일본이 자위적 핵무장에 나설 우려는 없습니까?

세이모어 전 조정관)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 상황을 안정시키지 못하거나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일본이나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겁니다. 국내와 세계 여론을 신경 써야 하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일본과 한국이 이른 시일 내에 핵무장에 나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큰 위험이 있습니다.

기자) 그만큼 미-북 대화 결과가 매우 중요해지겠군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제가 오랫동안 말해왔듯이 지금 협상 단계로 돌입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밝혔을 때 북한이 외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 입니다. 어쩌면 매우 빠르게 무너져 내리고 북한은 (핵,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대화가 몇 년간 이어지다가 무너질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지금 상황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외교가 현재로선 가장 매력적인 옵션입니다. 북한의 완전한 무장 해제를 빠른 시일 안에 이뤄내기는 어렵겠지만요.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으로부터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보인 이유와 대화의 한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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