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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아프리카 빚' 책임 공방...중국 "타이완·본토인 동등 대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6일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미국의 아프리카 정책에 관해 연설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6일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미국의 아프리카 정책에 관해 연설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중국 정부가 아프리카 각국을 빚더미에 빠뜨리고 있다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비판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겠고요. 리커창 중국 총리가 타이완과 경제·문화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야기, 이어서, 한국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곧 검찰에 나가 조사받는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고요?

기자) 네. 틸러슨 장관이 어제(6일)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학교에서 강연했는데요.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빚더미에 빠뜨리고, 천연자원들을 고갈시키는 등 경제적으로 옭아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역점 대외 경제정책인 ‘일대일로’와, 각종 아프리카 투자 사업들이 참가국들을 돕기보다는, 중국의 잇속을 챙기는 쪽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 건데요. 틸러슨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아프리카 대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취지로 주요 매체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 어떤 상황이죠?

기자) 최근 몇 년 새 중국은 경제· 문화· 군사적으로 아프리카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습니다. 먼저 경제적으로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잇는 21세기 실크로드를 만들겠다는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 각국에 길을 닦고 다리를 놓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고요. 또한 중국수출입은행과 국가개발은행 등을 통해 아프리카 저개발국들에 차관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투자도 적극적인데요. 지난 2000년 출범한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을 통해 올해까지 약 610억 달러를 주요지역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자원개발에 집행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문화적, 군사적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기자) 지난해 7월, 중국 인민해방군의 첫 해외기지가 아프리카 홍해 연안 작은 나라 지부티에서 출범했는데요. 이 기지의 지원시설을 넓히면서, 문화적인 영향력까지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미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 아프리카 사령부 토머스 발트하우저 사령관은 어제(6일)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쇼핑몰, 축구장 등을 짓고 있으며, 소통을 위한 인프라를 건설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부티 연안에 병원선을 파견해 현지 주민을 진료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이런 활동들이 불투명해서 각 나라를 빚더미에 빠뜨린다는 건데, 어떤 근거가 있나요?

기자)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어제(6일) 강연에서 중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는데요.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습니다. 워싱턴에 있는 정책연구기관인 국제개발센터(CGD)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지원금을 받은 나라 가운데, 23개 나라가 상당히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고, 이 가운데 8개국은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 상황이라고 지적했는데요. 이 중 한 나라가 아프리카의 지부티입니다.

진행자) 틸러슨 장관의 비판에 중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중국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제(6일) 정례 브리핑에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전혀 진실이 아니다”라며 “일부 아프리카 국가의 채무는 최근 1~2년 사이 생긴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누적된 액수"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서 “중국은 줄곧 아프리카에 평화와 발전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고 이에 대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과 아프리카의 협력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바라보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도 틸러슨 미 국무장장관의 이날 발언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 반박하는 기사를 일제히 싣고 있습니다.

진행자) 틸러슨 장관이 아프리카에 대해 강연한 이유는 뭐죠?

기자) 오늘(7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지는 순방일정과 관련 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에티오피아, 케냐, 그리고 중국군 기지가 있는 지부티, 차드,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5개국을 방문합니다.

진행자) 순방 의제는 뭔가요?

기자)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IS 격퇴전 현장을 둘러보고 각 나라와 대테러 협력을 강화하는 게 주요 순방 목적이라고 미 국무부는 밝혔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또 각국 정상들과 무역· 투자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할 계획인데요. 5억3천300만 달러 규모 아프리카 원조 계획도 어제(6일) 강연에서 공개했습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타이이완과 경제·문화 교류확대 계획을 내놓았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타이이완과 경제·문화 교류확대 계획을 내놓았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타이완과 경제·문화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요?

기자) 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월요일(5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타이완과 경제· 문화 교류를 더욱 장려하고, 이를 통해 평화적 관계 발전을 지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6년, 타이완 독립을 추구하는 차이잉원 총통 취임 후, 타이완 당국이 독자적인 외교 노력을 강화하고, 중국 당국은 이를 가로막으면서 양안 관계가 크게 긴장된 상태인데요. 경제 교류 확대 계획을 통해 이같은 상황이 나아질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중국과 타이완의 경제·문화 교류 확대 계획,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타이완 사람들이 중국 본토에서 취업하고 공부하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전반적인 생활에서 대륙인들과 같은 대우를 받도록 하겠다고 리커창 총리는 밝혔습니다. 타이완 주민들이 본토로 더 많이 향하게끔 하는 건데요. 이런 조치를 통해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아름다운 미래를, 타이완 동포와 대륙 동포가 함께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리 총리는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중국 본토에서 생활하는 타이완인이 많은가 보죠?

기자) 관영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5년에 중국에서 일하는 타이완 주민 수가 42만 명이 넘었는데요. 3년 정도 지난 지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행자) 중국에서 일하는 타이완 주민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최근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중국 경제규모가 계속 커지는 게 타이완 주민들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타이베이에 있는 고용자문업체 ‘맨파워그룹’ 조사에 따르면, 타이완 사람들이 중국 본토에서 일할 경우, 타이완에서보다 1.2배에서 1.3배 정도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경제교류 확대 계획을 밝혔지만, 정치적으로는 양안 관계 긴장이 여전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리커창 총리는 이날(5일) 이 같은 교류확대 계획을 내놓으면서도 “어떤 형식의 독립·분열 술책과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타이완 당국에 경고했습니다. 이를 통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결성을 수호하겠다”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92공식'에 기초해 통일을 추진할 것”이라고 리 총리는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 통일 추진, 타이완 당국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타이완 당국은 중국 정부가 ‘흡수 통일’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고 전면 반발하고 있습니다. 타이완 총리 격인 라이칭더 행정원장은 어제(6일) “(중국의) 최종 목표는 타이완을 집어삼키는 것”이라며, 관계부처에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이어 중국이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8.1% 늘린 데 대해 “우리도 필요한 무기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고, 부족분에는 특별예산까지 꾸리겠다”고 이날 행정원 회의에서 밝혔습니다.

이명박 전 한국 대통령. (자료사진)
이명박 전 한국 대통령.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명박 전 한국 대통령이 다음 주 검찰에 소환된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한국 검찰이 6일, 이명박 전 한국 대통령에게 오는 14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실체적 진실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왜 검찰의 조사를 받는 건가요?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방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핵심 의혹은 크게 뇌물수수와 선거법 위반, 직권 남용 등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우선 뇌물 수수 의혹을 살펴보면요. 재임 기간, 한국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 활동비를 받은 혐의, 또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우리금융', '대보그룹' 등의 기업으로부터 불법 청탁 자금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 측에 따르면 뇌물 수수로 의심되는 액수만 100억 원, 미화로 1천만 달러가 넘습니다.

진행자) 지금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다스 기업'에 대한 의혹도 있다고요.

기자) 네, 다스(DAS)는 한국 경상북도 경주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기업인데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씨가 회장으로 있지만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이 다스 기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을 제기해왔습니다. 현재 한국 검찰은 이 다스 기업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인데요. 이 때문에 다스와 관계사를 둘러싼 횡령·배임 등의 경영 비리 의혹과 비자금 조성,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검찰은 앞서 관련 조사를 위해 이상은 다스 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 등을 소환 조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선거법 위반과 직권 남용 혐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당시, 재산 내역을 허위로 발표했다는 의혹과 총선 당시 청와대가 국정원에서 받은 특수 활동비로 불법 여론 조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이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다스 기업의 소송에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등 국가 기관을 동원해 개입한 의혹은 직권 남용죄에 해당됩니다. 그런가 하면 다스 기업 건물 지하창고에서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문건이 다량 발견됐는데요. 검찰은 이를 대통령 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입건한 상황입니다.

진행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측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지난 1월,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구속된 직후 표적 수사라는 첫 공식 입장을 내놨고요. 현재 펼쳐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소환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날짜는 검찰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고려해 될 수 있는 대로 1회로 마무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재판에 회부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 헌정 사상 검찰 조사를 받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내란과 부패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요. 유죄가 인정돼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얼마 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풀려났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인의 뇌물 수수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요.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자살로 공소권 없이 처분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뇌물 수수와 국정 농단 등의 혐의로 한국 헌정 사상 처음 탄핵됐는데요. 다음달 초,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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