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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올림픽 폐회식에 '천안함 폭침 주도' 김영철 파견...한국 “미국 등과 긴밀 협의”


지난 2015년 8월 김영철 당시 북한 정찰총국장이 평양에서 외신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비난했다.
지난 2015년 8월 김영철 당시 북한 정찰총국장이 평양에서 외신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을 비난했다.

북한이 오는 25일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010년 46명의 사망자를 낸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 한국에서는 그의 방남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이 22일 오전 김영철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했다고 한국 통일부가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날 남북 고위급 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고위급 대표단이 단장과 단원 1명, 수행원 6명으로 구성되고, 단원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라고 통보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폐회식 참가가 남북관계 개선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이들의 방남을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대표단을 만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다만 김영철 부위원장이 한국과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 대상인 만큼 방남에 대해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노규덕 대변인]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있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을 준수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방남도 이런 틀 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 중에 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방남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이지만 미국과 협의를 거쳐 방남을 받아들인 바 있습니다.

북한 군부 내 대표적인 ‘대남통’인 김영철은 1980년대 후반부터 남북대화에 관여해왔습니다. 1989년 남북 고위당국자 회담 예비접촉 때 북측 대표였고, 1990년 남북 고위급 회담 때도 북측 대표단에 참여했습니다.

김 부위원장은 2009년에는 대남공작 사령탑인 인민군 총참모부 정찰총국장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2010년 당시 정찰총국장으로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배후로 알려져 있어 한국 정치권에서는 그의 방남을 놓고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에게 단 한 뼘도 대한민국 땅을 밟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다른 야당인 바른미래당은 “굳이 대북 제재를 훼손하면서까지 김영철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 방문을 수용하는 정부의 태도는 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북한의 “이번 고위급 대표단 파견은 올림픽 개막식에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온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방한에 이은 것으로, 이번 방문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영철이 이끈 정찰총국은 천안함 폭침 외에도 연평도 포격, 북한의 사이버 테러 등 크고 작은 대남 도발 위협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남북 장성급 회담 대표를 지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김영철이 북한 도발의 중심 인물이라며, 남남 갈등이나 미-한 관계 균열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김영철은 그동안 2010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목함 지뢰 도발, 사이버테러의 중심 인물이죠. 도발을 했던 인물이 내려온다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인물인데,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죠. 한국 정부는 또 지난번 최휘와 같이 다시 제재 유예 조치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죠.”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대남통’인 김영철을 폐막식에 보내는 것을 통해 북한의 본격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여정이라고 하는 사실상 특대형 인물을 보낸 상황에서 굳이 또 폐막식에 비중 있는 인물을 보낸다는 얘기는 남북관계를 김정은이 중시하고 있다. 김영철은 대남 라인입니다. 북-미 대화를 고려했다면 리수용을 보냈겠죠. 남북관계에 올인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거죠.”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김영철의 방남과 관련해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목적을 ‘폐막 행사 참가’라고 밝힌 것을 우선 고려했다”며,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큰 틀에서 수용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체류일정 등 실무적 문제들은 앞으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한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입니다.

평창올림픽 폐회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도 미국 대표단장으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폐회식 참석을 위한 한국 방문 중 북-미가 접촉할 계획이나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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