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인터뷰: 미 재난대비 전문가] “미 주요 도시, 북 핵 위협에 무방비…한국도 준비해야”


지난 13일 미국 하와에서 실수로 잘못 발령된 탄도미사일 경보 때문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오아후 섬의 한 도로 전자표지판에 "위협은 없다"는 문구가 표시됐다.
지난 13일 미국 하와에서 실수로 잘못 발령된 탄도미사일 경보 때문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오아후 섬의 한 도로 전자표지판에 "위협은 없다"는 문구가 표시됐다.

북한의 핵 공격 대상으로 거론되는 미국 주요 도시들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비 지침을 전혀 세우지 않고 있다고 미국의 저명한 재난준비 전문가가 지적했습니다. 컬럼비아대학교 지구연구소 산하 국가재난준비센터의 어윈 레들너 소장은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위협에 대한 인식만 있을 뿐 구체적인 행동 요령과 계획은 냉전 시기에 비해 전무하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북한의 핵과 재래식 무기에 가장 가까이 노출된 한국 역시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레들너 소장은 1993년부터 미 의회와 대통령실 재난준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뉴욕시장실 특별 자문을 맡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하와이에서 비상관리국 직원 실수로 미사일 경보가 발령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무엇을 시사한다고 보십니까?

레들너 소장) 오랜 냉전 기간 동안 핵무기는 양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증가했습니다. 수만 개의 핵무기가 미국과 소련을 서로 겨냥하고 있었고 폭발력은 메가톤급이었죠. 미국과 소련 간 핵 전쟁이 일어났다면 지구상 모든 게 사라졌을 겁니다. 당시 핵 전쟁에서 생존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번 하와이 미사일 경보 오류 사태는 새로운 핵 위협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어윈 레들너 미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산하 국가재난준비센터 소장.
어윈 레들너 미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산하 국가재난준비센터 소장.

기자)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레들너 소장) 테러조직 등 누군가 워싱턴 DC 또는 뉴욕시 등에서 핵 탄두를 터트릴 경우 상황은 끔찍할 겁니다. 뉴욕시의 경우 5만~7만5000명이 바로 숨지게 됩니다. 그러나 나머지 820만 명은 생존할 수 있습니다. 대처만 잘 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습니다. 생존이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과거의 핵 위협과는 의미가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기자) 북한의 핵 위협도 마찬가지입니까?

레들너 소장) 그렇습니다. 북한은 미국이든 이웃 나라든 어디에도 메가톤급 폭발력을 가진 핵탄두를 터트리진 못할 겁니다. 그런 무기를 갖고 있지도 않고, 개발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것은 미 서부나 일본, 한국으로 운반할 킬로톤급 폭발력을 가진 핵탄두입니다. 북한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 이제는 이러한 공격에 대비해 안전하게 대피하는 요령을 알아야 합니다.

기자) 하와이에서 오류로 미사일 경보가 발령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북한을 먼저 떠올렸는데요. 최근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하와이주 상원의원도 그런 발언을 했고요.

레들너 소장) 북한은 위협입니다. 그러나 과거 중국과 소련만큼의 위협은 아닙니다. 또 현재 러시아만큼의 위협도 아니죠. 아직도 핵을 갖고 있는 초강대국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미국과 러시아가 핵으로 서로를 공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도 그렇고요. 파키스탄에서는 역내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얘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북 핵과 같은 위협은 완전히 다른 현실입니다.

기자) 북 핵 위협에 대해 일반인들이 알아야 할 사항들은 무엇입니까?

레들너 소장) 당연히 알아야 하는데도 이런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저는 이 점을 오랫동안 우려해왔고요. 특히 미국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핵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뉴욕, 워싱턴 DC, 시카고, 휴스턴, LA, 샌프란시스코 등 북한이나 테러조직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주요 도시들에서 말이죠.

기자) 북한 등으로부터 실제 핵 공격이 가해질 경우 일반인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라고 조언하시겠습니까?

레들너 소장) 먼저 경보가 발령되면 폭발로부터 안전하고 방사능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소로 대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경보조차 없이 폭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방사능 노출에서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은 15~20분 정도입니다. 대부분 안전한 내부로 대피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대피 장소는 외부로부터 차광이 잘 된 건물이 적절합니다. 또 창문과 옥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건물 내 중간 부분에 머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대피소에서는 12~24시간 정도 머물게 됩니다. 외부로 나와도 안전하다는 공지가 내려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 요령들만 알아도 뉴욕의 경우 수십 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습니다.

기자) 핵무기 공격을 받았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일반인들은 예상하기 어려운데요.

레들너 소장) 우선 태양보다도 강력한 엄청난 강도의 빛이 발산됩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요. 이어 몇 초 후 엄청나게 큰 폭발음이 들리고 허리케인과 같이 강력하고 굉장히 빠른 속도의 바람이 몰아치게 됩니다. 폭발 지점으로부터 반경 0.5마일 이내 건물이 파괴되고 모든 것들이 가라앉게 되죠. 이 반경 내에서는 생존자도 없을 것이고요. 반경 0.5마일을 넘어 1~2마일에 걸친 지역 곳곳에서는 불이 날 것입니다. 끔찍하죠.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기자) 핵 경보에 따른 행동지침은 도시마다 다른가요?

레들너 소장) 도시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인 메시지는 같습니다. 실내로 대피해 다음 지침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죠. 세부 내용은 다를 수 있습니다. 방사능 노출 위험이 사라져 외부로 나올 수 있게 되면 대피 방향은 주로 바람이 어디로 부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자) 핵 공격 시 일반인들 행동지침과 관련해 미국은 충분히 준비됐다고 보십니까?

레들너 소장) 주요 도시들은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고 봅니다. 핵 경보가 울린 뒤 따라야 할 행동지침이 일반인들에게 공지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피 계획이 있긴 하지만 피상적이고, 실제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핵 공격 대상으로 거론되는 도시들 가운데 준비된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위협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이죠. 한편 한국은 북 핵 위협이 지구상 어떤 곳보다 큰 곳인데요. 핵 위협뿐 만이 아니죠. 재래식 무기 위협도 있습니다. 재래식 무기만 사용하는 전쟁이 발생해도 남북한은 황폐해질 겁니다. 한국도 이에 대비한 세부 계획을 갖추고 있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아윈 레드러너 컬럼비아대 재난준비센터 소장으로부터 북 핵 위협과 일반 미국인들의 대비 실태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