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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이프가드' 한·중 반발...'세계화 지속' 다보스포럼 개막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한국 삼성전자의 '액티브워시' 세탁기를 구경하고 있다.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한국 삼성전자의 '액티브워시' 세탁기를 구경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 통상당국이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 등에 ‘세이프 가드’,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합니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 정부가 반발하고 있는데요,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정·재계와 학계 주요인사들이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다보스포럼’이 오늘(23일) 개막했고요, 이어서,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65만 로힝야족 난민 송환이 준비 부족으로 늦춰진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외국산 세탁기 등에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한다고요?

기자) 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어제(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대형 가정용 세탁기와 태양광 셀·모듈에 ‘세이프가드’,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승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출범 후 세계 각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줄이고, 미국 내 산업을 지키기 위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해 들어 처음 관련 행동을 취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가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진행자) ‘세이프가드’가 뭔가요?

기자)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 상품 수입이 크게 늘어서 자국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될 때 모든 외국산 해당 수입제품에 관세를 물리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무역장벽입니다. 이번 조치의 경우,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이 대상인데요. 해당분야의 모든 외국산 제품이 긴급수입제한되지만, 사실상 한국과 중국을 겨냥한 조치여서, 업계와 두 나라 정부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실상 한국과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건 왜 그렇죠?

기자) 미국 시장에서 세탁기도 그렇고, 햇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기기 부품인 태양광 셀·모듈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한국에서 수입되고 있습니다. 미국 어느 지역에서나 가전 상점에 가보면, 세탁기는 월풀이나 GE(제너럴일렉트릭) 같은 미국산 외에 삼성이나 LG 등 한국산 제품이 가장 많이 진열돼 있습니다. 이런 한국산 세탁기는 미국산보다 잘 팔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태양광 패널 역시 한화와 LG, 현대 등 한국산 수입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제품도 한국산만큼 비중이 높진 않지만, 저가 영역을 중심으로 많이 수입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미국 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이번 ‘세이프가드’,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이번 조치는 15일 이내에 발효됩니다. 시작되면 최장 8년 동안 지속될 수 있는데요. 한국의 경우,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없거나 아주 낮았던 해당 상품에 막대한 관세를 매기게 됩니다. 먼저 세탁기를 보면요, 지금은 관세율이 0.4%로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세이프가드’ 발동 후 첫해 20%, 이듬해 18%, 다음해 16%를 적용합니다. 그래도 한국산 세탁기가 잘 팔려서 수입물량이 연 120만대를 넘어서면, 첫해 50%, 이듬해 45%, 다음해 40% 관세를 부과합니다. 한국산 세탁기 가격은 관세부과액만큼 높아질 수 밖에 없어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진행자) 영향을 받는 제품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매년 미국에 수입되는 삼성과 LG 세탁기가 300만 대 정도 입니다. 가격으로 따지면,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데요. 태양광 패널의 경우도 한화와 LG 제품이 매년 약 9억5천만 달러 어치 수입되고 있습니다. 중국산 제품은 한국산에 비해 적지만, 나머지 수입 물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막대한 수입 물량이 영향을 받으니까, 그만큼 미국산의 경쟁력이 올라가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미국 내 업계는 당장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나섰습니다. ‘세이프가드’ 승인 발표 직후, 세탁기 등 가전 제조업체인 월풀은 생산 확대를 위해 200여 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적극 호응하겠다는 건데요, 향후 생산과 기술개발에 신규 투자도 약속했습니다.

진행자) 한국 업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오늘(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 내 소비자 뿐 아니라, 근로자들에게 큰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모두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값은 더 치러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한화큐셀 최고경영진은 오늘 서울 시내 한 행사에서 “세이프가드의 영향이 굉장히 크다”며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인데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굉장히 고민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도 반발하고 있다고 하셨죠?

기자) 네. 한국 정부는 오늘(23일) 오전 긴급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었는데요, 회의를 주재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측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본부장은 “이번에 제소할 경우 승소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삼성과 LG 등 가전 기업들이 “미국에 현지공장을 설립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데도 불이익을 가한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보복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진행자) 어떻게 보복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김현종 본부장은 WTO 제소와 동시에, 한국 업계 피해 보상 논의를 위해 미국에 양자협의를 즉시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여기서 적절한 보상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제품에 대한 ‘양허 정지’(보복관세 부과)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도 반발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 상무부는 오늘(23일) 성명을 통해, 미 통상당국이 무역분쟁 해소 수단을 적절하지 않은 곳에 남용하고 있다며,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 결정에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가 개막했다.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가 개막했다.

진행자) ‘다보스 포럼’이 오늘(23일) 시작됐군요?

기자) 네.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개최지가 스위스 유명 휴양지 다보스이기 때문에 보통 ‘다보스포럼’이라고 부르는데요. 올해 행사가 오늘(23일), 나흘 일정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전세계 정치·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모여 현안을 중심으로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인데요, 올해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라 더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 정상이 다보스 포럼에 가는 것은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처음입니다.

진행자) 올해 다보스포럼 주제는 뭡니까?

기자) 주최 측이 발표한 주제는 ‘분열된 세계에서 공유의 미래 창조’입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구체적으로 “올해 다보스포럼은 국가주의 부상에 맞서 세계화를 이어갈 대책, 그리고 무역· 안보정책 불일치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주력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제러드 베이커 편집장과의 대담에서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국가주의의 부상에 맞서 세계화를 이어간다는 건, 이번 포럼에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를 비판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일부 국가에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를 '경제적 국가주의'로 지적하면서 잘못이라고 비판하는 것과 관련, 슈밥 WEF 회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반대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슈밥 회장은 "우리가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하는 것"이라면서, "세계화의 방향을 유지하면서, 자국내에서 경제적으로 뒤쳐진 사람들도 함께 돌보는" 논의가 진행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슈밥 회장은 이런 개념을 '공정한 세계화'로 이름붙였습니다.

진행자) 첫날 어떤 일정을 진행했나요?

기자) 2000년대 이후 고도 경제 성장을 지속한 국가들의 모임인 ‘브릭스(BRICS)’에 속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개막일 연설에 나섰는데요. “세계화와 개방의 목표가 보호주의의 공격을 받고 있다”며 각국의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3가지를 강조했는데요, 세계 경제는 보호주의를 물리치고 모두가 참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리고 각국 정책 입안자들은 국제규칙에 의거한 행보에 전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치·경제·안보와 관련된 국제기구들을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가가 주목된다고 하셨는데, 트럼프 대통령도 연설할 예정이죠?

기자) 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포럼 마지막 날인 금요일(26일) 오후 폐막 연설에 나섭니다. ‘미국우선주의’에 따른 보호무역과 고립외교를 통해 기존 각종 국제협정에서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새로운 대외정책 구상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다보스포럼을 취임 1년 동안 달성한 주가 상승 등 미국의 경제 호황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2일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외곽의 쿠투팔롱 난민촌에서 로힝야족 난민 여성이 아이를 안고 구호물품을 기다리고 있다.
22일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외곽의 쿠투팔롱 난민촌에서 로힝야족 난민 여성이 아이를 안고 구호물품을 기다리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얀마를 탈출해 떠돌고 있는 로힝야족 난민들의 본국 송환이 잠정 연기됐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네, 미얀마 당국의 탄압을 피해 국경을 넘어 피난길에 올랐던 로힝야족 난민들의 본국 송환이 잠정 연기됐다고 방글라데시 당국이 22일 밝혔습니다. 방글라데시 당국과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11월 23일, 로힝야족 난민들의 본국 송환을 새해 1월 23일부터 시작해, 2년 안에 마무리 짓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요. 이를 연기한 겁니다.

진행자) 송환이 잠정 연기된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준비 부족으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함마드 압둘 칼람 방글라데시 난민 구호·송환 담당 국장은 22일 "내일부터 사람들을 보내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칼람 국장은 관련 서류 처리가 끝나지 않았으며, 방글라데시내 임시 수용소도 아직 건설 중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언제부터 송환 작업이 시작되는지는 밝혔습니까?

기자) 칼람 국장은 구체적으로 언제 송환이 시작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마무드 알리 방글라데시 외무장관도 전날(21일) 관련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구체적인 날짜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알리 외무장관은 다만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서, "시작하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습니다. 한편,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간의 송환 합의를 비판해온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이번 연기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만약 로힝야 난민들 중에서 미얀마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네, 현재 로힝야 난민들 사이에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송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칼람 국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송환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로힝야 난민들은 시민권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본국 송환은 거부하겠다는 입장인데요. 미얀마 정부와 방글라데시 정부가 합의한 구체적인 송환 조건이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방글라데시 당국이 난민들에게 송환을 강요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로힝야 난민들은 미얀마로 돌아가도 정부의 탄압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얀마 북서부 라카인주에 주로 거주하는 로힝야족은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인종인데요. 인구 대부분이 불교신자인 미얀마 정부는 이들을 방글라데시에서 불법으로 들어온 이주자들로 간주해 오랜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이런 대규모 로힝야 난민사태가 발생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8월 로힝야 무장반군이 미얀마의 경찰 초소 등을 급습한 사건 때문인데요. 이에 미얀마군이 대테러를 선포하고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소탕 작전에 나섰고요. 이 과정에서 정부의 유혈 진압을 피해 도피한 65만여 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 정부의 진압을 인종청소라고 비판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국제사회는 고문과 살해, 방화, 성폭행 등 미얀마군의 행위를 전형적인 '인종청소' 행위로 규정했고요. 미국 정부는 직접적 책임이 있는 미얀마군 고위 인사들에 제재를 가했는데요. 하지만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을 비롯한 미얀마 정부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하면서 부인해왔습니다.

진행자) 아웅산 수치 국가 자문역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그동안 로힝야족 탄압 사실 자체를 부인해왔는데요. 이에 일각에서는 수치 자문역이 '대량학살'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얀마를 방문한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수치 자문역은 로힝야족 학살과 관련해 당국이 조사했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혀 처음으로 로힝야족 관련 사실을 일부 인정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미얀마 군부는 앞서,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부 군인들이 불교도들과 합세해 '로힝야족 테러범'을 10명을 살해해 암매장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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