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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남북회담, 미북대화로 이어지길…비핵화 약속 없어도 대화 가능”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

남북한 간 대화 동력이 군사회담을 거쳐 미-북 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가 밝혔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 등에서 근무했던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대화의 조건으로 못박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서 교훈을 얻어 ‘검증’을 대화의 일부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가 기획한 전 대북 협상가 인터뷰 시리즈,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우선 2년만에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북한이 지금과 같이 대화에 나섰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낼 의지가 있다고 말했고 1월 8일 열린 남북회담에선 한국의 통일부장관과 북한의 고위 당국자가 만났습니다. 북한이 500명 규모의 올림픽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한 점과 남북이 군사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점 모두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것은 북한이 비핵화를 언급하거나 논의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점입니다. 또 북한 측 대표가 자신들의 핵무기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을 겨냥했다고 한 점은 유감스럽고 미국에 대해 공격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비핵화는 이번 대화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미-북간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올림픽 이후에 남북이 군사회담을 열고 또 미국과 북한의 공식 대화로 이어진다면 매우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국의 대화 조건이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과 모든 사안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의향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왔습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 대화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엇갈린 분석이 나옵니다. 미-한 연합군사 훈련 중단에 따른 것이란 주장부터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에 따른 것이라는 다양한 주장인데요. 어떤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보시나요?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저는 말씀하신 모든 게 다 포함됐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에 공이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연합군사훈련 일정을 조율할 능력을 보여줬는데 이는 북한에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유엔의 대북 제재인데요. 중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제재를 이행하게 됐다는 점이 또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였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은 미-한 군사훈련 중단을 거듭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훈련 연기가 북한 핵, 미사일 실험과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으로 이어질 우려를 제기하는데요.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미-한 양국의 훈련은 방어 목적이고 수십 년간 이어져왔습니다. 두 나라 동맹의 정당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북한과 대화를 할 때 군사훈련이나 제재 부분에 대해서 전혀 얘기할 수 없다는 건 아닙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을 멈추게 하는 목적이라면 말이죠. 하지만 저는 이 부분이 대화의 전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만약 ‘쌍중단’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면 사전에 미국과 협의가 있어야 하고 미-한 양국이 같은 입장인 상황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해서 찬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서둘러서는 안됩니다. 북한으로 들어가게 될 자원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상응한 북한의 행동을 우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식의 좋은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무엇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기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협상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네 그렇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신뢰구축이죠. 남북간 관계는 모두 호혜적이어야 하며 양쪽이 갖고 있는 모든 걸 테이블 위로 올려놔야 합니다. 현재 (남북은) 핵이나 미사일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 않습니다. 핵심 문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입니다. 이로 인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여러 차례 채택되기도 했고요. 올림픽 이후 열리는 남북회담에서는 이런 문제가 논의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해 여러 차례의 핵과 미사일 실험을 통해 기술을 크게 진전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도 외교적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물론입니다.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화의 장으로 나서서 서로 앉아 모든 사안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 거죠. 그리고 또 신뢰를 쌓는 건데요. 현재 한국과 북한이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과 북한도 이런 상황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도 마찬가지고요. 북한의 안보 우려와 제재에 대한 불만에 대해 들어주고 해결할 방법을 강구하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도 저희가 갖고 있는 핵과 미사일 관련 우려에 대해 들을 준비가 돼야 합니다. 저희는 지금 핵과 미사일 얘기만 하고 있지만 사이버 공격을 비롯해 우려되는 사안들은 더 많습니다.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이 과정에서 저희가 대가로 줄 수 있는 부분을 알려줘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미-한 연합군사훈련의 수위를 한 두 단계 낮추거나 제재를 한 두 개 완화해주는 방식이 있을 수 있겠죠.

기자) 여러 차례 대북협상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신데요. 북한과 대화하는 데 있어 한계는 어떤 게 있나요?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저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과 대화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전직이 아닌 현직 당국자들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만약 이게 어렵다면 반관반민(트랙 1.5)이나 민간 채널(트랙 2) 대화 역시 괜찮다고 봅니다. 굳이 한계를 말하자면 대화 내용이 각국 지도자들에게 정확히 전달되는지 여부입니다.

기자) 신뢰를 여러 차례 언급하셨는데요. 과거 북한과의 협상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는 북한이 신뢰를 깨버렸기 때문 아닌가요?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좋은 지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북한과 대화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말을 합니다. 과거 북한이 약속을 져버렸고 이들이 말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죠. 하지만 긍정적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영변의 플루토늄 생산 시설을 중단시킨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북한은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요. 영변 플루토늄 시설이 해체되기 시작했고 감시하는 인력이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긍정적이었던 부분이죠.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월 체결된 공동성명이 중단되면서 이 모든 긍정적 변화가 부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도전을 다시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과거를 통해 교훈을 얻고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기자) 결국엔 신뢰보다 검증 부분이 핵심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검증이 핵심입니다. 북한과 맺은 어떤 협약을 이어나가는 데 있어 모두 다 감시하고 검증하는 절차에 성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대화를 하기도 전에 거래를 깨는 이유가 돼서는 안됩니다. 대화의 일부가 돼야죠. 검증을 어떻게 해야 할 지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로부터 북한과의 협상 여지와 한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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