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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이모어 전 백악관 조정관] “외교로 북 핵 해결 어려워…군사적 억제력 병행해야”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자료사진)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자료사진)

외교를 통해서는 북 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단지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을 뿐이라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이 밝혔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9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적 노력에는 군사적 억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2년 만에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이 미-북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내다봤습니다. ‘VOA’는 남북대화 재개에 따라 과거 대북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 전직 고위 관료들과의 인터뷰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 협상단의 일원이었던 세이모어 전 조정관을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2년 만에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고 추가 군사회담 등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합의했습니다. 우선 이번 회담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세이모어 전 조정관) 중요한 점은 김정은이 최소한 올림픽 기간 중 긴장을 완화하는 데 진지함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중요한 건 김정은이 3월 말까지 (핵,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이를 토대로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지 여부입니다. 북한이 현재 한국과는 핵과 미사일 관련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기자) 말하신 대로 비핵화 문제는 이번 남북 회담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런데도 미-북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북한은 한국과 핵 문제를 논의하는 데 항상 반대해왔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가진 이유는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북대화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게 된다면 미국과 북한간 대화의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대화가 성공적이거나 지속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열어놓을 수 있는 거죠.

기자) 미국은 미-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여러 번 언급했는데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트럼프 행정부의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때에 따라 다른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이 군사적 실험을 중단하고 대화의 목표가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은 지금 몇 달 동안 잠잠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제재를 줄이고 미국의 군사공격을 피하려는 건지 아니면 정말 협상에 나서고 싶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의 외교관들이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눠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이번 대화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엇갈린 분석이 나옵니다.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따른 것이란 주장부터 미국의 최대 압박 캠페인에 따른 것이라는 다양한 주장인데요. 어떤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보시나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저는 이 모든 이유들이 포함됐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지난 2017년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기술 부문에 있어서 큰 진전을 이뤄냈습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수소폭탄 등 말이죠. 아마 전략적 목적은 대다수 달성했다고 봅니다. 반면에 4개의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른 매우 강력한 경제 제재라는 대가를 치렀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옵션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큰 규모의 (미-한) 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했고요.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게 더 큰 건지는 김정은만 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군사훈련 연기를 말씀하셨는데요. 이번 훈련 연기가 북한 핵, 미사일 실험과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저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한 쌍중단의 대안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중국이 주장하는 쌍중단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주장하는 쌍중단은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를 동결하는 대가로 북한의 군사 실험을 동결하는 겁니다. 이런 동결 상태가 된 다음에 북한의 군사 프로그램을 뒤로 되돌리는 대가로 제재 완화를 해주는 방법입니다. 물론 이는 매우 어려운 협상이 될 겁니다. 북한의 핵 물질 생산 동결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검증 절차가 필요합니다. 북한은 이를 한 번도 허가한 적이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추가 핵,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다면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미국의 전략 폭격기 등 전략 자산 배치 중지를 제안할 수 있다고도 봅니다.

기자) 미국은 쌍중단 상황이 온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문재인 대통령이 미-한 군사훈련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한국을 오랫동안 지켜줬는데 한국이 자신들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그리곤 미군을 모두 철수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담당 보좌관들은 모두 주한미군 철수는 어리석다고 말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전직 주한미군사령관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양국의 훈련을 협상 수단으로 삼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입니까?

세이모어 전 조정관) 위험한 부분은 있지만 관리할 수 있는 위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한국 모두 외교적 방법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데 공통 관심사가 있습니다.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대북 경제 제재가 완화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요구할 겁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부분인데요. 저는 이게 한국의 협상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한국이 대가로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 입니다. 이 부분은 한국이 미국과 합의를 거쳐야 합니다.

기자)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가 미국이 이끄는 최대 압박 캠페인을 약화시키지 않을까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이게 압박 캠페인의 목적입니다. 저는 압박의 목적은 압박을 검증 가능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제한을 위한 협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압박 캠페인을 통해 정권 교체를 이뤄낼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죠. 물론 정권 교체를 이뤄낸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방법은 아닐 겁니다. 저는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양보를 하더라도 정권 교체를 위해서 계속 압박을 가하는 정책이라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위협을 줄인다면 제재 완화를 비롯해 압박 수위를 낮추는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기자) 과거 여러 번 대북 협상에 참여하셨는데요. 북한과의 협상에서 한계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외교로 북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배운 것 같습니다.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는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외교로 할 수 있는 건 북한 무기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개발을 연기시키는 겁니다. 경제, 제재, 안보 보장 등 부문의 보상을 통해서죠. 해결하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겁니다. 외교적 노력을 하면서 군사적 억제력을 키워야 합니다.

기자) 앞으로 남북이나 미-북간 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약속들을 신뢰할 수 있나요?

세이모어 전 조정관) 아닙니다. 북한이 하는 어떤 말도 믿을 수 없습니다. 북한과 체결한 모든 합의는 검증이 돼야 합니다. 핵무기 실험의 경우는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검증할 수 있지만 핵 물질 생산 등은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으로부터 북한과의 협상 여지와 한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내일은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의 인터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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