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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새 대북제재 결의 2397호의 의미와 파장


22일 유엔 안보리에서 열린 새 대북제재 결의 2397호 표결에서 니키 헤일리 미국대사(오른쪽)가 손을 들어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22일 유엔 안보리에서 열린 새 대북제재 결의 2397호 표결에서 니키 헤일리 미국대사(오른쪽)가 손을 들어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역대 10번 째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했습니다.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함지하 기자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는 역대 가장 강력했던 기존 결의에 새로운 강력한 제재가 추가됐다, 이렇게 표현을 했는데요. 어떤 의미일까요?

기자) 기존 결의에서 다소 수위가 낮았던 제재 내용들이 한 순간에 높아졌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이번 결의 2397호는 크게 원유와 해상차단, 노동자 이렇게 세 줄기로 나눠서 볼 수 있는데요. 이미 올해 채택된 제재 결의에서 다뤘던 것들이지만 이번에 강도가 더 세졌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 들어가는 원유를 어느 정도나 막느냐, 여기에 관심이 집중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새 결의는 북한으로 유입되는 원유의 총량을 400만 배럴 혹은 52만5천 t으로 제한했습니다. 원유에 대한 제재는 지난 10월 채택된 결의 2375호에서 처음 적용됐는데요. 2375호는 당시를 기준으로 1년간 대북 원유 수출량을 넘어서는 양을 판매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시했었습니다. 정확한 양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물론 수출량을 보고해야 할 의무도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엔 400만 배럴이라는 구체적인 상한선을 그은 겁니다.

진행자) 400만 배럴은 얼마나 많은 건가요?

기자) 사실 400만 배럴은 미국이 추산하는 북한의 연간 원유 수입량입니다. 따라서 북한으로 유입되는 원유 양이 이번 결의로 크게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원유는 중국으로부터 차관 형태로 무상 공급받는 걸로 알려져 왔는데요. 중국은 지난 2013년부터 원유 공급 양을 자체 수출문서에 기록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결의는 대북 원유 유입 실태를 좀 더 투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진행자) 투명성은 중국이 제대로 보고를 해야 더욱 빛이 날텐데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지난 4년간 대북 원유 공급량을 제대로 기입하지 않은 중국이 국제사회에 이를 잘 보고할 지 의문이 남습니다. 원유는 신의주와 단둥 사이에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흐르기 때문에 외부에서 감시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고요. 각 유엔 회원국들은 이번 결의 채택에 따라 매 분기별로 원유 공급량을 보고해야 하는데요. 따라서 첫 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4월 중국의 이행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진행자) 원유는 현 상태를 유지하지만, 정제유는 크게 축소됐군요.

기자) 네, 새 결의는 정제유의 상한선을 50만 배럴로 정했습니다. 이전 결의의 200만 배럴에 비해 75%가 줄어든 겁니다. 정제유는 원유를 정제해서 나온 유류제품을 의미하는데요. 휘발유와 디젤유 등이 포함됩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연간 정제유 유입량의 89%가 끊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미 재무부는 북한이 선박간 환적, 즉 공해상에서 유류품을 옮기는 모습을 포착하지 않았습니까? 정식 무역 경로로 보이진 않았는데 말이죠.

기자) 그런 이유 때문에 새 결의가 해상차단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397호는 불법활동이나 결의 위반에 관여돼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북한 선박을 유엔 회원국들이 압류와 조사,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선박간 환적을 통해 원유와 석탄을 운송하고 있다는 점에도 깊은 우려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해상 차단 역시 과거 결의에 포함됐던 내용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2375호는 선박간 환적을 금지했고요. 또 북한 선박을 검색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었습니다. 그런데 선박을 검색하기 위해선 선박의 선적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 선박을 검색하려면 북한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번 결의에는 이런 내용이 빠졌습니다.

진행자) 선박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를 끄지 말라는 내용도 담겼군요.

기자) 네, AIS라고 부르는 선박자동식별장치를 말하는 겁니다. 자신의 위치를 다른 선박이나 주변 항구에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화물선처럼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선박들은 AIS를 반드시 켜고 다녀야 하는데, 북한 선박들은 이 장치를 끄고 다닌다는 지적을 끊임 없이 받아왔죠.

진행자) 제재를 회피하는 게 목적이었죠?

기자) 새 결의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AIS를 끄는 선박에 대해 어떤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보다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게 결의에 포함된 문구입니다. 그래도 늘 허점으로 지적돼 왔던 AIS 문제가 안보리의 공식 문서, 그것도 결의에 포함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진행자)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은 2019년 말까지 모두 돌아가야 한다는 내용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걸로 보입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새 결의는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인 나라들에게 2년 간의 시간을 준다고 명시했습니다. 그 안에 모두 귀국시키라는 겁니다. 이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임금을 정권에 바치면서 결과적으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판단 때문에 나온 조치입니다.

진행자)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제재는 기존 제재 결의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군요?

기자) 노동자 문제만 보더라도 이런 양상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해외 노동자 문제를 다룬 결의안은 지난 9월 채택된 2371호인데요. 당시 결의는 해외 노동자의 숫자를 현 수준에서 동결시키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채택된 결의 2375호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 노동자의 노동허가증을 갱신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모든 노동자를 2년 안에 쫓아내라고 한 겁니다.

진행자) 북한의 도발이 가속화될수록 제재도 강해진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기자) 맞습니다.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는 통상 미국과 중국이 초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두 나라가 어느 정도 합의를 보면, 나머지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초안이 배포돼 표결로 이어지는 수순이죠. 그런데 미국과 중국이 협상 과정에서 포함시키지 못한 내용들, 즉 중국의 반대로 수위가 낮아진 제재들이 다음 제재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석탄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초 미국과 중국은 줄다리기 협상을 한 끝에 민생목적을 예외로 한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했었고요. 이후 결의를 채택하면서 석탄 수출에 상한선을 두는 쪽으로 결의 내용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9월 석탄 수출의 전면 금지를 결의 2371호에 넣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도발을 하면 할 때마다 과거 중국이 반대했던 주장들이 점점 무색해지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이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원유를 제재하는 걸 극도로 꺼려했던 사실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을 하면서 중국으로서도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겁니다.

진행자) 앞으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때도 결의 수위가 지금보다 높아질 텐데요.

기자) 이번 결의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안보리가 원유와 정제유에서 추가 조치를 취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추가 도발은 원유 제한선이 더 낮아지고, 정제유를 전면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함께 새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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