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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리스 전 백악관 보좌관] “북한, 아프리카와 연간 1억 달러 거래…아프리카, 북한의 생명줄 될 수도”


지난 2009년 9월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독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이 세워지고 있다.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제작했으며, 세네갈 당국으로부터 2천700만 달러의 건립비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9월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독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상'이 세워지고 있다. 북한 만수대창작사가 제작했으며, 세네갈 당국으로부터 2천700만 달러의 건립비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거래하는 아프리카 국가는 30곳이며 무역 규모는 연간 1억 달러에 달한다고 그랜트 해리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프리카 담당 선임보좌관이 밝혔습니다. 바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근무한 해리스 전 보좌관은 18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강화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교역을 늘릴 수 있으며 이들 국가들이 북한의 생명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해리스 전 보좌관을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무역과 군사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태가 어떻습니까?

해리스 전 선임보좌관) 북한은 지난 수십 년간 아프리카 국가들에 투자를 해오고 관계를 강화해왔습니다. 이념적 유대관계와 경제, 군사 관계를 바탕으로 말이죠. 북한은 아프리카 시장에도 많이 개입해 있습니다. 저렴한 군사 무기를 판매하거나 노동력을 수출하기도 합니다. 군사적이나 비군사적 사회기반시설에도 투자를 하고 있고요. 실제로 2015년 기준 북한 정권과 교역을 하는 아프리카 국가는 약 30곳이 됩니다. 이들 국가와의 교역 규모는 연간 1억 달러를 넘고요. 이런 관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교역이 대북 제재를 직접적으로 위반하고 이들 자금이 북한 정권이 무기를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점입니다.

기자) 북한이 아프리카 국가와 어떤 거래를 하고 있나요?

그랜트 해리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프리카 담당 선임보좌관
그랜트 해리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프리카 담당 선임보좌관

해리스 전 선임보좌관) 유엔은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들을 통해 이런 활동들을 많이 기록해놨습니다. 올해 초 발표된 보고서는 아프리카 국가들 중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11개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제재 위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고요. 북한이 (아프리카 국가의) 경찰이나 군대를 훈련시키거나 무기 생산 공장을 짓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나미비아에서 탄약 공장을 지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제재 위반이죠. 콩고민주공화국도 조사를 받고 있고 우간다 역시 북한이 사회기반시설에 투자를 한 보고가 있습니다. 탄자니아와 다른 여러 국가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북한은 또 아프리카 혁명 영웅들의 큰 동상을 짓는 일도 하고 저렴한 무기를 대량 판매하거나 군사훈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자)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과 관계를 끊었다가 이를 복원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해리스 전 선임보좌관)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과의 관계를 축소한다고 밝힌 적이 많습니다. 나미비아나 우간다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종종 이런 방침을 바꾸거나 모든 관계를 축소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나미비아의 경우는 북한과 관계를 축소한다고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유엔 조사 결과 북한인 근로자들이 나미비아에서 무기 공장을 지었다는 게 밝혀졌죠. 우간다는 2016년 5월에 북한과의 군사적 관계를 끊는다고 밝혔지만 경찰 훈련을 비롯한 많은 활동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제 생각에 우리는 매우 강력한 외교 정책이 필요합니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강력한 관계를 맺어서 이들이 (북한을) 대체할 국가를 갖게 하는 거죠. 또 북한 정권과 협력하는 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겁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와 국민들은 평양이 자행하는 대규모 인권 유린 범죄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아프리카 국가들의 안보와 군대를 전문화시키는 걸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국가들이 북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갖게 하자는 겁니다.

기자) 미국 정부는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 간의 관계를 끊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습니까?

해리스 전 선임보좌관) 이 문제는 오랫동안 미국 정부가 우선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호전적 성명들과 미사일, 핵 실험 증가에 따라 우선순위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오바마와 트럼프 행정부 모두 이 문제를 우선시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역시 아프리카 정상들을 만나 이런 부분을 언급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문제는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 간 관계의 뿌리가 깊다는 겁니다. 이런 관계를 끊게 하기 위해선 대안을 마련해줘야 하는데요.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하고 이들을 지원해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걸 해줘야 합니다.

기자) 북한의 외교관들이 코뿔소 뿔 등을 밀수한다는 보고서가 발간되기도 했는데요.

해리스 전 선임보좌관) 그런 보고서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이 이런 불법 밀수 활동에 가담한다는 건 신뢰할 수 있는 보고 같습니다. 창피한 일입니다. 야생 동물 밀매는 전 세계에서 상징적인 야생 동물들을 파괴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또 불법적이고 부패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 수년 동안 북한의 대사관들이 이런 불법 활동을 지원하고 밀수의 최전선에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기자) 앞서 북한이 저렴한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대량살상무기나 핵 기술 등을 수출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해리스 전 선임보좌관) 항상 우려돼 온 점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기술과 훈련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들 중 일부는 인권 범죄를 저지르거나 해당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국가들입니다. 가령 북한은 에리트레아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에리트레아가 역내를 불안정하게 하는 행동을 중단시키고 고립시키려 하는데 말이죠. 북한 정권이나 회사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매우 창의적이었습니다. 북한이 아프리카에서 버는 돈은 러시아나 중국과의 무역에 비하면 적은 수준입니다. 현재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고 중국도 제재 이행에 더욱 생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 경우 북한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중요시할 겁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 정권의 생명줄이 될 수 있는 거죠.

기자)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됨에 따라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관계가 확대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해리스 전 선임보좌관)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중국이 경제와 무역 관계에 있어서 북한의 킹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매우 똑똑하게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와 교역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무역을 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는 약 30곳입니다. 현재의 무역 규모가 연간 1억 달러이지만 이들 관계가 끊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키는 게 핵심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하지만 아프리카처럼 북한이 존재감을 늘리고 돈을 벌려고 하는 지역들에도 집중해야 합니다.

기자)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과의 관계를 끊도록 만들기 위해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합니까?

해리스 전 선임보좌관) 많은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유엔 결의에 따라 의무화된 북한과의 관계를 보고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매우 적습니다. 국제사회가 이를 보고하지 않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압박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일본 모두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군사협력을 늘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안을 만드는 거죠. 또 아프리카 세관 당국의 검역 역량을 키워주는 겁니다. 대다수의 대북 무역은 의도된 것이긴 하지만 북한이 검역을 피하기 위해 중국 회사를 사용하거나 다른 방법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문제가 아프리카의 언론이나 대화에서 많이 언급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나 다른 국가와는 다른 부분이죠. 북한이 대규모 강제노동수용소를 운영하고 정치의 자유가 없으며 인권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북한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이들에게 명확히 알려준다면 북한과의 이념적 유대를 끊을 수 있을 겁니다.

기자) 미국은 북한과 아프리카 국가들 간의 거래 여부를 계속 확인하고 있나요? 조사하는 데 한계는 없습니까?

해리스 전 선임보좌관) 미국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수집하고 있습니다. 유엔과 파트너 국가들, 이 문제를 깊게 연구하는 유엔 전문가패널 등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또 아프리카에 위치한 싱크탱크들에게서도 많은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북한의 활동을 완벽하게 확인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북한이 거래 내용을 숨기고 제재를 피하는 데 매우 똑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감시와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해리스 그랜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프리카 선임보좌관으로부터 아프리카 국가와 북한 간의 무역 현황과 관계 단절 유도 방안들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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