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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한-중 경제 '3대원칙' 제안...이슬람권, 트럼프 '예루살렘 선언' 공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13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13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사드’ 때문에 불편해진 관계를 정상화하자고 지난 10월 말 당국 간 합의한 뒤 처음으로 시진핑 주석과 만납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결정에 대해 이슬람권 국가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고요. 이어서, 중국이 스리랑카 주요 항구를 99년 동안 운영하게 된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 나섰군요?

기자) 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토요일(16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오늘(13일) 중국 국빈방문을 시작했습니다. 한국과 중국 양쪽 모두 이번 일정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요. 주한미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문에 갈등을 빚은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자고 지난 10월말 당국간 합의한 뒤 처음으로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기 때문입니다. ‘정상화’하기로 한 두 나라가 관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려나갈지, 이번 일정에서 윤곽을 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이 오늘(13일) 만났습니까?

기자) 오늘은 시진핑 주석뿐 아니라, 중국 정부 고위급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는 일정이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시 주석과 주요 당국자들은 물론이고, 중국 공산당 고위인사들이 모두 베이징에 없기 때문인데요. 톈안먼 광장 일대에 태극기가 게양되는 등 환영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문 대통령은 현지 동포간담회와 ‘경제인과의 만남’ 등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주석이 왜 베이징에 없는 거죠?

기자) 난징(남경)에 가 있습니다. 오늘(13일)이 ‘난징대학살’ 80주기인데요. ‘난징대학살’이란, 중일전쟁 때인 지난 1937년 12월 13일부터 약 6주 동안 일본군이 난징 일대 주민들을 무차별 살해한 사건을 가리킵니다. 30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중국 당국이 추산하는데요. 지난 2014년,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는 시진핑 주석 지시에 따라 매년 12월 13일을 국가추모일로 정해 행사를 치르고 있습니다. 학살 희생자뿐 아니라, 과거 일본군이 저지른 화학무기·세균전 사망자, 강제노역 사망자, 성노예로 학대당한 ‘위안부’ 피해자 등을 행사에서 함께 기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올해는 특히 80주기라 행사가 더 컸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숫자 '8'에 중요한 의미를 두기 때문에 오늘(13일) 80주기 행사는 예년보다 성대하게 거행했는데요. ‘난징대학살’ 국가추모일 제정 이후 처음으로 시진핑 국가 주석이 참석했습니다. 시내 ‘난징대학살 희생 동포 기념관’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위정성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추모사를 통해, “일본 군국주의가 발동한 전쟁은 중국뿐 아니라 일본 인민에게도 큰 상해를 입혔다”면서, “(중국과 일본) 양국 인민은 쉽게 오지 않는 평화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영민 중국주재 한국 대사를 비롯한 주요 외교사절들도 행사에 나왔는데요, 지재룡 북한 대사는 불참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오늘(13일) 베이징에 도착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난징대학살’ 희생자 추모 메시지를 냈다고요?

기자) 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오늘 베이징에서 동포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는데요. 인사말을 통해 “오늘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여전히 아픔을 간직한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문 대통령이 동포간담회에서 그 밖에 어떤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중국 내 한인들에게 “그동안 사드 여파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나”라고 물으며,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었고, 이번 국빈방문으로 양국의 신뢰가 회복되고, 한·중 관계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진행되면서 중국 내 한국계 사업체들이 비공식 경제보복을 당한 데 위로를 건넨 건데요. 행사에는 최근 한국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인 배우 위샤오광 씨와 한국인 배우 추자현 씨 부부가 문대통령-김정숙 여사 내외와 나란히 앉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문 대통령이 이어서 경제인들을 만났다고 하셨죠?

기자) 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이어,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는데요. 두 나라 주요기업 대표자 6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의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3대 원칙’과 ‘8대 협력방향’을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한국과 중국의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을 위한 제안,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죠.

기자) 문 대통령이 오늘(13일) 중국에 제안한 ‘3대 원칙’은 ‘양국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 강화’, ‘미래지향적 협력’, 그리고, ‘우호적 정서를 통한 사람 중심 협력’입니다. 정리하자면, 두 나라 경제계가 “마음이 통하고 서로 신뢰하는 친구가 되자는 취지”라고 문 대통령이 직접 설명했는데요. 이 원칙을 바탕으로 한 ‘8대 협력방향’에는 디지털 무역, 벤처창업, 인프라사업 제3국 공동 진출 등에 두 나라가 힘을 모으자는 계획이 들어있습니다.

진행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더욱 발전시키자는 제안도 했다고요?

기자) 네. 문 대통령은 또 발효 3년째를 맞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비관세 장벽까지 더 낮춰 두 나라 경제교류를 더욱 활성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내일(14일)부터 중국 당국과 두 나라 FTA의 서비스와 투자분야 협상을 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또 중국 정부의 역점 대외경제정책인 ‘일대일로’ 사업이 한국 정부의 ‘신북방-신남방정책’과 공통점이 있다면서 연계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주석과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언제 열립니까?

기자) 두 정상은 내일(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 환영식과 함께 회담을 진행합니다. ‘사드’를 둘러싼 두 나라 사이 입장 차이는 인정하면서, 경제와 문화 분야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데 회담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양국 언론이 전망하고 있는데요.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금요일(15일)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정부 요인들을 잇따라 만나고, 이어서 토요일(16일)에는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도 면담할 예정입니다.

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막한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막한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데 대해 이슬람권 국가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고요?

기자) 네. 이슬람권 57개 나라의 모임인 ‘이슬람협력기구(OIC)’가 오늘(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었습니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담화를 낸 데 대한 대책을 모색했는데요. 중동권 유력 매체인 ‘알자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을 둘러싼 혼란이 이번 OI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참가국들의 기대를 전했습니다.

진행자) OIC 정상회의에는 누가 참석했습니까?

기자) 이스라엘과 분쟁을 겪고 있는 당사국인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 레바논의 미셸 아운 대통령,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을 비롯해 개최국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등 회원국 정상 대부분이 참석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정상이 참석하지 않는 나라도 외무장관급 이상 고위 인사를 보냈는데요. 참가국 대표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맞선 이슬람권의 공동 요구를 내놓은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슬람권의 공동 요구란 어떤 건가요?

기자) 두 가지입니다. 먼저, 팔레스타인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나라들은 즉시 독립국 지위를 인정할 것, 그리고, 동예루살렘 일대를 팔레스타인 수도로 국제사회가 공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오늘(13일) 공개된 유세프 빈 아흐마드 알우타이민 OIC 사무총장 명의 성명에서 이슬람권 국가 정상들은 “미국의 결정을 거부한다”며 “그 결정은 무슬림 국가들에 심각한 도전이 됐고 중동에서 폭력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비이슬람권과의 협력도 모색한다고요?

기자) 네. 이번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의 참가국 지도자들은 프랑스와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국가 정상들과 예루살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등,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외교적 대응에 함께 나서기로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예루살렘 문제를 둘러싼 이슬람권 국가들의 반발, 어떻게 일어난 일인지 짚어보죠.

기자) 예루살렘은 분쟁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한쪽의 일방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게 그동안 70년 가까이 국제사회 공통 정책이었는데요. 지난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하면서,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이슬람권 국가들의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항의 시위와 폭력도 이어졌는데요.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분쟁 당사자 가운데 한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 구축 노력을 지지한다고 국무부와 유엔대표부 등이 강조했습니다.

스리랑카 함반토다의 항구. (자료사진)
스리랑카 함반토다의 항구.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스리랑카 정부가 주요 항구의 운영권을 중국에 공식 이전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네, 스리랑카 정부가 남부 함반토타 항구를 중국에 99년간 빌려주기로 하고 항구의 운영권을 공식 이전했습니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2010년 중국 정부로부터 15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받아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했는데요. 하지만 상업적 이용이 저조해 적자가 계속 누적돼 왔습니다.

진행자) 지난 7월에 이미 양측이 계약에 서명했고 이번에 공식 인도하는 거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동안 채무로 고전하던 스리랑카 정부가 지난 7월 중국 국영 항만기업 측과 11억2천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항구 운영을 위한 합작기업을 만들어 지분의 70%를 중국에 매각하고 향후 99년간 항구 운영권을 중국에 이전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양측은 당초 지분 80%를 중국 측이 갖기로 했었는데요. 하지만 스리랑카 내 반대 여론이 워낙 강력해 지분을 낮춰 다시 계약을 맺은 겁니다. 중국 기업은 지난주, 스리랑카에 합의금 1차분을 지급하고, 99년 임차조건의 항구 운영권을 공식적으로 인계받았습니다.

진행자) 현재 스리랑카 국내 여론은 어떻습니까?

기자) 스리랑카의 주권을 훼손하고 국가의 자산을 팔아넘긴다고 항의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항구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함반토타 항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며칠째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스리랑카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는데요. 여당 정치인들은 중국과의 계약이 빚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친 중국파인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도 이로써 정부가 빚을 갚을 수 있게 됐고 함반토타 항구는 인도양의 중요한 항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야권에서는 현 정부가 함반토타 항구 노동자들의 사정은 고려치 않고 국가 자산을 팔아 얻는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함반토타 항구가 지리적,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스리랑카 남부에 있는 항구인데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통로로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올해 초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항구 개발 사업을 재개하기로 한 데 이어,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까지 거머쥐면서 인도양 내 영향력을 확대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스리랑카 국내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리랑카 정부가 줄이려고 하는 빚보다 앞으로 지불해야 할 대가가 더 클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최근 일부 국가들이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발을 빼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죠?

기자) 네, 지난달 파키스탄 정부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던 대규모 수력발전 댐 건설 사업을 포기했습니다. 또 네팔 정부와 미얀마 정부도 중국과 함께 추진해온 수력댐 건설 사업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특히 파키스탄은 일대일로 참여국 중 중국에 가장 협조적인 나라기 때문에,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이들 나라는 중국 정부가 내놓고 있는 까다로운 사업 조건에, 얻는 이익마저 기대보다 작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과의 협력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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