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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권변호사 장톈융 '국가전복' 2년형...동아시아정상 성명 "평화·안보 중요"


중국의 인권운동가 장톈융 변호사.
중국의 인권운동가 장톈융 변호사.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저명한 중국의 인권운동가 장톈융 변호사가 국가전복선동죄로 징역 2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신변 안전을 우려해온 인물인데요. 어떤 사정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지난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마무리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뒤늦게 성명을 내서 “역내 평화와 안보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고 밝혔고요, 이어서,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대형 할인점 지분을 인수한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중국의 유명 인권운동가가 징역형을 받았다고요?

기자) 네. 중국 남부 후난성 법원이 오늘(21일) 인권운동가 장톈융 변호사에게 국가전복선동죄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향후 3년동안 정치적 활동까지 금지시켰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장 변호사가 “국가의 정치제도를 전복하려는 사상을 구축했다”면서 “해외 반중 세력으로부터 재정지원도 받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는데요, 앞으로 중국 내 인권운동가들을 상대로 한 비슷한 사건들의 재판에 영향을 줄 것으로 국제인권단체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명한 인권운동가라고 하셨는데, 장톈융이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인권변호사로서, 중국 정부와 체제에 맞서는 개인이나 단체들을 도왔습니다. 대표적 소수민족인 티베트 저항단체, 또 당국이 불법으로 규정한 기공수련단체 ‘파룬궁’ 등 중국 공산당과 갈등을 빚은 사람들을 변호했고요. 에이즈 집단 감염자들과, 미국으로 망명한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 천광청 등을 지원한 공로로 지난 2011년 미국 민주인권상을 받았습니다. 이후로도 각종 국제기관에서 수상했는데요. 하지만, 중국 당국은 지난 2009년, 갖가지 불법행위에 관여했다면서 장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공산당에 맞서는 사람들을 돕던 인권변호사가 재판을 받게 된 계기는 뭔가요?

기자) 베이징에 살던 장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후난성 창사에 구금된 인권변호사 셰양을 만나러 갔다가 실종됐습니다. 주변과 연락이 갑자기 끊긴 건데요. 현지 공안이 체포했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아무것도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장 변호사가 실종된 뒤, 필립 앨스턴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을 도운 데 대한 중국당국의 보복일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최근에야 공식적으로 소재가 알려졌습니다. 지난 6월, 창사 구치소에 장 변호사가 유치돼 있다는 통지서를 가족들이 받았는데요, 당국은 이에 앞서 5월, 국가전복선동 혐의로 장 전 변호사를 기소했고요, 이번에 법원이 혐의 내용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겁니다.

진행자) 국가전복을 선동했다는 근거는 뭐죠?

기자) 장 변호사가 외국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중국 내 인권상황을 비판하고, 외신 인터뷰도 활발히 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관련 활동을 당국이 체제 전복으로 규정한 건데요. 장 변호사가 외국 언론 매체와 150회 가까이 인터뷰를 했는데, 이 가운데 70여 차례나 중국의 체제 전복을 주장했다고 현지 공안당국은 주장했습니다. 인터넷 ‘트위터’에도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200여 차례 올린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게 모두 국가전복선동 혐의에 포함됐습니다. 또한 국가기밀문서를 외국에 전달하려 한 혐의도 있다고 중국어권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오늘(21일) 판결에 대해 피고 측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장 변호사 측은 법정에서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보도됐는데요. 부인 진볜링 씨는 법원이 “중국 자체의 법규와 사법절차를 송두리째 무시했다”면서,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습니다. 현재 부인은 망명 허가를 받아 미국에 거주 중입니다.

진행자) 법원이 법규와 사법절차를 무시했다고 부인이 주장했는데,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장 전 변호사가 구금 중 고문을 당한 의혹입니다. 이번에 유죄 판결이 나온 근거 중 하나가, 장 전 변호사가 혐의 내용을 인정하고 사죄했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런 자백은 당국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국제 앰네스티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고문으로 진술을 이끌어냈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공안 당국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장 전 변호사의 구금 중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오히려 장 전 변호사가 힘없이 걷는 모습과 함께, 두 종아리에 멍 자국이 보이면서 논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또 다른 재판 과정의 문제는 어떤 거죠?

기자) 변호인 접견이 자유롭게 허용되지 않은 점입니다. 장 전 변호사 가족이 선임한 변호인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강제로 국선 변호인을 임명한 것으로 보도됐는데요. 이 국선 변호인은 장 전 변호사 가족과도 의사소통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가 이번 판결에 우려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독일 정부가 즉각 재판부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는데요. 미카엘 클라우스 중국 주재 독일 대사는 성명을 통해 "재판과정의 합법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여러 환경을 고려할 때 "판결의 공정성에 확실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 당국이 장 변호사의 신변에 관해 계속해서 적극적인 관심을 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각 국 정상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 1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각 국 정상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진행자) 지난주 폐막한 동아시아정상회의 성명이 뒤늦게 나왔군요?

기자) 네. 지난주 화요일(1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마무리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오늘 뒤늦게 발표한 의장 성명을 통해 “역내 평화와 안보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아시아정상회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 회원국에 미국,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 등을 더한 총 18개 나라가 참가하는 지역 협력체인데요. 폐막 1주일 만에 평화와 안보를 강조하는 의장 성명을 낸 겁니다.

진행자) 역내 평화와 안보를 강조한 것은, 아무래도 북한 핵 문제 때문이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성명은 역내 평화를 위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강조했는데요. 18개국 정상 가운데 일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규탄했다고도 적었습니다.

진행자) 그밖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나요?

기자) 내년 초 한국의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했고요, 납북 일본인 문제에 대한 인도적인 우려도 담았습니다. 또 중국과 이웃나라들의 영유권 주장이 부딪히는 남중국해 갈등도 언급했는데요. 이 문제를 놓고 아세안 국가들과 중국 사이에 관계가 진전되는 것에 주목했다면서, 해당 해역에서 우발적인 무력충돌 등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수칙’ 마련에 당사국들이 합의한 것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성명이 왜 폐막 일주일 뒤에 나온 걸까요?

기자) 남중국해 문제를 성명에 넣을 지 말 지를 놓고 중국과 다른 참가국들의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일본 언론은 전했고요.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에 대한 규탄의 뜻을 나타내는 데도, 미국·일본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 입장 차가 컸던 것으로 워싱턴 포스트 등이 보도했습니다.

지난 11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싱글의 날' 글로벌 쇼핑 축제에서 방문객들이 알리바바 관람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지난 11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싱글의 날' 글로벌 쇼핑 축제에서 방문객들이 알리바바 관람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진행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그룹이 중국의 대표적인 소매유통업체 지분을 대규모 인수한다고 발표했군요.

기자) 네, 알리바바가 20일, 약 29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의 대형 오프라인 소매업체인 '선아트(Sun Art)'의 지분 약 36%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아트는 프랑스 유통업체인 '오샹 그룹'과 타이완의 '루엔텍스'가 합작해서 만든 회사로, 중국 할인 소매점 체인 1위의 기업인데요. 알리바바가 이번에 대규모 지분을 사들임으로써, 오샹에 이어 두 번째 대주주가 됐습니다. 현재 중국 전역에는 선아트가 운영하는 '하이퍼마켓' 점포가 약 450여 개에 달하는데요. 하이퍼마켓은 백화점과 슈퍼마켓을 결합한 것 같은 초대형 소매 매장을 말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알리바바는 원래 인터넷 쇼핑몰로 출발한 기업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영어교사 출신의 마윈 회장이 아직 인터넷이 활발하기도 훨씬 전인 1999년에, 중국의 제조업체들과 해외 구매자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 ‘알리바바닷컴’을 개설한 것이 출발점인데요. 현재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80~9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고요. 매일 1억 명 이상이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알리바바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 인터넷 시장을 뜨겁게 달군 광군절 쇼핑 행사도 알리바바가 창안한 거라고 하죠?

기자) 네, 당초 중국의 일부 대학생들이 혼자 있는 것 같은 모습을 한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11월 11일을 광군절이라고 부르면서 선물을 주고받으며 즐기던 문화가 있었는데요. 알리바바가 이를 사업에 이용해 이날 원하는 물건을 사며 독신 생활을 위로하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지금의 광군절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올해 알리바바의 광군절 매출 규모는 1천600억 위안(미화 약 250억 달러)이 넘었는데요. 한국 돈으로는 27조, 지난해 서울시 1년 예산에 버금가는 규모였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알리바바가 이제 실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통업체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온라인 결제, 기업 대 기업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물론 이 중 핵심 사업은 단연 전자상거래입니다. 하지만 마윈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는 몇 년 전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 통합 의지를 밝혀왔는데요. 알리바바는 앞서 올해 초에도 백화점 체인인 '인타임리테일(Intime Retail)'을 사들이는 등 실제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을 인수하며 오프라인 유통사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에는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사업형태가 많이 등장하는 추세라고요.

기자) 네, 전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도 지난 6월에 미국의 유기농 슈퍼마켓인 홀푸드(Whole Foods Market)를 인수하면서 오프라인 진출 의지를 본격화했고요. 또 세계적인 소매유통업체인 월마트(Walmart)사도 지난해 중국 2위의 인터넷 업체인 제이디닷컴(JD.com)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번에 알리바바가 선아트의 2대 주주가 됨으로써 월마트와의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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