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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납북자 메구미 남동생] “누나 살아있다고 믿어…트럼프 대통령 관심, 김정은에 메시지 될 것”


지난 6일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오른쪽 네번째)이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요코타 메구미 씨의 부모와 남동생 테츠야 씨 등이 참석했다.
지난 6일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오른쪽 네번째)이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요코타 메구미 씨의 부모와 남동생 테츠야 씨 등이 참석했다.

1977년 북한에 의해 납치당한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동생 테츠야 씨는 납북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김정은에게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아시아 순방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던 테츠야 씨는 18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누나가 살아있다고 믿는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것이 의미 있는 압박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코타 테츠야 씨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을 방일 중 만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대화가 오고 갔나요?

요코타 씨) 네 만났습니다. 납치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또 구출을 위해 미국이 힘을 보태달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 약속한 건 없었나요?

요코타 씨) 구체적으로 미국이 무엇을 할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납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뭔가 행동을 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기자)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납치 피해자 가족으로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요코타 씨) 미국이 곧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쁩니다. 북한이 잔인한 국가고 테러국가라는 인식을 미국인도 같이하고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요코타 메구미 씨가 납북되기 전 일본에서 찍은 사진. 남동생 테츠야 씨가 제공한 사진.
요코타 메구미 씨가 납북되기 전 일본에서 찍은 사진. 남동생 테츠야 씨가 제공한 사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유엔 연설에서 메구미 씨 사건을 언급했는데요.

요코타 씨)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사람 중 한 명인 미국의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부, 김정은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 40년 전인 1977년 11월15일, 메구미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요코타 씨) 누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배드민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행방불명이 됐습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납치라고 인식하지 못했고 유괴라든가 행방불명이라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기자) 사건 이후 가족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요코타 씨) 평범했던 행복한 가정이 그날 이후로 어두워졌습니다. (누나는) 집에서 매우 밝은 존재였습니다.

기자) 처음으로 메구미 씨가 북한에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요코타 씨) 1977년 납치당한 뒤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존재가 확인됐다는 점에선 매우 기뻤습니다. 그렇지만 그 후에도 계속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 분한 기분입니다.

일본인 납북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동생 테츠야 씨.
일본인 납북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 씨의 남동생 테츠야 씨.

기자) 지난 2004년 북한 김정일이 처음으로 메구미 씨의 납치를 인정하고 유골을 일본으로 돌려줬습니다. 하지만 메구미 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는데, 그 때 얘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요코타 씨) 우선 누나의 유골을 (일본) 외무부가 받게 됐을 때부터 누나의 유골이라고 믿지 않았습니다. 그후 일본 정부가 DNA 감정을 한 뒤 누나의 유골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뒤 북한이 정말 잔인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자) 2014년 당시 몽골에서 부모님이 메구미 씨의 딸로 알려진 김혜경 씨를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메구미 씨 관련 대화는 거의 오가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요코타 씨) 북한인들이 (이날 만남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감시를 했기 때문에 중요한 얘기는 할 수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혜경 씨의 남편도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해 우리 부모님하고 같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일본에서는 김혜경 씨라도 일본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동의하시나요?

요코타 씨) 물론 김혜경 씨가 괴로운 상황에 살고 있다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혜경 씨도 남편이 있고 아이가 있기 때문에 혜경 씨만을 구출할 수도 없고요. (일본 납치피해자) 가족회의 입장에서도 누나인 메구미를 포함한 납치 피해자를 돕기 위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일(혜경 씨)만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메구미 씨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요코타 씨)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북한이 (누나가) 죽었다고 말한 증거들 전부 사실이 아니기도 하고,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로선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눈 덮인 산에서 조난된 사람을 구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만약 죽었다고 생각한다면 구출하지 못하겠지요. 살아 있다고 생각하고 구출하려는 거죠. 우리도 그런 마음입니다.

기자) 북한은 왜 메구미 씨를 돌려보내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요코타 씨) 우리가 알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것에 따르면 (누나가) 김씨 정권과 가까운 곳에 있다거나 김정은이 어렸을 때 일본어 교사를 했다거나 하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북한이 공개를 꺼리는 것을 봐버렸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래서 돌려보내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KAL기 폭파범인 김현희 씨의 증언 등으로 인해 메구미 씨가 북한 공작원들에 일본어를 가르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처음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요코타 씨) 이 부분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런 정보가 확실히 있긴 있습니다. 우리 누나 메구미나 다른 일본인 납치피해자들이 그런 일을 하게 됐다면 테러 활동을 지원한 사람이 된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본인도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기자) 화나지 않으셨습니까?

요코타 씨) 그렇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강제로 시키는 잔혹한 일을 북한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북한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까?

요코타 씨) 인간의 목숨을 이렇게 멸시하는 국가가 있다는 것이 우선 믿어지지 않습니다. 한때 히틀러나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같은 사람들이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이것저것 하다가 결과적으로 살해됐습니다. 김정은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빨리 사람의 마음을 되찾길 바랍니다.

기자) 일본, 미국, 한국 정부가 메구미 씨를 구출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요코타 씨) 일본은 북한에 독자 제재를 가하고 있고 유엔 안보리도 제재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곧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다면 협력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요. 중국하고 러시아가 이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본과 미국, 한국 정부가 이들 국가들에 압력을 가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에도 납치 피해자가 많은데요. 공감하는 바가 많을 것 같습니다.

요코타 씨) 일본보다도 더 많은 납치 피해자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비해 이 일을 해결하려는 모습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이) 우리는 자국민을 구출한다, 또 인간 한 명 한 명의 목숨을 존중한다고 하는 국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더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요코타 씨)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곳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데 잔혹한 독재자에 대해,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 또 승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미국이 중국이나 유엔의 모든 국가들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요코타 메구미 씨 납치 40주년을 맞아 남동생인 테츠야 씨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과 납치 사건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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