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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연설, 전임 대통령들과 차별...북한 도발, 인권침해 구체 사례들며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한국 국회 본회의장에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국회 연설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한국 국회 본회의장에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국회 연설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기간 중 행한 연설은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과거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구체적인 예시를 통한 인권 문제를 거론했고, 북한의 도발 역사도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일 한국 국회에서 행한 연설은 일단 ‘북한’이라는 단어의 언급 횟수가 전임 대통령들의 한국 연설 때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북한’이라고 말하거나 북한을 의미하는 ‘정권’ 등의 단어를 40여 차례 써 가며 이날 연설의 주제를 사실상 북한으로 잡았습니다.

특히 북한의 인권과 납치 문제, 남북의 경제적 격차, 미국과 북한의 분쟁 역사 등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는 사례와 표현을 총 동원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겨냥한 게 두드러집니다. 각계 각층이 겪는 암울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삶을 고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orkers in North Korea labor grueling hours in unbearable conditions for almost no pay. Recently, the entire working population was ordered to work for 70 days straight, or else pay for a day of rest….”

북한 노동자들이 끔찍하게 긴 시간을 견디기 힘든 조건에서 거의 무보수로 일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모든 노동인구에게 70일 연속 노동을 하거나 하루치 휴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배관이 잘 갖춰지지 않은 집에서 생활하고, 전기를 쓰는 가정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5세 미만 영유아 중 거의 30%가 영양실조로 인한 발육부진에 시달린다며 구체적 통계까지 제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2억 달러의 돈을 들여 독재자 우상화에 필요한 기념비와 탑, 동상 등을 건립했다는 실례도 들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한국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마치고 여야의원들과 악수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한국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마치고 여야의원들과 악수 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현실이나, 여성의 인권, 중국 내 탈북자 문제도 중요하게 거론했습니다.

인권 문제는 과거 미 대통령의 방한 중 연설에서도 종종 등장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처럼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직접적으로 고발하는 대신, 대부분 북한 정권이 핵 개발 포기 등 올바른 선택을 내려 인권을 개선하라는 일종의 ‘촉구’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녹취: 오바마 전 대통령] “Today we say, Pyongyang, have the courage to pursue peace and give a better life to the people of North Korea…”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한국 외국어대학교에서 행한 연설에서 북한 정권이 평화를 추구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북한 주민들에게 선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속된 핵개발이 북한 주민들을 그들이 누릴 자격이 있는 존엄성과 기회로부터 더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2년 남북 분단의 상징지점인 도라산역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간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녹취: 부시 전 대통령] “When satellites take pictures of the Korean Peninsula at night, the South is awash in light. The North is almost completely dark. Kim Dae-jung has put forward a vision that can illuminate the whole Peninsula. We want all the Koreans to live in the light…”

야간에 한반도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한국은 밝은 불빛으로 눈이 부시지만 북한은 칠흑 같은 어둠에 싸여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대중 당시 한국 대통령이 한반도 전체를 환하게 밝힐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다며, 그 환한 빛에서 우리 모두가 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한국과 북한의 경제력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북한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국과 북한의 경제력 비교는 과거 미 대통령 연설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였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한의 차이를 더욱 직설적으로 묘사하고, 또 이런 사실을 숨기고자 하는 북한 정권의 의도까지 고발하면서 외부 세계와의 단절 문제로 연설을 이어갑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hen the Korean War began in 1950, the two Koreas were approximately equal in GDP per capita. But by the 1990s, South Korea’s wealth had surpassed North Korea's by more than 10 times…”

트럼프 대통령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시점만 하더라도 남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량(GDP)은 거의 동일했지만 90년대 한국이 북한의 10배를 넘어서고, 현재는 40배 이상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이 초래한 이런 고통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의 독재자가 점점 필사적인 조치를 취하면서까지 이런 극명한 대비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 이유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Not just my speech today, but even the most commonplace facts of South Korean life are forbidden knowledge to the North Korean people. Western and South Korean music is banned…”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연설뿐 아니라 한국 생활의 가장 평범한 사실조차 북한 주민에게는 금단의 지식이며, 특히 서구와 한국의 음악도 접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외 매체의 소지만으로도 북한 주민들은 사형을 언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진실을 두려워하고 있고, 이 때문에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전부 차단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같은 소재로 비교해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 발언을 하긴 했지만, 북한 주민들의 정보 차단 문제를 고발한 트럼프 대통령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젊은이들이 부모나 조부모 세대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에게도 자유가 주어진다면 이들도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의 또 다른 특징은 미국이나 한국을 향한 북한의 도발 문제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북한이 저지른 푸에블로호 납치사건과 미국 정찰기 격추, 여러 번의 한국 침투사건과 한국 함선에 대한 공격 등이 포함됐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t's broken all of those commitments. After promising to freeze its plutonium program in 1994, it repeated the benefits of the deal and then -- and then immediately continued its illicit nuclear activities…”

또 북한정권이 미국과 동맹국에 했던 모든 보장과 합의, 약속을 어기면서 핵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추구했고, 모든 약속들을 위반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플루토늄을 동결하겠다고 1994년에 약속한 이후에도 북한은 합의의 혜택을 취하면서 즉각적으로 불법적 핵 활동을 지속했다는 겁니다.

반면 2002년 부시 대통령의 도라산 연설은 북한의 과거 행위보다는 ‘문제 해결’에 좀 더 치중한 모습이었습니다.

미국은 북한 정권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북 인도주의 식량지원을 하고 있다는 사실, 또 북한과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고,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단계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게 당시 메시지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연설에서 북한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이 취해야 할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North Korea is not the paradise your grandfather envisioned. It is a hell that no person deserves. Yet, despite every crime you have committed against God and man, you are ready to offer, and we will do that -- we will offer a path to a much better future. It begins with an end to the aggression of your regime, a stop to your development of ballistic missiles, and complete, verifiable, and total denuclearization…”

북한은 김정은의 할아버지, 즉 김일성 주석이 그리던 낙원이 아니며,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신과 인간에 대해 지은 범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출발점은 공격을 종식시키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멈추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총체적인 비핵화라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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