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위성분석가 “섣부른 위성감식 북한에 이용될 수 있어...다양한 정보력 동원해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찍은 4월22일자 위성사진. 화면 왼쪽 윗부분에 굴착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이 포착됐다.(자료사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찍은 4월22일자 위성사진. 화면 왼쪽 윗부분에 굴착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이 포착됐다.(자료사진)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 장소를 다양화하면서 이를 예측하기 위해선 인공위성과 무인기는 물론 다양한 정보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이 밝혔습니다. 위성분석가이자 군사전문가인 한센 연구원은 2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차량이나 사람의 움직임을 핵실험 징후로 해석할 수 없으며, 이런 분석은 북한이 외부세계를 속이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앞으로 2~3년 후엔 민간위성이 거의 실시간으로 북한 전역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한센 연구원은 미 육군과 해군에서 위성사진을 분석했으며 지금까지 40여년간 관련 정보 분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한센 연구원을 함지하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민간위성 사진을 감식해 북한의 도발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많아졌습니다. 신뢰할 만한 건가요?

한센) 구글 어스를 통해 풍계리를 보면 일반에서 얻을 수 있는 위성사진은 2개월 전이 가장 최근입니다. 당장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 있은 후 여기에 대한 분석을 할 때 민간위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추가로 돈을 주면 ‘에어버스’ 사 등을 통해 최신 사진을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기자) 그럼 최신 사진만 있다면 북한의 도발을 예측할 수 있습니까? 이를 테면 핵실험 징후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활동처럼 말이죠.

한센) 고백할 게 있습니다. 저도 한 때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동향을 분석했었는데요. 차량이나 사람들의 움직임, 눈길에 난 바퀴자국 등을 발견해 분석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전 나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런 징후들을 보고서에 담지 않았어야 했던 거죠. 북한 정권도 이 보고서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를 속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북한이 배울 수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최근 풍계리 위성사진을 보면 단서를 잡기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또 (동창리) 서해미사일 발사장은 모든 게 가림막으로 덮여 있습니다. 무엇이 도발의 징후로 읽힐 수 있는지를 북한에 알려준 꼴이 된 거죠. 저는 더 이상 도발의 징후를 모으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가 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징후를 찾아내 알리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옳지 않습니다. 북한은 우리가 무엇을 보는 지 알게 됐고, 우리가 찾아낸 걸 다 감추고 있습니다.

닉 한센 연구원 (출처=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닉 한센 연구원 (출처=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기자) 차량의 흔적이나 사람의 움직임, 심지어 풍계리 실험장 인근에서 이뤄진 병사들의 배구 시합이 핵실험의 징후로 해석될 수 있긴 한 겁니까?

한센)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그런 행동들은 우리를 조롱하기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겁니다. 북한은 우리가 봤으면 하는 것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걸 보여줄 땐 우리가 그들이 원하는 결론에 도달하길 바라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는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가령 북한이 괌이나 미 본토에 대한 공격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이를 알 수 있을까요?

한센) 지난 2월 북한이 서해미사일 발사장 인근에서 탄도미사일 4기를 동시에 발사했을 당시 직전에 찍힌 인공위성 사진들을 보면 우려할 만한 어떤 조짐도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발사 이후에는 그을린 흔적이 발견돼 그 장소에서 발사가 이뤄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발사 이전에 (발사와 관련된) 정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리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정보를 파악한 뒤 어느 곳에서 발사할지에 대해 여러 사진을 놓고 특정한 움직임을 찾아내야 합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분명 미국과 한국, 일본에서도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을 겁니다.

기자) 감시 자산뿐 아니라 다른 정보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한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언제 어디서든 미사일을 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걸 이뤄낸 겁니다. 북한의 모든 미사일은 북한 내 모든 지역에서 발사되고 있습니다. 물론 활주로와 가까운 곳에서 이뤄졌고, 활주로 주변 건물에서 조립이 이뤄진 것과 같은 일종의 힌트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알아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기자) 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활동을 감시자산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까?

한센) 김정은에겐 다양한 거주지가 있습니다. 갈 곳도 많습니다. 북한은 또 터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동 수단도 다양합니다. 비행기와 헬리콥터, 그의 아버지가 타던 기차는 물론 차량도 여러 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로 이동할 때는 여러 대가 호위를 합니다. 어떤 차를 탔는지 알기 쉽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자) 요즘 따로 분석하고 있는 북한과 관련된 움직임이 있으신가요?

한센) 북한이라기 보단 이란과 관련된 문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9월23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같은 기종을 퍼레이드에 등장시켰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지름이 북한의 ‘화성-12’, ‘화성-14’와 같다는 점입니다. 발사 장면을 유심히 봐도 동일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엔진도 같은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는데요. 이란은 이 엔진을 장착한 미사일을 지난해 7월 발사했고, 이후 북한이 올해 3월 같은 엔진을 이용한 발사를 감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들 엔진을 어디에서 구했을까요? 최근 우크라이나나 러시아의 엔진을 북한이 자체 미사일에 이용했다는 보도가 나왔었는데, 제 판단으로는 이란이 이 엔진을 확보한 뒤 이후 북한에 넘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내용들이 조만간 발행될 군사 전문매체 ‘IHS 제인스’에 소개될 예정입니다.

기자) 현재 미국의 위성 감시 역량은 어느 수준에 와 있나요?

한센) 저는 1960년대말부터 1970년대 초에 미 육군에 있었습니다. 당시를 ‘석기시대’라고 부릅니다. 왜냐면 필름으로 모든 걸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몇 주에서 몇 달을 기다리는 건 일반적인 일이었죠. 그러나 이제는 육군이나 그 외 군의 다른 기관들이 무인기 등 비행체를 띄우고, 위성 등을 이용하거나 혹은 비행체 스스로 촬영한 사진 정보를 분석 기지로 전송합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자) 구글 어스와 같은 무료 위성 서비스를 통해 민간위성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화질이나 성능은 어떻습니까?

한센) (디지털글로브 사의) 지오아이-3과 4 위성은 해상도가 30cm에 이를 정도로 성능이 굉장히 좋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진을 찍는 것을 목적으로 한 민간위성 운용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3년 후면 수천 개의 민간위성이 지구를 찍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계획대로 모든 위성이 발사된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는 설명입니다. 한 예로 플래닛랩이라는 회사의 경우 현재 여러 개의 매우 작은 상자형 위성을 띄워 북한 전역을 찍고 있습니다. 문제는 해상도가 3~5m 정도여서 미사일 운반용 차량은 식별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런 해상도 문제는 언젠가 해결될 겁니다.

기자) 일반적으로 민간위성은 구름이 끼거나 어두운 밤에는 보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군에서는 어떻습니까?

한센) 카메라가 장착된 비행체가 3~5만 피트 상공 위에 있는데 구름이 떠 있다면 아무 것도 볼 수 없습니다. 그게 제약이죠. 열감지 센서가 없다면 밤에도 볼 수 없습니다. 물론 열감지 센서가 있어도 해상도가 매우 낮고요. 구름을 뚫고 볼 수 있는 건 합성개구레이더(SAR) 뿐입니다. 일부 비행체는 이를 탑재하고 있어 날씨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좀 더 좋은 화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기자) 현 수준에서 북한을 24시간 감시하기가 어렵다는 말씀이시군요?

한센) 탐지할 수 있는 자원이 제한적입니다. 물론 모든 무인기가 탑재 기기를 바꿀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긴 합니다. 카메라를 장착했다가 레이더로 바꿔달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끊임 없는 이미지를 얻는 기술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무인기가 12시간을 떠 있다고 해도 결국은 착륙을 해서 주유를 해야 합니다. 연속적인 이미지를 얻는 것과 밤과 낮, 어떤 날씨에도 감시를 하는 건 아직까진 불가능한 일입니다. (원하는 지역을 촬영하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하루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 현 상황에서 북한을 감시하기에 가장 좋은 자산은 뭔가요?

한센) 약 2년 전이죠. 미국의 무인기가 이란에 추락한 적이 있습니다. 그 무인기는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다는 말이죠. 포착하기가 최소한 쉽지는 않습니다. (미사일 발사와 같은) 특정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역에 이런 무인기를 띄우면 (일정 시간 동안은) 연속적인 사진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접근이 거부된 지역을 비행하기 위해선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한센 연구원으로부터 북한을 감시하는 활동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함지하 기자였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