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 운하서 압수된 북한 무기, 이집트가 구매”

이집트 당국은 미국의 정보를 받아 지난해 수에즈운하를 지나던 선박에서 2천300만 달러 상당의 무기를 압수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무기를 주문한 곳이 이집트 기업들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8월 이집트 당국이 수에즈운하를 지나던 북한 선박에서 압수한 무기의 구매자가 이집트 기업들이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1일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 관계자와 서방 외교관들을 인용해, 유엔 조사 결과 이집트 사업가들이 비밀리에 이집트 군 당국을 위해 북한산 무기를 주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거래를 비밀리에 진행하기 위해 이집트 기업인들이 애를 써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미국 정보 당국이 북한 선박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이라크 정부에 전달해 압수 절차가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무기를 주문한 이집트 기업체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8월 이집트 당국에 압수된 북한 선박 ‘지선(Jie Shun)’호에는 3만 개의 로켓 수류탄이 2.3t에 달하는 철광석에 가려진 채 실려 있었습니다. 이 선박은 캄보디아 국적으로 등록돼 있었으며 캄보디아 국기를 걸고 항해했습니다.

하지만 배에는 북한 선원 23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해주 지역에서 출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집트 당국의 압수 과정에서 북한 선원들은 배에 담긴 물품이 ‘수중 펌프 장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당국이 2천300만 달러로 추정되는 무기 거래 비용을 전달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은 이 사건이 올해 여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집트에 지급하던 3억 달러 규모의 군사∙경제 원조 자금을 동결하거나 보류한 것에 영향을 끼쳤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최근 강화된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과 거래하는 국가가 줄었지만 아직도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대북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외국 국적기를 내걸고 항해하는 등 북한이 전략을 다양화하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국 주도의 대북 경제 제재가 강화되고 있지만 북한은 미국의 동맹국인 이집트를 비롯해 이란, 미얀마, 쿠바, 시리아, 에리트레아 등에 저렴한 재래식 무기와 군사 장비를 판매해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헤즈볼라와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IS등 테러집단도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집트 당국에 압수된 로켓 수류탄은 1960년대에 옛 소련에서 만든 ‘PG-7’를 모방한 무기 입니다. 유엔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이 무기에 기재된 정보도 거짓으로 작성했습니다.

이집트로 향한 로켓 수류탄에는 압수되기 5개월 전인 2016년 3월 생산됐다는 도장이 찍혀있었지만 유엔 보고서는 이들 무기가 최근에 생산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집트는 현재 미국의 군사 원조를 받는 국가이지만 아직도 옛 소련에서 생산한 무기 체계를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구입하려 한 PG-7 수류탄 역시 이집트가 사용하는 대전차화기 ‘RPG-7’ 에 사용됩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