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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국방부, 군함 건조 북한 노동자 동원 지적에 "증거 못찾아"


지난 2006년 3월 폴란드 북부 항구도시 그단스크의 조선소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06년 3월 폴란드 북부 항구도시 그단스크의 조선소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덴마크 군 당국은 폴란드 조선소에서 진행된 덴마크 군함 건조 작업에 북한인 노동자들이 참여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그런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습니다. 유럽연합 국가에서 북한인 강제노동이 이뤄졌다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덴마크 국방부가 해외에서 이뤄진 자국 군함 건조 작업에 북한 노동자들이 참여했다는 보도에 대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덴마크 국방부 산하 '조달.병참 기구'는 25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실제로 해당 작업장에서 근무했는지 여부를 직접 조사했지만 아무런 혐의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덴마크 'DR' 방송과 '인포메이션' 신문은 이날, 북한인 노동자들이 2014년 폴란드의 한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덴마크 군함 '라우게 코크'호 제작에 참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두 매체는 당시 노동 계약서와 거래 영수증, 증언 등을 토대로 이같이 전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다는 증언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덴마크 '조달.병참 기구'는 'VOA'에 군함이 폴란드에 있을 당시 15차례 자체 조사를 벌였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계약 업체에 거듭 해명을 요구했지만 모두 그런 주장을 부인했다며, 군함 건조 기간 내내 폴란드 조선소에서 현장을 감독했던 계약 업체 '카스텐센스' 직원들도 그런 상황을 몰랐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구는 그러나 덴마크 'DBC' 방송사가 확보한 관련 서류를 고려할 때, 하청업체의 하청업체가 북한 근로자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진 않겠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노동자가 실제로 덴마크 군함 건조에 이용됐고, 이들이 의심스러운 환경에서 일했다면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복잡한 세계 시장 속에서 활동하면서 모든 공급망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덴마크 '조달.병참 기구'는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폴란드 '크리스트' 조선소에서 진행된 작업은 군함에 들어가는 선체와 기계 부품 일부에 한정됐다며 군사 관련 부품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확인했습니다.

앞서 덴마크 국방부 장관실은 25일 'VOA'에 크라우스 요르트 프레데릭센 장관의 입장이라며, "폴란드와 같은 유럽연합 국가에서 북한인 강제 노동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라우게 코크'호가 이미 폴란드 조선소를 떠난지 여러 해가 지난 상황에서 관련 혐의를 더 캐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을지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방부 장관실은 해당 군함이 폴란드 조선소에서 출발해 덴마크 유틀란트 반도의 카스텐스텐스 조선소에 도착한 지 1년이 지난 뒤에야 덴마크 '조달.병참 기구'가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덴마크 'DR' 방송과 '인포메이션'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 군 당국은 2013년 덴마크의 ‘카스텐센스(Karstensens)’ 조선회사에 라우게 코크호 건조를 발주했고, 이 회사는 다음해 건조 공정 중 일부를 임금이 저렴한 폴란드 조선회사 ‘크리스트’에 하청을 맡겼습니다.

크리스트는 이 과정에서 북한 인력송출 회사인 능라도 무역회사를 통해 북한인 노동자 45명을 고용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들은 10개의 선박에 대한 건조 작업에 참여했으며 이 중 한 척이 라우게 코크호였다는 겁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2월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지원해온 단체 16곳과 개인 7명을 독자적으로 제재한 바 있으며 능라도 무역회사도 이 중에 포함됐습니다.

라우게 코크호 건조 당시 같은 건물에서 북한 노동자와 근무한 한 폴란드 조선소 직원은 DR 방송에 “상관들이 북한인들을 북한에서 왔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내 생각에는 그들이 심각할 정도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어 “그들은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고 가장 어려운 일을 맡았다”며 “비공식적인 강제노동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증인은 북한인들이 작고 말랐기 때문에 폴란드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는 비좁은 공간에서 하는 작업에 투입됐다고 말했습니다.

라우게 코크호는 오는 12월 운항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한편 폴란드 외무부는 지난해 6월 조선회사 ‘크리스트’ 등에 고용된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노동에 시달린다는 보도와 관련한 'VOA' 질문에 현지 실태를 주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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