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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이란 핵 문제


이란 테헤란의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
이란 테헤란의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

이번에는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 핵 합의에 대해 미국 역사상 최악의 거래였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이란 핵개발을 위해 쓰일 수도 있는 합의를 준수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이에 대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핵 합의를 파기하면, 대규모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이란 핵 문제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이란 핵 문제의 시작”

원래 이란은 1950년대 팔레비 왕정 당시 미국의 지원에 따라 원자력 발전 계획을 시작했던 중동 지역의 원자력 선도 국가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을 주창하면서 국제 원자력기구를 설립할 것을 국제사회에 제안했는데요.

[녹취: 아이젠하워 대통령 유엔 연설]

원자력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장 조치 아래 해외에 원자로와 농축 우라늄, 핵심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그 후 30여 개 나라와 원자력 평화 사용 협정을 맺고 지원에 나섰는데요. 이란도 1957년에 미국과 이 협정을 맺고 원자력 계획을 도입한 것입니다.

하지만 1979년,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이끈 이란 혁명이 일어나면서 상황은 달라지게 되는데요. 미국과 가까웠던 이전 왕조와 달리 새 이란 정권이 서구 문화 배척과 이슬람 원리주의를 강조하면서 미국과 적대적 관계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주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국은 이란을 안보의 중대한 위협으로 여기고 국제사회와 함께 대이란 제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란은 이슬람 과격단체와 서방세계에 대한 테러 지원 활동의 혐의를 받아왔는데요. 이에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악의 축’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녹취: 부시 전 대통령 ‘악의 축’ 연설]

이에 이란은 불안정한 중동 정세와 미국과의 적대적 대립으로 인한 고립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게 되는데요. 이란은 비밀리에 핵 시설에서 핵 프로그램을 가동했다는 의혹을 받게 됩니다.

“이란의 핵무기 제조 의혹”

​2002년 8월, 이란 반체제 망명 단체 '국민저항위원회(NCRI)'가 이란이 중부 나탄즈 지역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이란의 핵무기 제조 의혹이 처음 제기됩니다. 당시 국제 사회는 아라크 중수로의 가동 중단과 국제 원자력 기구의 사찰을 이란에 요구했는데요. 이란은 사찰을 허용했지만, 핵심 시설은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습니다.

이후 이란의 파르친 군사 기지에서도 핵실험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 2005년 IAEA가 조사했지만, 역시 이란이 조사 지역을 제한하면서 마찰이 일었는데요. IAEA는 보고서를 통해 파르친에 핵 실험을 위한 핵탄두용 격납용기가 설치됐고 이것이 핵무기 개발의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란 핵 협상 시작의 배경”

이렇게 국제사회와 미국이 이란의 핵 개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와 이란의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됩니다. 게다가 2005년, 서방 세계에 반대하는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란 핵 문제에 대한 합의는 기약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는데요.

국제 사회는 이란의 핵 개발이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보고 지속적인 제재를 펼쳤지만,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2010년 들어서 더욱 강화된 경제 제재를 통해서 이란을 압박하기 시작했는데요.

미국은 국방수권법에 따라 이란에 대한 경제 압박을 강화했고, 유럽연합(EU)은 유럽 지역 내에서 이란에 대한 운송 보험을 중단함으로써 이란의 가장 큰 수입원인 원유 수출을 사실상 막는 조치 등을 취했습니다.

이란 정부는 석유 판매가 금지되자 정부 수입의 50% 가까이가 감소했는데요. 미국의 국방수권법 조치로 하루 250만 배럴 정도를 수출하던 2011년에 비해 2013년 즈음에는 석유 수출량이 60% 정도 감소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 전체 현금 수입의 80%가 석유 부문에서 생산되는 이란은 국내총생산 감소와 물가 상승의 경제난에 시달리게 됐는데요. 게다가 실업률이 20%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핵 개발보다 경제 회복을 해야 한다는 이란 국민들의 요구가 거세게 일었습니다.

“이란 핵 협상의 타결”

풀릴 것 같지 않던 이란 핵 문제는 2013년 6월, 온건파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반전됩니다. 당시 미국의 바락 오바마 대통령도 협상을 통한 평화적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면서, 이 해 9월 양국 정상은 1979년 이후 34년 만에 통화를 하고 핵 협상 추진에 합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5년 4월, 스위스 로잔에서 이란과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그리고 독일이 포함된 주요 7개국이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에 잠정 합의했는데요. 이어 2015년 7월 14일,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서 이란 핵 합의는 완전 타결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 합의를 통해 이란은 2003년 이전을 포함한 모든 핵 활동에 대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 사찰을 수용하기로 했고, 군사적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과, 이란 핵 과학자들과의 면담조사 등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또 이란은 기존의 약 2만여 개의 원심분리기를 5천 개 수준으로 줄이고 농축 우라늄 비축량도 98% 줄이기로 합의했는데요. 향후 15년간 신규 핵시설을 건설하거나 재설계, 또는 용도 전환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포함됐습니다. 다만 핵무기가 아닌 경수로 원전의 핵연료를 만드는데 필요한 정도의 농축은 허용 받았습니다.

“이란 핵 합의 이행”

2016년 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핵 합의안의 이행 조건을 충족한 것이 검증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이 취했던 대이란 제재가 상당 부분 해제됐습니다.

세계 각국이 이란과 원유, 천연가스, 석유 화학제품의 교역과 투자를 하는 것이 다시 가능하게 됐고요. 이란 금융기관들의 해외 금융기관 자금 거래나 이란의 해외 금융자산 동결도 해제됐습니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의 허락 없이는 미국 개인이나 기업이 이란과 직접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는 그대로 유지됐는데요. 또 유엔의 무기 금수조치와 탄도미사일 보유 금지 조치도 각각 5년과 8년간 지속하도록 했습니다.

경제 제재 해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화해 분위기도 연출됐는데요. 미국은 대이란 경제 제재 위반 혐의로 구금 중이던 이란인 7명을 풀어줬고, 이란은 간첩 혐의 등으로 억류돼 있던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 기자 한 명을 포함한 미국인 5명을 석방하기도 했습니다.

“이란 핵 협상 타결에 대한 평가”

협상을 끌어낸 미국의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로 국제사회는 더 이상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오바마 전 대통령 이란 핵 합의 회견]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 정상들도 ‘국제 사회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데 이처럼 근접한 적은 없었다’면서 환영의 뜻을 나타냈는데요.

반면 미국 내 일부에서는 이란에 농축 활동과 핵 기반 시설 보유를 인정했다는 점 등을 들며 합의를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반대로 이란에서는 일부 강경론자들이 이란이 너무 많은 양보를 한 합의였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이란과 오랜 기간 적대적 관계였던 이스라엘은 협상 타결 직후 합의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꺾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비판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이집트 등 다른 중동 국가들 역시 같은 이유로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과 이란 핵 문제”

미국 의회 내에서는 이란과의 핵 합의가 중동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이란의 테러 지원 활동과 관련된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실제 이란과의 핵 합의를 끌어냈던 전임 오바마 행정부와는 달리 새롭게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핵 협상이 잘못된 협상이라는 비판을 줄곧 해왔는데요.

지난 5월에는 중동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에 대해 테러 지원국이라며 비난했고, 이어 이란이 인공위성을 탑재한 탄도미사일 로켓을 발사하자 다음 날 바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8월, 미국 상하원에서 러시아와 북한, 이란에 대한 통합 제재안이 통과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서명하는 등 강경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72회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란과 이란 핵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유엔 기조연설]

“이란 핵 협상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편파적인 거래이자 수치”라고 비판했고요. “이란 핵 개발을 위해 쓰일 수도 있는 합의를 준수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계속하고 핵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핵 합의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는데요. 향후 이란 핵 문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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