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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몽헌 추모식 금강산 개최 요청 거부


지난 2014년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조건식 사장 및 현대아산 임직원들이 금강산 현지에서 북측 관계자 20여 명과 함께 고(故) 정몽헌 회장 11주기 추모식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추모식을 금강산에서 개최하겠다는 현대아산 측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남북관계에 물꼬를 터 보려는 한국 측의 움직임에 줄곧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현대아산은 다음달 초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14기 추모식을 금강산에서 개최하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청을 북한이 거부했다고 27일 밝혔습니다.

현대아산 측은 북한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27일 팩스를 통해 ‘이번엔 어렵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전했습니다.

현대아산은 추모식 개최를 위해 지난 19일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제출해 승인받은 데 이어 21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아태평화위원회에 전화와 이메일로 다음달 4일 금강산에서 정 전 회장의 추모식을 개최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당시 아태평화위원회는 북한 당국에 전달하고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일주일 만에 공식 거부 입장을 전해 온 겁니다.

한국의 문재인 새 정부는 북한과의 민간 교류를 허용한다는 방침 아래 민간단체의 북한과의 접촉 신청을 승인했지만 정작 북한은 이들 단체들과의 접촉을 거부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다른 민간단체들과는 달리 현대아산의 요청은 접수한 만큼 긍정적인 답변이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끝내 거부 통보를 해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민간 방북 사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사라졌습니다.

특히 현대그룹이 지난 2003년 8월 4일 정 전 회장이 사망한 이후 거의 매년 요청해온 금강산 추모식을 위한 방북 협조를 북한이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해엔 북한 핵실험 등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으로 현대아산 측이 아예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군사당국 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안 등 한국 측의 대화 공세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한국 정부 길들이기 차원에서 현대아산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 압박과 제재의 병행 전략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의도적으로 냉담한 반응으로 일관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도록 유도하고 협상 국면에 들어가서도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입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이 그것을 확실하게 거부하면서 만약에 한국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려면 뭔가 확실하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라는 시그널(신호)을 계속해서 주는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 단계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 나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김진무 교수는 현 시점에서 김 위원장의 관심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가급적 빨리 마무리 짓는데 쏠려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김정은의 모든 관심이 핵 개발을 빠른 시간 내 완료하는 데, 실전배치 대량생산하는데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전략을 짜고 협상 준비를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여건이 북한 내에선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보는 거에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금강산관광 사업을 함께 주도했던 현대아산 정 전 회장의 추모식 개최 요청까지 거부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물꼬를 터 보려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당분간 호응해 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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