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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미·한 남북회담 둘러싼 불협화음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오른쪽)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후 취재진을 향해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오른쪽)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후 취재진을 향해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자료사진)

매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미국과 한국이 남북 군사회담 문제를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습니다. 미-한 양국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오는 배경과 과거 사례를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7일 남북 군사당국 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의했습니다.

[녹취: 서주석 국방부 차관]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7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의합니다.”

이는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간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베를린 평화구상에 따른 첫 번째 조치였습니다.

그러자 미 백악관은 한국의 대북 제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회담 제안에 대한 질문에 ‘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한과 대화를 위해) 충족돼야 할 모든 형태의 조건들이 우리가 현재 있는 곳에서 명백히 멀리 떨어져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말했습니다.

백악관의 이런 반응은 문재인 정부의 군사회담 제의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불편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과 게리 로스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대변인 역시 ‘VOA’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군사회담 제의에 대해 엇갈린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는 지금처럼 대북 제재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남북대화는 북한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반면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남북대화가 중요하다며 좀더 지켜보자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it’s way too early to say what can come of this…”

앞서 한국과 미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를 둘러 싸고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6월 초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1년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드 연내 실전배치는 사실상 무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입니다.

[녹취: 정의용] “환경영향평가를 좀 더 철저하게 하기 위해선 애초 예상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가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VOA’에 트럼프 대통령이 6월8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사드 문제를 거론했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에 사드 배치에 관한 과거 공약을 (원 상태로) 되돌리지 않을 것임을 확언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한 것은 한국 김대중 정부부터라고 관측통들은 말합니다. 1998년 2월 한국의 15대 대통령에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중 남북 화해와 협력을 위한 ‘햇볕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쳤습니다.

특히 2000년 6월에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6.15 공동선언에 합의했습니다.

집권 초에는 김대중 정부와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가 모두 북한에 대한 개입정책을 내세웠기 때문에 미-한 간에 별다른 마찰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2001년 미국에서 보수적인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커다란 장벽에 부딪쳤습니다.

이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3월 워싱턴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을 설득하려 했지만 대북 인식차를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 대통령을 ‘이 사람’을 뜻하는 ‘디스 맨’이라고 불러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2003년 2월 집권한 한국의 16대 노무현 대통령은 전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이어 받아 ‘남북 화해와 평화번영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 정책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풀어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남북화해 정책은 미국 부시 행정부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 개발을 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은 대북 접근을 고집해갈등을 겪었습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양국 관계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으로 악화되기도 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11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연설하면서, “북한이 핵 개발을 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부시 행정부는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Statement Roh Mu Hyun I remember Los Angelas… "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상시적인 소통으로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북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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